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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모자'의 '낙원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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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모자'의 '낙원으로 가는 길'
  • 원종원 편집위원
  • 승인 2014.05.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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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종원 편집위원] 아프리카 리듬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기억할지 모를 폴 사이먼(Paul Simon)의 음반 ‘그레이스랜드(Graceland)’다. 우리에겐 ‘사이먼과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그리고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음악들로 유명한 바로 그 인물이 팀을 해체하고 솔로로 활동하며 1986년에 발표했던 명반이다. 87년에는 싱글음반으로 그래미상 올 해의 앨범상을, 이듬해인 88년에는 여러 곡이 수록된 정규음반으로 올 해의 음반상을 다시 수상한 진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레이스랜드’가 대중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날 것 그대로의 재미를 담아낸 아프리카의 토속 리듬과 멜로디 덕분이었다. 실제로 사이먼은 아프리카 음악에 심취해 이 음반을 기획, 제작했었는데 이색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의 ‘맛’은 대중들에게도 크게 어필해 큰 인기를 끌게 됐다. 요즘 들어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음악의 즐거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공연에서도 아프리카의 매력은 남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흑인들은 그 다재다능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뮤지컬 ‘우모자’는 그런 흑인들의 끼와 재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프리카 흑인의 음악과 역사가 연대기적으로 펼쳐지는데, 쇠사슬에 발이 묶인 탄광 노동자들이 부츠를 두들겨 의사소통을 한 것이 유래가 됐다는 검부츠 댄스, 빈 깡통 몇 개만 있어도 훌륭한 타악기로 활용하는 여학생들의 리듬놀이 등은 남아공 흑인들의 역사와 생활을 엿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극을 보다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도 등장한다. 바로 흑인 영가 스타일의 노래인 ‘낙원으로 사는 길’(Paradise Road)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남아공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비교적 근대의 일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소수 지배세력으로부터 핍박받던 흑인들에게 신앙은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신념이자 위로의 역할을 했다. 토속신앙과 결합된 이미지들이나 광적인 기도 풍경은 이방인들에겐 조금 낯선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 고난을 감내하게 했던 종교이자 믿음으로서의 기독교가 이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감안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이 노래를 부르며 객석까지 내려와 하늘나라의 행복을 노래하는 배우들의 미소와 소리를 보고 듣자면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정서적 교감을 느끼게 된다. 굴곡 많은 근대사를 보내며 ‘한’이 민족적 감성이 된 우리의 체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기면 더더욱 애잔한 위로의 감정까지 밀려와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흑인들의 영가가 각박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위안을 주는 셈이다.

 

몇차례 내한 공연이 꾸며져 더욱 반가움이 남는 존재이기도 하다. 뮤지컬 하면 브로드웨이만 떠올리는 관객에게는 색다른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앙코르 공연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지만, 음반으로라도 꼭 감상해보라 권하고 싶은 좋은 음악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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