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1:53 (목)
[SQ인터뷰] 김병준 교수 "심리는 근육, 멘탈도 훈련으로 늘 수 있다"
상태바
[SQ인터뷰] 김병준 교수 "심리는 근육, 멘탈도 훈련으로 늘 수 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02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심리학 권위자 인하대학교 김병준 교수..."심리는 근육과 같다"

[300자 Tip] 세계적인 선수들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강철멘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박지성, 류현진, 김연아 등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숙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왜 강할까? 스포츠심리학하면 이 사람이 빠질 수 없다. 김병준(48)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를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인천=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김병준 교수는 정신없이 바쁘다. 일단 프로구단에서 그를 찾는다. 종목을 막론하고 연맹과 협회 등 체육단체에서도 김 교수를 찾는다. 선수들도 개인적으로 그에게 연락을 한다.

그를 만나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이 극에 달해 갈피를 못 잡던 선수들은 김 교수와 몇 마디를 나누면 금세 안정을 찾곤 한다.

▲ 김병준 교수가 정상급 선수들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무지개리틀야구단 박용진 감독은 스포츠Q와 인터뷰를 통해 “마음이 아프면 아무 것도 안된다”는 말을 했다.

심리학의 위대함, 멘탈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스포츠심리학하면 떠오르는 학자인 김병준 교수를 찾았다. 인하대 서호관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 정상급 선수들의 공통점, 외부요인 완벽 차단

“의욕이 넘치죠. 그 상황에 온전히 몰입합니다.”

그가 말하는 최정상급 스포츠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박지성, 류현진, 김연아, 박인비 등의 세계최정상급 선수들은 공 하나, 동작 하나, 스윙 하나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리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들은 독립변인으로 심리기술을 써서 경기력에 반영합니다. 독특하죠. 일반인은 심리기술을 종속변인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거든요.”

그의 말처럼 톱클래스 선수들은 외부 요인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위기상황들은 쉽게 말해 ‘남일’이다. 변수가 들이닥치든 말든 오롯이 자신의 것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기량만 ‘슈퍼 엘리트’가 아니에요. 정신상태도 슈퍼급입니다. 최고 선수들은 예민해지기는 하지만 긍정 에너지가 풍부하지요. 공간적으로는 관객, 소음같은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하죠.”

5만5000명이 꽉 들어찬 다저스타디움 마운드, 패하면 시즌을 접어야만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류현진은 자신이 던지는 공 한 개에만 집중한다. 모든 미디어에서 금메달이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떠들어도 김연아는 본인의 퍼포먼스를 가다듬는데만 열중한다. 그들이 최고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완벽히 배제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현재에만 집중하죠.”

매번 잘할 수는 없는 노릇.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다만 이들은 과거의 실수를 금방 잊어버린다.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큰일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 따위도 없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닥친 이 상황에 온전히 몰입한다. 흔들리지 않으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급이 다른 이유다.

◆ 루틴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그는 ‘최적의 조건을 미리 만드는 본인만의 비법‘인 루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루틴이 깨지는 순간 어김없이 사고가 발생한다.

그는 루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루틴이란 ‘최적의 조건을 미리 만드는 본인만의 비법‘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루틴은 ‘보이는 행동’이다. 야구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서면 특유의 타격 준비자세를 취한다. 골프 선수들도 일정한 텀을 두고 자신만의 동작을 반복한 후 샷을 날린다.

김 교수는 멘탈 즉, 생각하는 방식과 습관 또한 루틴에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루틴은 압박 상황에서의 긴장도를 최적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라며 “아무리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이 와도 루틴에만 집중하면 압박감으로 일어나는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틴은 모두에게 해당된다. 일반인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된다. 그는 “수험생들도 시험볼 때 펜 위치를 조정하지 않나”라는 쉬운 예를 들며 “대형사고는 언제나 루틴이 깨질 때 발생한다”는 말로 일정한 패턴 유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심리는 근육과 같다, 단련하면 성장한다

그의 지도를 받고 몰라보게 나아진 선수들과 팀이 여럿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요청하자 얼마전 지도한 복싱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청소년 복싱팀 지도자에게 청소년 훈련은 80%가 재미로 이뤄져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했다” 며 예를 들었다. 감독은 틀에 박힌 훈련을 잠시 내려놓고 풋살을 시켰다. 주눅 들어있던 선수들은 운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답보 상태이던 팀은 같은 수준의 팀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간단한 조언만으로 확 바뀌는 건 주로 어린 선수들이다. 어리면 어릴수록 그의 조언은 쉽게 먹힌다. 그만큼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는 소리다. 그는 “성인 선수들은 신체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심리 활동도 대체로 굳어 있다”며 “새로운 이론과 장점을 쉽사리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김병준 교수는 "심리는 근육이나 다름없다"며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여태껏 신체훈련에 혼신의 힘을 쏟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성인이 된 선수들은 심리훈련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따라서 심리훈련을 접할 기회도 적었다.

그는 “심리는 근육과 같은 것이다. 단련하고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심리훈련에 쏟는 비중을 점차 더 늘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양궁은 사람이 많이 모인 야구장에서 활을 쏘는 심리훈련을 한 덕에 숱한 도전을 뿌리치고 지금까지도 정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도 덧붙였다.

◆ 스포츠심리학,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체육계는 운동역학과 운동생리학을 거쳐 21세기 들어 스포츠심리학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신체능력의 한계를 끌어내며 경기력이 오르자 이제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라봐야 한다는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한국 스포츠계에도 변화가 보인다. K리그 FC서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등은 멘탈코치를 고용했다. 언론에서도 멘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스포츠심리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스포츠심리학이 큰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두 가지 꼽았다.

우선 감독·코치 등 지도자들의 열린 사고를 당부했다. 그는 “심리를 다루는건 고급 과정”이라며 “심리체력을 기술체력과 동등한 위치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워크샵 등의 지속적인 개최로 지도자들의 심리학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는 중”이라고 나아지는 현 상태에 만족감을 표했다.

둘째로는 전문가 양성을 꼽았다. 심리학 전문가가 아니라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심리학 외에도 트레이닝, 코칭, 재활, 각 종목의 특성까지 모두 알고 있을 정도의 전문인이 양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컨설턴트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며 전문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어 “젊음을 바치는 선수들에게 삶의 길잡이를 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많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재다능한 고급 인력 배출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 김병준 교수는

▲ 김병준 교수는 운동심리학, 멘탈 트레이닝 테니스, 강심장이 되라 등 스포츠심리학 관련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스포츠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 학술위원장, 인하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7년부터 두 시즌 동안 K리그 FC서울의 심리상담역을 지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을 도왔다. 최근에는 K리그 챌린지 안양FC 선수단을 지원하기로 했다. 복싱, 골프,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의 팀과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취재 후기] 그는 2011년 ‘강심장이 되라’는 책을 집필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저자인 그에게 담대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도전, 노력, 향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도전하고 노력해 향상되는 결과가 보였을 때 강해지곤 했다. 독자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길 바란다. 망설임없이 '예스'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강심장인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