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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니 채워졌다' 박인비, '2전3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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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니 채워졌다' 박인비, '2전3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재구성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03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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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첫 해 과도한 부담으로 공동 42위 부진…세번째 도전만에 브리티시 정복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비운 마음'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했기에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와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박인비는 3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 트럼프 턴베리 엘리사 코스(파72, 6410야드)에서 끝난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우승상금 45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고진영(20·넵스)을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어 2013년에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피레이션)과 위민스 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을 따내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넘어서 여태껏 단 한 차례도 달성된 적이 없었던 한 시즌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에 가깝게 다가섰다.

그러나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스스로에게 주어진 부담감은 너무나 큰 적이었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한 박인비는 공동 42위로 무너졌다. 지난해도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다시 한 번 4위에 그쳤다.

역대 LPGA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왜 단 6명뿐인지 그리고 수많은 선수들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서 한두 대회를 남겨놓고 이뤄낼 수 없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대회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박인비는 올 시즌도 시즌 3승을 거두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브리티시여자오픈 직전 대회인 마이어 LPGA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5오버파로 무너졌다. 갑자기 찾아온 허리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와서도 허리 통증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박인비는 "완벽한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하고 싶었는데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 오히려 마음의 부담을 덜 안고 하는 계기가 됐다"며 "완벽한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르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해 갖고 있는 것만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꿋꿋했다. 첫 날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14위에 그쳤지만 올라갈 때만 노렸다. 2라운드에서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궂은 날씨와 바람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이 오버파를 치는 와중에서도 한 타만 잃으며 9위로 도약했다. 3라운드에서도 3타를 줄이면서 공동 5위까지 뛰어올랐다.

박인비는 4라운드에서도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시작했지만 2, 3번홀 버디를 잡아내면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4, 5번홀에서 보기로 돌아왔다. 박인비는 다시 마음을 먹고 포기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결국 버디가 쏟아지고 이글까지 나오면서 순식간에 7타를 줄였다.

박인비는 "2, 3번홀 버디를 잡고 나서 잠시 우승에 대한 생각을 했더니 4, 5번홀 보기가 찾아왔다. 우승 가능성이 없는 것인가, 내년으로 미뤄야 하나 생각했다"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을 먹은 것이 버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4, 5번홀 보기가 순간 욕심을 부린 박인비의 마음을 완벽하게 비운 계기가 되고 이것이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인비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음주 제주에서 벌어지는 제주 삼다수오픈에 출전한다. 이후 에비앙 챔피언십을 준비한다.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면 카리 웹(호주)만 갖고 있는 슈퍼 그랜드슬램, 즉 메이저 5개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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