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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전 80기' 미셸 위, 고향 하와이에서 마침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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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전 80기' 미셸 위, 고향 하와이에서 마침내 웃었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4.2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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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챔피언십 우승...'천재 소녀'에서 오랜 슬럼프 딛고 3년 8개월만에 LPGA투어 정상

[스포츠Q 신석주 기자] ‘천재 소녀’에서 '챔피언' 미셸 위(25·나이키골프)로 돌아오는 데까지 3년 8개월이 걸렸다. 79전 80기다.

미셸 위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3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쓸어담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미셸 위는 안젤라 스탠포드(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에 키스했다.

이로써 미셸 위는 2010년 캐나디안 여자오픈 이후 3년 8개월만에 정상에 귀환했다. '천재 소녀'로 불리며 골프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셸 위는 오랜 슬럼프에 시달리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려 할 때쯤 고향인 하와이에 돌아와 우승컵에 입 맞추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선두에 4타 차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미셸 위는 전반에만 1번, 5번, 6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를 추격했다.

미셀 위는 후반 라운드에서 12, 1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고 16번 홀에서 한 타를 더 줄이며 3타차까지 앞서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우승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막판 추격을 벌였지만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단독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해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올랐던 김효주(19 롯데)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0언더파를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운정(24·볼빅)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 박세리(37·KDB금융그룹)는 6언더파 282타로 공동 9위에 자리하는 등 태극낭자들의 선전이 빛났다.

한편 이날도 한국 선수들은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의 검은 리본을 머리에 달고 경기에 나섰다.

◆ 천재소녀, 오랜 방황 접고 다시 정상에 서다

미셸 위가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03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연소 톱10이라는 성적을 거두면서부터다. 당시 나이는 13세였다.

‘천재 소녀’로 불린 그는 183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장타로 화제를 모았다. 2003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98야드로 LPGA투어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화려하게 LPGA투어 프로무대에 입성한 그는 그해 LPGA투어 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오픈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해 미셸 위는 스포츠기업 나이키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며 ‘1000만 달러 소녀’라는 닉네임까지 따라 붙으며 최고의 흥행카드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부터 슬럼프가 찾아왔다. 남자 대회에 자주 출전해 성 대결을 펼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남자들과 샷 대결을 펼치면서 장점이었던 드라이버의 자신감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승승장구할 것 같던 미셸 위는 LPGA투어에서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2008년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하면서 골프와 학업을 병행했던 미셸 위는 골프보다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골프에 대한 흥미도 잃어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LPGA투어 무대에서 2009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이듬해 캐나디안 여자오픈 우승 등 2승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2012년은 미셸 위에게 악몽 같은 한해였다. 장타는 방향성이 완전히 망가져 예전만 못했고 그린에 올라가면 스리퍼트를 밥 먹듯이 했다. 23개 대회에 출전해 10개 대회 가까이 컷 탈락했고 세계 랭킹도 어느새 60위 밖으로 밀려나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출전한 대회 중 가장 성적이 안 좋은 대회가 KIA 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16위였고 2주 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알렉시스 톰슨(미국)에 밀려 준우승에 거두며 자신감을 찾아갔고 드디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소녀'의 부활을 알렸다.

◆ 완벽의 틀에서 벗어나자 골프가 보였다

항상 ‘천재소녀’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녔던 미셸 위는 연습장이든, 대회장이든 주위에 시선 속에서 잔뜩 긴장한 채 스윙을 했다. 그러다가 남자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해졌고 자신감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가장 안 좋았던 2012년에는 모든 스윙이 무너져 내렸다. 특히 퍼팅은 심각했다. 당시 퍼팅 실력은 평균 1.98타로 LPGA투어 전제 142명 중 132위에 그칠만큼 형편없었다.

퍼팅의 부담 때문에 아이언샷을 홀 가까이 붙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샷 전체 밸런스까지 무너지며 드라이버, 아이언샷, 퍼팅까지 다 엉망이 됐다.

항상 완벽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했던 것이다. 결국 2012년 밑바닥까지 추락한 이후 스윙 코치인 리드베터를 만나 샷 전체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스윙을 교정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올시즌 확실히 달라졌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57야드로 상당히 많이 줄었지만 드라이버 적중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그린 적중률은 81%로 LPGA투어 전체 1위에 올랐다. 평균 퍼팅도 1.782개로 전체 17위에 랭크돼 있다. 모든 스윙이 상위권으로 올라선 것이다.

J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스윙 스타일에 변화에 대해 “이전의 미셸 위는 완벽한 스윙을 위해 스윙 매커니즘에 대한 신경을 상당히 많이 썼다.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완벽한 자세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감각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미셸 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신의 스윙 영상을 한 번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스윙할 때 느껴지는 감각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미셸 위가 가장 달라진 점은 골프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미셸 위가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미셸 위는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졌고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동안 여러 논란을 통해 골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고 대회 때마다 아버지가 따라다니면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했고 자신의 플레이를 혼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많다보니 골프에 대한 색다른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임 위원은 “올해는 그린 적중률이 80%에 달할 만큼 샷의 정확성이 좋아졌다. 아직 짧은 거리 퍼팅을 놓치는 등 불안한 면도 있지만 이 점을 극복한다면 최소 2~3승은 더 거둘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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