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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전성기 맞은 '장신 검객' 손영기, AG 금메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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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전성기 맞은 '장신 검객' 손영기, AG 금메달의 꿈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4.28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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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랭킹 20위, AG 최대 경쟁자 중국, '한 번 이겨 본 중국, 두 번 넘는 것은 쉽다'

[스포츠Q 강두원 기자]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꼭 나가야죠."

펜싱 선수들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20대 초반? 20대 후반? 대한펜싱협회 오완근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김영호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나이가 딱 30살이었다. 지금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30대가 많다. 그렇게 보면 한국 펜싱 선수들은 30살 전후에 가장 전성기를 보내지 않나 싶다."

보통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저하로 인해 정점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렇게 본다면 '펜싱은 30대가 전성기'라는 오 국장의 말은 선뜻 와닿지는 않지만 김정환(31·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2·서울메트로) 등 30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아직까지 경쟁력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25~26일 양 일간 서울 SK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2014 SK텔레콤 여자 플뢰레 국제 그랑프리 대회 및 남자 플러레 월드컵 A급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세계 랭킹 1위부터 30위까지 톱랭커를 비롯해 31개국 238명의 세계적인 펜싱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대회에서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했던 장신의 한국선수가 있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2005년 국가대표 발탁 이후 두 번의 아시안게임과 두 번의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부진하며 눈앞에서 티켓을 놓친 손영기는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벼르고 있다.

손영기(30·대전도시공사), 184cm 81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세계랭킹 20위로 국내 남자 플뢰레 선수 중 허준(26, 12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정확히 서른. 오 국장이 말한 펜싱 선수들의 전성기 나이를 지나고 있다. 손영기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펜싱을 시작해서 이제 13년 정도 됐는데 이제야 저만의 펜싱을 찾은 거 같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제 나이가 서른살이니까 전성기가 왔다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 확실히 지금 컨디션은 좋다"며 웃어보였다.

2005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돼 2009년 세르비아 유니버시아드 대회 플뢰레 금메달을 따냈던 손영기는 시니어대회 무대에서는 지난 2월 열린 스페인 월드컵에서 거둔 동메달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손영기이지만 아직 까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없다.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나갈 수 있는 확률이 가장 컸다. 하지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가도 마지막에 삐끗하면서 출전 티켓을 놓치곤 했다. 기복이 좀 있는 편인데 고치려고 이것저것 하니까 더 안되더라. 그래서 지금은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전의 아쉬움을 회상했다.

손영기는 한국 펜싱 선수로는 드물게 큰 키를 지니고 있다. 유럽 선수들은 보통 180cm 이상의 신장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 남자 펜싱 선수들은 비교적 신장이 작다. 그만큼 작은 체격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빠른 발을 이용하는 펜싱을 즐겨 사용하는 것이 한국 펜싱의 특징이다.

손영기 역시 큰 키와 함께 빠른 발이 장점이다. 유럽 선수들과도 밀리지 않는 체격에 스피드까지 갖춘 것이 세계 랭킹을 20위까지 올려 놓은 비결이다.

하지만 그는 멘탈 부분에서 작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리드를 지키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리드하다 잡히거나 리드를 뺏겼을 때 조금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이 조금 부족하다.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손영기는 한국 남자 펜싱의 '30대 전성기' 이어나갈 '장신 검객'이다.

손영기는 이번 2014 SK텔레콤 남자 플뢰레 월드컵 A급 선수권대회에서 허준(26·로라스 엔터프라이즈)와 곽준혁(21·부산외대) 등 64강에 진출한 8명의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32강에 진출했지만 이탈리아의 에이스 조르지오 아볼라(25)에 4-15로 패하며 당초 목표로 삼았던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바로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강자들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중국이다.

그러나 손영기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현재 세계랭킹 4위인 마진페이(30)를 32강에서 만나 15-14로 승리한 적이 있다. 상위권에 자리한 중국 선수를 만나 이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은 확실했다.

그는 “이번 대회도 중국 선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가장 큰 경쟁자는 중국 선수들이 될 것이다. 중국 선수에 이겨 본 적도 있기 때문에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영기는 현재 자신의 펜싱 인생에 정점에 서 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두 번의 아시안게임(2006, 2010년)과 두 번의 올림픽(2008, 2012년) 출전을 앞두고 부진에 빠지며 아쉽게 기회를 날린 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다. 그가 노리는 메달 색깔은 역시 금빛이다.

“열심히 해서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더 멀리 본다면 2016 리우 올림픽 단체전 티켓을 따내고 싶다.”

한국 펜싱의 30대 전성기를 이어나갈 ‘장신 검객’ 손영기가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헬멧을 벗으며 포효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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