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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이별, 정대세의 특별한 홈 고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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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이별, 정대세의 특별한 홈 고별전
  • 최영민 기자
  • 승인 2015.07.08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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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시미즈 이적 확정 당일 마지막 홈경기…팬들 뜨거운 환호에 경기력으로 보답

[수원=스포츠Q 최영민 기자] 딱 일주일 전이었다. 지난 1일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이적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했던 정대세(31·수원 삼성)였다.

그러나 이젠 수원의 홈팬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됐다. 정확하게 일주일 만에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 이적이 확정되면서 8일 전남과 경기가 홈 고별전이 됐다.

이적을 확정지은 정대세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홈팬 앞에서 공격포인트로 인사를 하진 못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대세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마친 뒤 아들 태주 군을 안고 관중들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 정대세 지키고 싶었던 팬들, 아쉬운 '아듀'

지난 시즌 주전과 벤치를 오갔던 정대세는 올 시즌 염기훈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대한축구협회(FA)컵 등 공식 경기에서 11골과 9도움을 기록했다.

이런 정대세를 주위에서 가만 두지 않았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구단들이 정대세를 영입하기 위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수원은 인건비 효율화 등 구단의 긴축 재정으로 정대세와 재계약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2013년 수원과 3년 계약을 맺은 정대세는 재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올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J리그 이적설이 나오자 수원 삼성 공식 서포터즈인 '프렌테 트리콜로'는 정대세를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포터 1만명이 1만원씩 모아도 1억원이 된다며 정대세를 지키자는 주장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이렇게 스타 선수를 보내니 앞으로 수원이 어떻게 될지 속상하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마음을 접고 정대세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별 시간이 다가온 것을 느낀 팬들은 화성에 위치한 수원 훈련장을 찾아 '대세, 늘 응원할게'라고 적힌 걸개를 전달했다. 전남과 경기에서도 정대세가 그라운드에 나타나자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을 지르며 마지막을 함께 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2015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홈 고별전을 갖는 정대세를 향한 응원 문구가 적힌 걸개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비장했던 정대세, 마지막엔 수원 팬 향한 큰 절

독일 분데스리가 보쿰과 쾰른에서 뛰었던 '인민 루니'는 2013년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서정원(45)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 14번이 적힌 유니폼까지 받았다. 정대세는 당시 "시즌 득점 목표는 내 등에 있다"며 14골 이상을 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호기있게 얘기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 홈경기가 됐다. 2년 6개월 동안 빅버드에서 뛰었던 정대세의 표정은 진지했고 감개무량해보였다. 다른 경기보다 생각이 더 많아보였다.

정대세는 선수 입장을 하면서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아들 태주군을 안고 나왔다. 정대세는 "아들을 안고 나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지만 이날만큼은 마음의 부담이 커보였다. 평정심보다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듯 보였다. 얼굴에는 비장함까지 있었다.

이쯤 되면 의욕이 앞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버릴 우려도 있었지만 정대세는 끝까지 자신의 플레이를 했다. 그만큼 정대세가 많이 성숙했다는 뜻이다.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중앙과 좌우를 오가며 공을 받으러 다녔고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스를 찔러주기도 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대세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마친 뒤 2년 6개월 동안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을 향해 큰 절을 하고 있다.

서정진의 선제결승골로 수원의 1-0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팬들은 정대세를 향해 다시 한번 환호하기 시작했다. 정대세는 프렌테 트리콜로가 있는 N석으로 찾아가 큰 절을 올렸다. 2년 6개월 동안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을 향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 수원에서 눈을 떴다는 정대세, 새로운 축구인생을 위하여

정대세는 빅버드의 기자회견장도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는 의자에 앉은 정대세는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에는 물이 고여있는 듯 보였다.

정대세는 "수원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뛰는 홈경기를 이길 수 있어 기쁘다. 이제 더이상 빅버드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서운하지만 2년 6개월 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선수생활 마무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수원에 와서 많은 것을 겪었다. 20대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던 정대세는 어느덧 30대에 아내와 2세를 둔 가장이 됐다. 또 축구에 눈도 떴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정대세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경기를 마친 뒤 아들과 아내와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정대세는 "수원에서 축구선수로서 눈을 떴다고 생각한다"며 "골을 넣고 이겼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특히 독일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한 뒤 수원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골을 넣었을 때가 행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대세는 '경계인'으로서 자신의 힘들었던 점도 보탬없이 털어놨다. 정대세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교육은 조총련계 학교에서 받았고 이 때문에 북한 축구대표팀에서 뛰었다. 이 때문에 정대세는 적지 않은 비난과 사상논란에 시달려야만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대세는 "100명 가운데 99명이 좋은 말을 해도 1명이 나쁜 말을 하면 기분은 좋지 않다. 댓글에는 좋지 않은 단어를 쓰는 네티즌들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한국에 오면서 국가대표팀과 소속팀 수원에서 모두 최선을 다해 스스로 '평화의 상징'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북한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선수는 있었지만 정대세는 조금 더 특별했다. 특별했던 정대세의 K리그 생활이 2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훗날 K리그 역사에 '특별했던 정대세'를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선수들과 프렌테 트리콜로 서포터들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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