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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배구, '삼성화재 DNA'로 소리없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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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배구, '삼성화재 DNA'로 소리없는 변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0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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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감독-신선호 코치 체제의 첫 시즌 도전 '끈끈한 조직력 배구'

[300자 Tip!]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지만 배구도 대학배구를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리고 대학배구에서도 언제나 최강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팀도 있다. 배구에서는 경기대, 성균관대, 인하대, 한양대의 '4강 체제'가 줄곧 유지되어 왔다. 이 가운데 성균관대는 신치용 대전 삼성화재 감독을 비롯해 신치용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임도헌 코치, 신선호 코치 등 현역시절 스타였던 선수들을 양성한 대학배구 명문이다. '스타 군단'이자 스타의 산실이었던 성균관대 배구부가 조용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 성균관대 배구부는 인하대와 경기대, 홍익대 등과 함께 대학 배구 '4강'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전력 편차가 적다. 성균관대 선수 구성은 타 대학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강력한 조직력 배구로 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수원=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성균관대 배구부는 '스타 군단'의 대명사이자 스타의 산실이었다.

대통령배 대회 또는 V리그의 전신인 슈퍼리그에서 신인상을 받은 뒤 스타로 성장한 선수가 많았다. 1990년에는 임도헌이 신인왕에 올랐고 1992년에는 신진식이 신인상을 받았다. 또 1997년 신선호, 2001년 곽승철, 2003년 이철규까지 신인상의 계보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배구부는 실업팀도 무시하지 못하는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1992년에 열렸던 제10회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당당하게 3이를 차지했다. 1995년 슈퍼리그에서도 3위에 올랐던 성균관대는 실업과 대학부로 분리된 뒤 치러진 2003년 슈퍼리그에서도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 성균관대 배구부는 스타 군단도 아니다. .임도헌, 신진식으로 이어지는 거포 계보에 강력한 센터라인을 활용한 블로킹이 발군이었던, 어떻게 보면 단점을 찾기 힘든 팀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리빌딩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도 서재덕(25·한국전력)에 이어 전광인(23·한국전력)까지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공격수들이 모두 V리그로 진출한 이후 공격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서재덕과 전광인이 있었을 때만 해도 성균관대는 대학 최강이었지만 꾸준히 선수를 키워왔던 인하대에게 약간 밀리는 추세다. 이는 성균관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성균관대는 13년 동안 팀을 이끌어왔던 박종찬 감독을 홍익대로 떠나보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추계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성균관대 배구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상우(41) 감독이 지난해 11월 지휘봉을 잡았다.

김상우 감독은 구미 LIG손해보험의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고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을 지냈다. 프로팀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대학팀으로 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모교이고 후배들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성균관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후배 신선호(36) 코치도 성균관대에서 만났다.

김상우 감독과 신선호 코치는 삼성화재에서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의 창단 멤버였고 신 코치 역시 성균관대 재학 중 삼성화재에 입단해 최고의 센터로 명성을 날렸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성균관대 배구부와 후배들에게 '삼성화재의 DNA'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 김상우 감독이 선수들의 실전 훈련을 세세하게 지켜보며 문제점이나 개선할 점을 찾고 있다.

◆ 훈련 시스템도 삼성화재와 판박이

성균관대의 훈련 강도는 전임 박종찬 감독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 선수들의 귀띔이다.

일단 오전 7시30분에 체육관에 모여 30~40분 동안 단체 점호 겸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9시40분부터 정오까지 오전 훈련에 들어간다. 오후 훈련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야간 훈련은 밤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모두 네 차례에 걸쳐 8시간의 강행군이다.

물론 오후에 수업이 있으면 야간 훈련의 강도나 시간을 더 늘리기도 하지만 크게 시간의 변동이 없으면 평일 8시간의 훈련은 계속 이어진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외박이 허용되는 주말에도 훈련을 게을리했다가는 평일 훈련이 더 힘들어진다. 계속 몸을 만들어가며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졸업반인 오재성(22·리베로)은 "솔직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박을 나가서 술 한잔 정도는 마셔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했다간 훈련 강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며 "올해 들어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렸다. 몸을 자기가 관리하는 마인드가 되지 않는다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재성은 "훈련을 받으면서도 삼성화재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훈련 스타일이 '삼성 스타일'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 성균관대 체육관 한쪽 벽에는 배구부 선배들이 세웠던 수많은 우승의 기록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상우 감독은 현재 훈련 강도가 삼성화재와 LIG의 중간 정도라고 주장한다.

"삼성화재와 LIG에 모두 있어봤지만 훈련을 세게 한다고만 해서 능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자율로만 해도 딱히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다. 절충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무조건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박이나 이틀 휴가를 줄 때는 그 전날 훈련을 더 착실하게 하고 강도도 높이는 편입니다."

◆ 끈끈한 조직력의 배구, 성균관대가 달라진다

그동안 성균관대를 거쳐간 거포는 무수히 많다. 임도헌, 신진식에 최근에는 서재덕, 전광인까지 있었다. 모두 강타를 때릴 줄 아는 선수였다. 이 때문에 경기를 풀어가기가 쉬웠다.

