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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출의 예술? 영화도 배우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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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출의 예술? 영화도 배우의 예술!
  • 조원희 편집위원
  • 승인 2014.02.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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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고 영화는 연출의 예술이다'라고.

감독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할리우드에 비해 한국에서는 특히 연출을 맡은 '감독'의 역량에 의해 영화의 완성도와 상업적 성공의 명암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연극은 연기자가 보여주는 배우술 그 자체를 즐기는 예술이다.

편집이 존재하고 화면 사이즈의 선택과 각종 비 연기적 요소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채워지는 영화에서의 배우는 연극과 다른 포지션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가 존재해도 연출자의 역량이 떨어지면 그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석이며 오로지 배우의 힘 만으로 영화를 히트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영화도 배우의 예술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극장가에 걸리고, 또한 성공하고 있다. 1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스코어에 도전하고 있는 영화 '변호인'이 바로 그런 작품의 전형이다. 물론 변호인은 훌륭한 각본을 지니고 있고, 양우석 감독의 연출력은 데뷔 감독으로서는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할만한 영화적인 힘을 가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긍정적인 답을 던질 수 없다.

'천만' 관객이란 영화적 완성도와 영화가 담고 있는 실제 인물,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가 도와주다시피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스코어가 아니다. 바로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이 가장 컸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대사를 소리 내 읽어 보면 단순한 헌법 조항일 뿐이다. 하지만 송강호의 신체를 통해 표현된 이 대사는 관객들에게 강한 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의 모든 법칙이 담긴 저술 '시학'을 통해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플롯'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송강호의 분노에 찬 외침 앞에서 플롯 따위는 그저 하나의 용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변호인보다 훨씬 더 배우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번연한 플롯, 게다가 스타일조차 찾아보기 힘든 평이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수상한 그녀'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만족의 의견을 보내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심은경이다.

영화가 지루해질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심은경의 '할머니 개그'는 관객들에게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로 향하는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심은경과 성동일의 단순한 대화만으로도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 경우는 바로 배우가 영화를 살린 케이스다. '수상한 그녀'의 히트는 심은경이라는 뛰어난 배우가 티켓 파워까지 쟁취하는 순간이다.

엉뚱하게도 '네이버 영화 평'에 의해 유명해진 영화도 있다. 영화 '살인자'다. 마동석 주연의 이 영화는 극장에서 8만명이 관람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리뷰는 봐야 한다'라는 제목의 영화 평 조회수는 30만에 육박하고 있다. 영화 평의 내용은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를 매우 과장되고 코믹하게 펼쳐놓은 것이다. "당신의 수명 70분이 아깝다. 차라리 그 시간에 유서를 써라"라는 식으로 혹독한 리뷰를 쓴 사람은 자신의 영화 평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유명해지고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어쨌든 영화 '살인자'는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가장 많은 분량에 출연하는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는 물론 일반적인 관객들은 물론 학습된 영화광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플롯 등은 전형적인 실패작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악역이며 끔찍한 살인마인 마동석이 나오는 장면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니 말이다.

좀 더 나아가면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마동석의 신들린 연기력에 있다. 그저 단순한 실패작으로 끝날 수 있는 영화를 마동석이 컬트 영화로 부활시킨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잘한 유일한 일은 마동석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뛰어난 배우는 성공한 작품은 물론 실패한 작품에서조차 빛이 난다. 이렇게 영화는 배우의 예술일 수도 있다.

owen.jo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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