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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한류의 '끝이자 시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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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배용준 박수진 결혼식, 한류의 '끝이자 시작' 왜?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7.28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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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겨울연가’는 결혼을 앞둔 한 여자에게 죽은 첫사랑과 닮은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이 드라마에서 최지우와 호흡을 맞춘 배용준은 갸름하고 창백한 얼굴에 우수와 차갑게 일렁이는 눈빛, 그리고 태생적인 비극의 슬픔을 드러냈다.

‘겨울연가’는 2003~2004년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서 여러 차례 방영되면서 ‘드라마 한류’의 기폭제가 됐다. 일본 중장년 여성들은 ‘순수하고 운명적인 순애보’에 빠져들어 문화적인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욘사마’ 배용준은 팬덤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어 ‘겨울연가’ 촬영 장소를 ‘성지순례’하는 진풍경으로 이어졌다.

27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박수진과 결혼식을 올린 배용준 결혼소감 전문. "식장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입니다. 가족 여러분의 염려와 축복은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당신들께 배운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 한 가정의 가장으로도 잘 해내겠습니다. 행복한 모습 자주 전할게요.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행복하세요!" [사진= 배용준 인스타그램]

‘욘사마’ 신드롬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한국 연예인들과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로 확대됐다. 일본 방송사들은 너도 나도 한국 드라마를 사다 틀었다. 일본 방송의 연예뉴스와 스포츠신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소식이 전해졌다. ‘욘사마’ 배용준이 중심에 선 ‘한류’는 일본을 넘어 대만 등 동남아시아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로맨틱한 연인의 전형’으로 국내외 수많은 여성팬들의 심장을 설레게 했던 ‘욘사마’ 배용준이 27일 13년 연하의 가수 출신 탤런트 박수진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오후 열린 결혼식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철통보완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장사진을 쳤다.

200여 명의 팬들은 일본에서 건너온 중년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결혼식장 근처에서 새벽부터 기다렸다고 했다. 이들은 '욘사마'를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만으로도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용준은 이들의 사랑에 보답했다. 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미안함을 담아 식사권과 커피를 전달했다.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욘사마' 배용준 결혼식날, 동해를 건너온 일본팬들이 2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애스톤 하우스 앞 도로변에서 배용준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는 스포츠서울 일본특파원 시절 ‘욘사마’ 신드롬이 불길처럼 확산하는 현장을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고 취재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식장을 찾아온 일본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접하며 감회가 남달랐다.

당시부터 배용준과 일본내 ‘욘사마’ 팬을 이어준 상징적인 끈은 ‘가족’이었다. 일본 중년여성들은 ‘겨울연가’를 통해 ‘순수한 순애보’와 더불어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향수’를 되찾았다고 감격해 하곤 했다. 배용준은 팬들을 ‘가족’이라고 불렀고, 이들은 ‘욘사마’를 정신적인 가족처럼 흠모했다.

2004년 당시 도쿄에서 만난 한 일본 남편은 “집에 들어가면 온통 ‘가을연가’ 사진과 ‘욘사마’ 상품들이다. 사진 한 장 못 건드리게 한다”며 “내 아내는 남편보다 ‘욘사마’를 더 좋아한다”고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식을 보러 온 일본 팬들 역시 당시부터 ‘욘사마’에 열광하는 ‘가족’의 일원이 된 뒤 꾸준히 응원해 온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내 한류 열풍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는 어두운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욘사마’ 신드롬의 덕을 톡톡히 봤던 도쿄 한국 식당거리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생기를 잃은지 오래됐다고 한다. 한국 영화를 줄줄이 상영했던 마지막 영화관도 지난달 영업부진으로 폐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내 한류의 이같은 쇠퇴는 아베 총리의 우경화로 인해 한일 관계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가을연가’처럼 일본 여성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작품들이 나오지 않았고, ‘욘사마’를 이을 만큼 파괴력있는 한류스타가 탄생하지 않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의 한 언론은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 소식도 한국 영화관 폐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후루바야시 유카 씨(오른쪽)가 들고 있는 티켓은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 측에서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온 일본 팬들에게 제공한 식사권이다. 한편 스기우라 미호라는 팬은 배용준의 결혼식을 '팬의 졸업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배용준과 꿈을 함께 키웠는데 졸업식을 한 기분이다. 배용준이 선택한 신부이니 그의 결혼 생활과 연기활동을 응원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일본내 한류 붐을 부활시킬 방법은 없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날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식을 보러 온 일본팬들의 면모에서 긍정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류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폭제가 필요하다. 예전보다는 그 위세가 줄었다고 하지만 ‘욘사마’ 배용준의 영향력은 아직도 일본내 곳곳에 살아 있다. ‘욘사마’ 신드롬을 지지했던 일명 ‘가족’들이 저마다 애틋한 추억을 안고 일본 열도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파원 시절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본팬들의 팬심과 관련해 남다른 인상을 받았다. 한 번 정한 팬심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던 스타가 결혼을 하든, 나이가 들든 정도차이는 있을지언정 팬심이 돌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배용준이 박수진과의 결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일본내 ‘한류’에 불을 지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욘사마’를 아끼는 일본내 ‘가족’들을 다시 불러낼 수 있다면 냉각된 한일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작품도 필요하겠지만 팬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겨울연가'의 주인공처럼 아름답고 변함없는 사랑을 가꿔가는 모습이 우선일 것이다. 박수진과 부부의 연을 맺으며 심적으로 안정된 배용준이 '한류 부활'의 주역이 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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