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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가장 작은 1평짜리 박물관 '더 뮤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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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가장 작은 1평짜리 박물관 '더 뮤지움'
  • 이상은 뉴욕통신원
  • 승인 2014.02.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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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물건 모아 전시...진열작마다 사연 깃들어

맨해튼 남쪽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거닐다 우연히 들어서게 되는 아주 작은 골목이 있다. 바로 코틀랜트 앨리. 뉴욕의 숨겨진 명소가 있는 곳이다. 유명한 모마(Museum of Modern Art) 박물관의 작은 창고에나 들어갈 법한 크기의, 뉴욕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인 ‘더 뮤지움’(The Museum)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문을 열지 않지만 헛걸음을 한 몇 명이 기웃거리며 철문에 작게 뚫린 창문 안을 들여다 보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이곳을 보기 위해 일부로 찾아온 이들로 웅성인다. 1평도 안되는 이 곳은 3명 이상이 들어가기에도 적은 엘레베이터를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다. 너무 공간이 작아 줄을 서서 교대로 들어가야 한다.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 걸까,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전에 환환 불빛 아래 전시돼 있는 다양한 일상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이미 없어진 브랜드의 헤어젤에서부터, 백색 치약, 스타킹, 운동화, 드라이버, 케케 묵은 브랜드의 포테이토칩 봉지, 칙칙한 남자 신사 구두 등 시대를 넘나드는 아주 평범한 물건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전시된 아이템들은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는 것들로 전 세계에서 모은 것이다.

 

이 박물관을 시작한 이들은 형제다. 영화업계에서 일을 하는데 조금씩 모은 물건들을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기 위해 1년 전에 이 박물관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뉴욕에서 우연한 기회에 일상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때문에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더 다양하게 수집을 하게 됐고, 이제는 사람들이 먼저 기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200~300개 가까이 되는 물건들 옆에 각각 고유 번호가 있는데 휴대폰으로 그 번호를 걸면 그 물건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들을 수가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란에 갔을때 그에게 항의하기 위해 현지 기자가 던졌던 구두, 20년 전 닭벼슬처럼 머리를 세울 때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사용했던 ‘아쿠아(Aqua)’ 브랜드의 헤어스프레이, 심지어 10년 전 촌스러운 듯한 모델의 한국 비비안 ‘판탈롱 스타킹’도 불 수 있다.

 

아주 평범한 치약이라 하더라도 15개 나라가 넘는 곳에서 모은 것들이 한자리에 진열돼 있다보니 나라마다의 문화나 색깔을 이 작은 치약 튜브 하나를 통해 느끼게 된다.

뉴욕 모마의 건축디자인관장은 "이 곳이야말로 뉴욕의 '컬트'를 대표하는 곳"이라며 그 독창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평상시에 매일 보는 물건들이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그 물건마다의 역할, 역사 그리고 고유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봄에는 박물관 옆에 엘레베이터 하나를 추가로 개조해 더욱 다양한 물건들을 선보인다고 한다. 문화를 사랑하는 뉴욕시민으로서 이 장소가 오랫동안 ‘비밀 명소’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sange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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