김상우 감독은 "구기종목 가운데 사실 배구만큼 개인적인 운동도 없어요. 축구같은 종목은 상대팀의 스타 플레이어를 막으면 되는데 배구는 네트에 가로막혀 있다보니 상대팀에서 가장 잘하는 스타 플레이어의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다"며 "결국 조직력과 강한 수비로 버텨낼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끈끈한 조직력이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밖에 없다. 수많은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면모는 분명 V리그 최강 삼성화재와 닮은 점이다. 삼성화재 역시 스타가 경기를 풀어가기보다는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화재는 레오라는 강력한 외국인 선수의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반면 성균관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 김상우 감독이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상세히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단기간에 성적을 확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팀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성균관대 배구부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금 서재덕이나 전광인 같은 선수를 데리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좋은 공격수를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죠. 결국 서재덕, 전광인만큼은 아니더라도 버금가는 재목을 키워내면 됩니다. 프로팀이라면 당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이겠지만 여기는 대학 아닙니까. 아직 배구를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기량을 키우고 인성도 함께 기를 수 있다면 보람차겠죠."

◆ 경험 적은 선수들, 고비를 넘기는 것이 숙제

성균관대 배구부 선수들은 대부분 신장이 작다. 2m를 넘기는 선수가 센터 정준혁(21·2학년) 한 명 뿐이다. 강력한 센터라인이 구축이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삼성화재 센터 출신이었던 신선호 코치가 잡아주고 있다. 원래 성균관대에서는 세터를 봤고 삼성화재 입단 때도 장신 세터로 각광받았으나 센터로 변신해 삼성화재의 블로킹을 책임졌던 그다.

신선호 코치의 '블로킹 지론'이다.

"블로킹이라는 것이 단순히 키만 크다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농구에서도 리바운드를 잡는데 있어서 위치를 잘 잡아야 하듯이 블로킹 역시 위치를 잘 잡고 점프하는 순간도 잘 맞춰야 합니다. 이런 것 역시 집중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습니다."

▲ 신선호 코치가 선수들의 블로킹 훈련을 지시하면서 세심한 지도를 하며 조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 선수들은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초반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막판에 상대에게 역전을 당하거나 이기더라도 어렵게 경기를 운영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오재성이 전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경기할 때 1, 2세트 잘 하다가 3, 4세트에 집중력이 떨어져 너무나 쉽게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문에 언제나 코트 안에서 후배들을 모아놓고 집중하자고 파이팅을 외치곤 합니다. 언제나 막판 집중력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만 해결된다면 성균관대가 늘 우승권에 자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 2014년, 수비에 모든 것을 건다

지금 성균관대는 과도기다. 화려한 공격에서 탄탄한 수비 배구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과도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만큼 김상우 감독은 리베로 오재성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 리베로 오재성은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성균관대의 핵심이다. 오재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배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들어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감독은 오재성을 주목했다.

"역시 오재성은 제몫을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죠. 주전 레프트도 졸업으로 빠져나가 새로운 선수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꾸준히 뛰었던 선수가 바로 오재성이죠. 일단 모든 선수들이 동계 훈련을 착실하게 받았고 이를 통해 언제라도 결승까지는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인하대에 좋은 선수가 많아 한 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대나 홍익대, 성균관대 역시 늘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은 된다고 봅니다. 이들 4개 대학이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계속 바뀔겁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예비 대표로 들어간 오재성 역시 감독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운동량이 늘어나면서 확실히 실력이 좋아졌습니다. 성균관대에 장신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올해는 수비 위주의 아기자기한 경기 운영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레프트의 경우 리시브가 약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지도도 별도로 해주고 다른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많이 뛰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일단 보니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겠더라구요."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위치를 자리하고 있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성균관대 배구부는 분명 가치가 있는 팀이다. 그리고 그 최고의 위치를 지켜내기 위해 변화와 변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화려한 공격력의 배구에서 아기자기하면서도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성균관대 배구부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성균관대 배구부의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경기 모습은 한창 진행중인 대학배구리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취재후기] '대학 배구의 삼성화재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상우 감독은 아직 비교대상이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미 많은 선수들은 삼성화재 같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훈련장에서 김 감독은 유독 특정 선수에게 호된 야단을 쳤다. 팀내 단 2명밖에 없는 세터 가운데 한 명인 신입생 이원중(19)이었다. 주전 세터인 노재욱(22)이 졸업반이어서 올해만 지나면 세터는 이원중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대학교에 들어와서 살짝 '정신줄'을 놓는 선수가 몇몇 있다. 그런 선수들을 지금부터 단속하고 정신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생활까지 감독이 통제하는 관리형 배구의 삼성화재를 연상하게 한다. 성균관대는 분명 삼성화재를 지향하고 있다.

▲ 성균관대 배구부는 김상우(왼쪽) 감독과 신선호(오른쪽 위) 코치의 세심한 지도를 받으며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한때 스타군단이자 스타의 산실이었던 성균관대 배구부는 지금 스타급 선수가 없지만 탄탄한 조직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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