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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화수분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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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화수분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06 0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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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2군 현황과 과제] (1) 프로야구 두산 2군, 땀의 현장을 가다

[300자 Tip!] 프로스포츠는 화려하다. 스포츠 스타가 많은 어린이들의 꿈이 되었을 정도로 운동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잘해도 부자가 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선수들의 이야기. 1군 무대, 그것도 몇 년간 주전을 꿰찬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프로무대의 그늘 속 2군 선수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훈련하고 생활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2군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 · 사진 이상민 기자] 두산을 말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화수분 야구’. 김경문 감독(현 NC 다이노스 감독) 시절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망주들로 팀 컬러를 잡은 뒤 꾸준히 유망주들이 주전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이 자유계약선수(FA)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큰 타격이 없어 보이는 두꺼운 선수층이다. 2013시즌에도 유희관이 깜짝 스타로 등장하며 그들의 팀컬러를 보여줬다.

지난달 27일 오전, 수장인 황병일 감독 외 선수 4명과 만나 2군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황병일 감독, "많이 좋아졌죠. 결국 노력의 문제입니다."

황병일 감독은 기본적으로 2군과 1군 백업의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두산의 특성상 2군 분위기가 처져있지 않다고 했다. "확실한 목적, 테마를 갖고 연습할겁니다. 육성도 이겨가며 해야죠. 성적과 육성간의 비율을 50 : 50으로 맞춰 시즌을 꾸려갈 겁니다."

의욕을 잃기 쉬운 2군에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설정해주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다.

황 감독은 "두산에 와보니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 선수들이 지도자의 말에 쉽게 공감하고 신뢰하더라. 좋은 그림들이 잘 나와 두산에서의 지도자 생활이 행복하다"고 덧붙이며 올시즌 희망을 드러냈다.

▲ 2014시즌 두산 '화수분 야구'를 이끌 황병일 감독

"다만 1군과는 다르게 눈높이를 낮추고 접근해야겠죠. 심리적인 문제로 마음잡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습니다. 성영훈이나 최현진같은 선수들은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잘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에요. 2군은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사건사고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우리 코칭스태프들에게 심리학, 트레이닝 관련 서적들을 읽게끔 하고 있습니다. 나도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지도를 할 예정입니다.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죠."

그는 운동 외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늘 불안하고 운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2군 선수들의 멘탈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황병일 감독은 지난해까지 두산 1군 수석코치를 지냈다. 수석코치는 부상자들을 대체할 선수들을 미리 파악하고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 1,2군 선수들의 차이를 안다. 그에게 1군과 2군의 가교 역할은 문제가 없다. 올해도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황 감독은 이어 "2군을 해외로 전지훈련 보내는 시대가 왔습니다. 구단도 팜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 거죠. 베어스 필드도 증축해서 선수들 복지에 신경을 써줍니다. 결국 노력의 문제라고 봅니다. 내가 야구할 때와는 천지 차이예요"라며 결국 두배 세배로 야구에 전념해 줄 것을 주문했다.

두산은 박정원 구단주의 지시로 400억을 들여 이천 베어스 필드를 증축하고 있는 중이다. 2군은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시즌에 대비한다. 황병일 감독의 말처럼 야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갖춰진 셈이다. 황 감독에 이어 2군 선수 네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 1군에 올라갔다 떨어졌을 때 스트레스는 심하죠 (원용묵)

원용묵은 두산에서 귀한 좌완 투수다. 연봉은 2700만원. 187cm,96kg으로 신체조건도 좋다. 스프링캠프 때 적잖이 주목받던 해도 있었다. 지난해 1군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으나 금방 내려왔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핫이슈가 된 유희관은 그와 상무에서 군생활을 함께했다. 스타덤에 오른 유희관을 보면서 그도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 원용묵은 1군에 올라가면 오래 있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9월 엔트리 확대 시점에는 큰 희망을 품는다. "1군에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 때 스트레스는 정말 심하더라구요. 올시즌엔 반드시 1군에 진입해 오래 있겠습니다."

