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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립영화가 바라본 청춘의 초상, 아프거나 꿈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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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립영화가 바라본 청춘의 초상, 아프거나 꿈꾸거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29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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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vs ‘10분’

[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 24일 첫사랑과 성장을 로드무비로 녹여낸 ‘셔틀콕’, 현실에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정규직 인턴사원의 이야기를 그린 ‘10분’이 나란히 개봉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동시대 청춘의 정서를 밀착된 감성과 자유로운 표현방식으로 껴안은 두 독립영화에 각각 넷팩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시민평론가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KNN관객상을 선사했다. 진부하지 않은 화법을 견지하면서도 ‘거칠고 불편하다’ ‘어렵고 지루하다’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어 대중성 확보에 성공한 수작들이다.

 

◆ 성장과 첫사랑의 이중주 ‘셔틀콕’

재혼한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남이나 다름 없는 세 남매 은주(공예지)-민재(이주승)-은호(김태용)는 부모님이 남기고 간 보험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 은주가 남은 전 재산 1억원을 갖고 사라진다. 반항적인 열일곱 고등학생 민재는 은주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유튜브 동영상 속 마트를 찾아 고물차를 끌고 길을 나선다. 뒷좌석에 몰래 탄 남동생 은호와 티격태격하는 여행길은 서울에서 당진, 서산에서 전주 그리고 종착지 남해로 이어진다.

‘셔틀콕’은 미스터리 멜로영화, 성장영화, 로드무비라는 다양한 기호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상업영화에서 물리도록 다뤄온 ‘첫사랑’을 불안한 10대의 성장통, 전통적 가족개념이 해체된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가족의 의미와 결합하며 무겁지 않게 파고든 부분이다. 로드무비 형식은 설렘과 자유로움을 부여한다. 스케이트보드, 배드민턴, 지하보도, 터널 등을 활용한 촬영과 공들인 음악은 ‘친절한 독립영화씨’를 만난 느낌이다.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들 간에 이뤄지는 사랑 그리고 미움은 설득력 있게 진행되며 여정의 끝에서 한 뼘씩 성장한 이들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영화계가 주목해야 할 배우 이주승은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선 민재를 맡아 부서질 듯 부서지지 않고,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감정선을 힘 있게 끌고간다. 이유빈 감독은 현실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과 인물에 대한 따스한 눈길을 스크린에 교차한다.

? 하나. 누나에게 맡긴 은호를 되찾아 상경길에 오른 민재가 과연 팍팍한 현실에서 은호의 손을 놓치는 않을까.

◆ 꿈과 현실의 불협화음 교향시 ‘10분’

방송사 다큐멘터리 PD를 지망하는 호찬(백종환)은 가정형편 탓에 한국콘텐츠센터의 6개월 인턴으로 입사한다. 온갖 허드렛일부터 직원들의 잔무까지 떠안지만 묵묵히 완수해 성실성을 인정받는다. 갑작스레 직원 채용공고가 나자 부장의 내정 약속을 받고 이에 응시한다. 하지만 은혜(이시원)가 원장의 낙하산으로 그 자리를 꿰차고,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된 호찬은 프레젠테이션 실패 책임을 억울하게 뒤집어쓴다. 회식에서 노조지부장과 충돌한 호찬은 다시금 PD시험을 치르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은혜의 퇴사에 골머리를 앓던 부장은 정규직을 제안한다. 선택을 위한 고민의 시간은 고작 10분이다.

 

공은 가로채고 과는 떠넘기기, 튀지 않기, 몸바쳐서 일하지 말기, 줄 잘 서기, 구라치기, 뒤에선 욕하고 앞에선 아부하기 등 ‘10분’ 속 직장 풍경은 서울의 어느 사무실 하나를 옮겨놓은 듯 생생하다. 신인 이용승 감독은 디테일을 살린 대사와 에피소드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직장인의 현실을 관객 앞에 펼쳐 놓는다. 공감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10분'은 우리 사회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갑을관계,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이토록 유머러스하게 다룰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재치 넘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상황 별로 끊어가는 편집기법은 신선하다. 백종환은 강한 인상과 달리 여리고 예민한 느낌과 배우 안성기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로 인턴사원 강호찬의 요동치는 심리를 빚어낸다. 직장인에게는 폭풍공감 드라마로, 취업준비생에게는 끔직한 호러영화로 읽힐 법하다.

? 하나. 종환은 10분 뒤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일까 아니면 꿈을 추구하는 고된 잠재적 실업자의 길일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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