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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대로 '혼자서 식샤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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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대로 '혼자서 식샤를 합시다'
  • 하혜령 편집위원
  • 승인 2014.04.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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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하혜령 편집위원] 중요한 또 하나의 훈련은 혼자서도 먹고싶은 식당에 가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우리 사회, 4인 식탁이 대부분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혼자 밥먹기 난이도’ 테스트같은 게 유행하겠는가! 편의점, 푸드코트, 분식집 등이 1~3단계, 중국집과 패스트푸드점·전문 요리점이 4~6단계, 패밀리 레스토랑·고깃집이 7~8단계. 술집이 9단계다.

저 테스트에 의하면 난 1~2단계나 겨우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하다보면 요령과 배짱이 생긴다. 식당이 집중적으로 붐비는 시간을 살짝 피해서 한가한 시간에 식사를 하거나 동네에 단골 식당을 만들어 주인과 눈인사를 나누다보니 웬만한 한식집, 전문 요리점 정도는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 올리브 '테이스티로드' 방송캡처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기보다 싫어하는 행동 가운데 하나가 혼자 식당에 가는 것과 극장에 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궁상맞아 보이는 게 싫다는 이유에서인데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경향이 강하다. 가까운 일본에만 나가봐도 혼자 식사하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고 이들을 위한 1인용 테이블이나 1인 식당이 빼곡하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봐도 역시 혼자서 식사하고, 커피 마시고, 영화를 보는 나홀로족들이 바글바글하다. 나의 행복과 충만함이 중요하지, 타인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는 개인주의의 미덕을 확인하게 된다.

혼자서 식사를 할 때의 장점도 많다. "어디로 갈까?" "그냥 아무데나" "그래도!" 따위의 식사할 장소를 고르고, 메뉴를 정하고 조율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다. 그날 그 시간, 꼿히는 곳을 휘휘 찾아가면 그만이다. 또 강박적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려 애쓸 필요 없이 호젓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혼자서 슬금슬금 식당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눈보다 내 눈앞의 이 음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도움이 됐다. 오늘 이 순간,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기분 좋게 먹고 하루를 건강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혼자 밥먹는 데 거의 ‘까르페디엠’ 수준의 각오를 하고 임하는 모습이 스스로도 우스웠지만, 그만큼 내겐 먹는 일이 소중했다.

싱글로 살아가면서 다음에 누군가와 같이 식사할 시간을 기대하며 당장은 끼니를 때우다보면 '매일매일 때우기만 하다 죽는 게 아닐까'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수면 시간을 빼고 가장 긴 시간을 투여하는 게 식사다. 삶의 필수적인 ‘먹는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기분 좋게 하지 않고 어떻게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혼자라도 행복하게 잘 먹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무슨 요리를 나에게 대접할까?', 오늘도 아침부터 고민 중이다.

amiblue1@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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