◆ 이제 도망 안갑니다 (이정호)

이정호는 유창식(한화)과 광주일고 원투펀치였다. 1군 등판 기회도 꽤 얻어봤다. 외국인 선수 올슨의 부상 때 1군으로 콜업돼 임시 5선발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13경기나 등판할 기회를 얻었다.

▲ 도망가지 않는 피칭을 다짐한 이정호.

그는 "도망가는 피칭을 했더라고요. 다시 기회를 얻으면 맞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거액의 FA 계약하는 선배님들 보면 크게 동기부여가 돼요. 1군 진입 위해서 열심히 해야죠."

◆ 1, 2군 차이는 기량보다도 경험과 집중력 (국해성)

국해성은 늘 가능성 있는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가 부족해 두산팬들이 무척 안타까워 하는선수다. 2군에 있는 건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를 메우고 올라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다. 그는 샤워실과 락커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시설의 차이를 아쉬워했다.

▲ 국해성은 안 다치고 풀타임을 소화하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오전 운동 후 오후 1시 경기 스케줄은 다소 힘겹다. "당장 부상 없이 퓨처스에서 전경기 출장을 해야겠어요. 그러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저는 그저 좋아요 (홍재용)

홍재용은 지난 2012년 독립리그팀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무대로 왔다. 그는 모든 것이 즐겁다. 프로에 와서 코칭을 받는 것, 잠실야구장에서 훈련하는 것, 야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까지 지금은 모두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지금은 적은 연봉도 불안한 심리도 없다. 오로지 야구에 집중할 뿐이다.

▲ 프로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말하는 홍재용.

단국대 졸업 때 입단 지명을 못받아 낙담하고 독립구단에 있어 보니 프로라는 타이틀조차도 큰 명예가 됐다. 대만으로 전지훈련 가는 것이 설렌다고 말했다. 연봉이 채 3000만원이 안되는 그에게 특별한 몸관리 비법은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것. 연봉은 모두 먹는 것으로 나간다.

네 명 모두 지난해 이름을 알린 유희관, 김재호, 윤명준, 김동한 등 2군에서 함께했던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이렇게 두산에는 잘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불안한 심리는 어떻게 해결할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운동에 집중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있지만 다른 것을 생각하기에는 이른 나이들이다. 흔들릴 때마다 더욱더 이를 악물고 훈련에만 매진한다.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설사 미래를 그리더라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야구 지도자말고는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다.

2군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들도 확실히 공감하고 있었다. 2군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간다는 움직임에 감사했으며 최신식으로 바뀔 숙소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선배들의 대형계약은 허탈함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이고 희망이었다.

2년 전부터 퓨처스리그도 심심찮게 전파를 타고 있다. 매니아 야구팬들은 각 팀의 2군 유망주들에게도 크게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 전지훈련에다 대폭 향상된 훈련 인프라까지 프로야구의 2군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훈련 환경이나 팜 시스템의 발전으로 야구에 갑절로 집중하길 바라는 황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도 그것을 인정하고 운동에 전념하겠다는 분위기였다.

■ 두산 2군은?
김현수, 양의지, 정수빈 등 끊임없이 유망주들을 배출하며 2군 운영의 모범이 되는 구단이다. 지난 시즌에도 유희관, 최재훈, 윤명준 등이 차례로 활약하며 준우승했다.

■ 퓨처스리그는?
올시즌부터 kt 위즈가 합류했다. 북부리그 6개팀(경찰·SK·LG·두산·넥센·kt), 남부리그 6개팀(상무·삼성·NC·롯데·KIA·한화)이 총 576경기를 치른다. 4월 1일 개막하여 리그별로 동일리그 팀간 12경기, 인터리그 팀간 6경기씩을 갖는다. 경기 시간은 오후 1시.

[취재후기] 두산은 올해 코칭스태프가 대폭 개편됐다. 2군 선수들은 새로 부임한 송일수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화수분’이라는 팀컬러에 부합하도록 젊고 재능있는 친구를 끊임없이 육성해내겠다는 황 감독의 포부가 대단해보였다. 황 감독은 2군용 선수던 김상현을 MVP로 만들어낸 주인공. 놀랍게 변할 베어스 필드에서 2014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궁금해졌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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