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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작가 "기억의 심연 다층성, 어두운 색조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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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작가 "기억의 심연 다층성, 어두운 색조로 표현"
  • 박미례 객원기자
  • 승인 2014.02.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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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미례 객원기자] 묘한 어둠이 깊게 드리워진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기억 속 어디에선가 본 듯한 태초의 원시림이 꿈틀대듯 깊은 세월을 간직한.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OCI미술관에서 박미경(38) 작가를 만났다. 그 몽환적인 풍경의 속내를 작가에게 들어보았다.

▲ 박미경 작가와 작품 'An Obscure Island'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사실 제 작품 속 풍경은 제가 일상에서 스치듯 바라본 기억들의 엉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머리에 각인돼 있는 세상의 모든 이미지가 생성하고 소멸하듯, 그림을 그릴 때 다시 그 기억들을 꺼내놓는 과정이죠. 예를 들어서 길을 걷다가도 거대한 회색빛 도시가 하나의 무성한 유기체로 보이기도 해요. 그건 마치 생명이 자라고 죽어가는 과정의 기이한 풍경처럼 느껴져요.”
박 작가는 텅 빈 캔버스에서 출발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내면의 생명체를 키워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작업하지 않을 때에는 무협지를 읽거나 SF물을 많이 봐요. 판타지 장면이나 초현실적 구성이 때론 말로 설명될 수 없거나, 수수께끼처럼 풀기 힘든 이 현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거든요.”

실재 박 작가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풍경의 사진적 재현이 아니라 환각, 환상, 재난 등 초자연적 이미지들을 상상의 글 속에서 더욱 강하게 체험한다. 그런 이유로 작품에 색을 최대한 자제해 작업을 진행한다.

“세상의 모든 이미지들은 밝음 속에서 오히려 자세히 보이지 않아요, 현란함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묻혀 버려요. 오히려 색이 방해 요소가 되는 거죠. 어둠 속에서 더 많은 이미지들이 뚜렷이 밖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보통의 사람들이 지루해하는 무성영화나 흑백영화를 그녀는 흥미로운 이미지로 여기고 좋아한다. 굳이 색도, 말도 필요 없는 클래식한 영화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단다.

박미경 작가의 그림은 누구나 가진 어두운 내면의 동굴세계를 찾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멀리서 바라보면 웅장한 검은 풍경이지만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바라보면 무수한 붓놀림의 덩어리들이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선들의 중첩은 스스로 긴 시간 홀로 노동으로 쌓아올린 고독의 역사임을 짐작케 한다.

박 작가는 올해 4월 송은 아트큐브에서 5년 만에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난해한 현대미술의 키워드나 화면들보다 중세시대의 진중한 그림이나 ‘그리기’에 충실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더 좋아한다는 그녀는 “올해 갑자기 전시 일정이 많아져 너무 좋으면서도 잘 할 수 있을지 겁이 난다”며 긴 머리를 쓸어 올렸다.

자연 속 나무가 한자리에서 묵묵히 자라듯, 긴 시간을 캔버스와 마주한 채 말 없이 그려낸 그의 풍경들이 기다려진다.

* 박미경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 졸업. 다수의 그룹전 및 개인전 개최. 기억의 심연이 지닌 다층성을 회화로 표현하는 그의 특징은 무수한 붓질을 통해 실루엣을 여러 방향으로 중첩시키는데 주로 어두운 색조를 활용한다. 깊은 바다의 물결처럼 고동치는 붓 자국은 폐허의 공간 또는 무언가 꿈틀대며 살아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박미경의 작품에서 기억은 깊은 무의식과 맞물려서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이어지며 질긴 생명력으로 캔버스 위에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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