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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생존 경쟁' 위해 방송으로 내몰린 아이돌, 그 빛과 그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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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생존 경쟁' 위해 방송으로 내몰린 아이돌, 그 빛과 그림자는?
  • 박영웅기자
  • 승인 2014.04.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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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기자] 화려한 무대 위를 수놓으며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 겉보기에 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눈부신 환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 멤버 들은 화려하다는 수식어와는 다르게 짧은 생명력과 치열한 경쟁으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이돌 그룹 출신 연예인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해 예능과 드라마 등 방송을 통해 가수가 아닌 탤런트 혹은 개그맨이 돼야 한다. 이런 모습은 화려한 아이돌 그룹도 경쟁과 생존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오늘날 청년세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많은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 예능에 출연해 태도 논란을 일으킨 그룹 카라의 구하라 [사진=MBC]

◆아이돌 그룹 방송진출 이유1 '치열한 경쟁과 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역사의 시작은 과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90년대 중후반 그룹 H·O·T를 시작으로 젝스키스, 언타이틀, SES, 핑클 등 아이돌 1세대들이 가요계 대권을 장악하면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예능 및 드라마 등 방송 진출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방송계 역시 시키면 다하는 말 잘듣는(?) 어린 아이돌 멤버들의 예능과 드라마 쪽 진출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의 방송 진출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에 '자연스러움'이 존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아이돌 멤버들의 방송출연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됐다. 바로 '생존을 위한 경쟁' 때문이었다. 아이돌 그룹의 짧은 생명력을 말해주듯 1세대 아이돌들이 가요계 틀을 잡던 무렵부터 2세대, 3세대 아이돌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10개 팀도 안 되던 아이돌 그룹이 몇 수십 배가 생겨나면서 한국 가요계를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 엠블랙 지오가 출연한 '사랑과 전쟁2' [사진KBS]

생존을 위한 경쟁은 필연이었다. 날이 갈수록 투자, 유지 비용이 높아지던 아이돌 그룹들은 음악으로만 경쟁하기에는 파이가 작아진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반드시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다른 아이돌 그룹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했다.

이에 아이돌 그룹은 가수로서가 아닌 연기자 혹은 예능인으로서 스스로 소속사를 위한 외부 수익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게다가 시대의 변화에 의한 음반 판매 급감은 몇몇 대형 기획사 아이돌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에 대한 '투잡'이 필수가 되게 만들었다. 당연히 음악성은 뒷전에 둔 아이돌 그룹이 연이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억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런 막대한 자금을 음원 수익 만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다. 그렇다면 아이돌은 방송에 얼굴을 알려 CF나 행사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규모의 소속사들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 '사랑과 전쟁2'에 출연해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이전 젝스키스 멤버 장수원 [사진=KBS]

 

◆아이돌 그룹 방송진출 이유2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아이돌 그룹이 방송 진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아이돌 그룹에는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너 앞으로 뭐할래?". 수명이 짧은 아이돌 그룹은 나이가 조금만 들게 돼도 수순 처럼 인기하락과 해체를 맞이한다. 이들은 대부분 20대 실업자가 된다. 불투명한 미래 덕분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방송에 진출해 음악이 아닌 다른 재주를 선보이려 필사적이다. 이들이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자신만의 보험을 들어놓는다는 목적이 따라다닌다.

실명을 밝히기 거부한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면 방송을 즐긴다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부분은 항상 진실한 모습을 요구받는 전문 방송인의 입장에서는 참 거북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 '사랑과 전쟁2' 연기력 논란 이후 장수원이 SNS에 남긴 남긴 글

          
◆생존을 위한 아이돌 그룹 방송진출 무엇이 문제인가

생존을 위한 아이돌 그룹의 방송진출은 방송의 질적 측면과 그들의 정체성 부분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많이 시도하는 연기자의 경우 많은 드라마가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 예로 얼마 전 방송된 KBS 2TV '사랑과 전쟁2' 아이돌 편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 장수원이 '연기력 논란'을 일으켰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통 극을 추구하던 '사랑과 전쟁'을 이도 저도 안돼는 시트콤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일었다.

▲ 아이돌 특집을 진행하고 있는 '사랑과 전쟁2' 대본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또 예능에서는 여성 아이돌 그룹 카라가 지난해 9월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태도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청자들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는 준비 안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무분별한 방송 출연이 가져온 '방송의 질적 하락'의 좋은 예다.

정체성 부분에서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분명 가수지만, 일부 그룹들은 음악성은 전무한 예능용, 연기용 멤버를 그룹에 포진시키고 소위 말하는 '방송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음악으로 경쟁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측면을 질적으로 하락시키는 부분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도 "일부 소속사는 음악성을 보고 그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인물과 예능감 등을 보고 아이돌을 뽑는 곳도 생기고 있다"며 "과연 이들을 가수로 봐야 하는지 방송용 멤버 집합소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아이돌 그룹이 계속해 생긴다면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는 음악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미아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 다른 아이돌들과는 다르게 연기력을 인정받는 JYJ 멤버 박유천 [사진=SBS]

◆ 마냥 비난만은 할 수 없다. 해결책을 찾자

이런 아이돌 그룹을 마냥 비난만을 할 수는 없다. 분명 이들 아이돌 그룹이 방송 분야에 진출해 시청자들에게 주는 즐거움, 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방송의 영역을 넓혀 준다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돌 그룹의 드라마, 예능 분야의 무분별한 방송 진출에서 나오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방송 진출에 대한 '목적의 변화'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름을 알려 인생의 보험을 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 방송하고 싶은 아이돌이라면 반드시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추고 시청자를 위해 방송을 해야 한다.

가요계 소속사 관계자도 "그룹을 만들 때 들어간 제작비를 만회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들이 방송에 진출하는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부분"이라며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전문성 있는 아이돌들과 음악적으로 경쟁할 아이돌들의 구분이 명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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