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1:53 (목)
야구가 생활화된 갤버스턴,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상태바
야구가 생활화된 갤버스턴,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박정근 편집위원
  • 승인 2014.04.22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스포츠 여행 (9)

[휴스턴=박정근 호서대 교수(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 ISG 대표이사)] 지난달 22일 나는 갤버스턴으로 향했다. 휴스턴 도심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달려가면 갤버스턴이 나온다. 해안관광도시인 이곳은 32마일 정도의 해안가(비치)가 인상적인 도시다.

이 도시는 1900년 9월 8일 엄청난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됐다. 당시 6000명 이상이 사망하며 대재앙의 충격에 빠졌다. 이 도시는 허리케인이 발생한 이후 2년 동안 10마일 길이의 제방을 쌓았고 이것이 바로 씨월 스트리트(seawall street)다.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발전했다.

◆ 현직 변호사,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다

이곳이 더 놀라웠던 이유는 이 조그마한 도시에 야구장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을 돌아볼 때도 야구장에서 여자들은 소프트볼 경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구장에서는 남자 어린이들이 배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연습하고 있는 곳에는 키 큰 흑인남자가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졌다. 그리고 옆에 구경하던 사람에게 “학부형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며 “아들이 3개월 동안 130달러를 내고 야구를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갤버스턴의 아이들은 어디서든지 손쉽게 야구를 배울 수 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코치의 실제 직업은 변호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전직 야구, 농구선수 출신으로 무료봉사(볼런티어)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피칭머신에서 볼을 던져주는 여자 코치가 부인이라고 말했다.

코치를 직접 만나 한국에서 온 목적을 설명한 나는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정말 변호사 명함이었다. 그는 아들이 야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소속된 텍사스 레인저스 팀의 마이너리그 선수라고 했다. 현직 변호사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도 신기한데 부부가 함께 가르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스포츠 선진국

한국에서도 스타출신 야구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재능기부나 무료봉사를 좀 더 체계화하고 활성화시켜 야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쉽게 야구를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출신이나 야구관계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면 유소년 야구 저변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야구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저변 확대다. 어린이들이 손쉽게 야구를 배우고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변호사 코치의 부인이 피칭머신을 이용해 공을 던져주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미국 유학당시 느꼈고 지금도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국선수들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선수가 대학에 선발된 이후 운동을 아무리 잘해도 성적이 뒤처지면 학업성적이 평균치에 도달하기 전까지 선수자격을 박탈한다. 스탠포드 대학 학생이었던 미셀 위가 LPGA투어 출전 기간 중에도 과제를 하던 했던 장면은 유명한 일화다.

이것이 스포츠선진국의 모습이다. 운동선수들은 스포츠 참여를 통해 인내력과 희생, 리더십 등이  길러진다. 이는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운동선수 출신을 선호한다.

실제로 선진국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 의사, 교수, 그리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상당히 많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에도 선수 출신이 많다. 포드 대통령은 미시간대 미식축구 선수였고 예일대에서는 미식축구 감독을 역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프로선수급 골프 실력을 갖췄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수준급의 농구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현직 변호사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류현진, 윤석민 에이전트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면서 변호사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은 노든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LA 레이커스의 매직 존슨은 미시간주립 대학에서 NCAA 대학평점 기준 C학점(2.0)이상을 받았다.

데이비드 로빈슨의 경우는 해군사관학교 입학 시 SAT 점수가 거의 만점 받을 정도의 수재로 해군제독이라고 불렸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초·중·고·대(NCAA)를 거치면서 학업과 운동을 강조하는 미국 교육제도 때문이다. 공부와 운동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한국에서도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