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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삼색 야구열정' 박원준과 재현-지훈 삼부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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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삼색 야구열정' 박원준과 재현-지훈 삼부자를 아시나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8.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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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기획이사-박재현 한화 통역사-박지훈 중앙대 투수의 야구사랑 스토리

[200자 Tip!] 한국 야구를 구성하는 세 뼈대가 있다. 프로야구, 아마야구, 리틀야구다. 삼부자를 소개하려 한다. 장남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구단의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차남은 대학 4학년 야구선수다. 오는 24일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는 리틀야구 행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이사다. 야구계 박 씨 삼부자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

[스포츠Q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13세 이하(INTERMEDIATE) 리틀야구대표팀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리버모어 맥스베어 스포츠파크에서 막을 내린 2015 세계리틀야구 INTERMEDIATE 50-70 월드시리즈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왼쪽부터 아버지 한국리틀야구연맹 기획이사 박원준, 차남 중앙대 투수 박지훈, 장남 한화 이글스 통역 박재현.

14인의 태극 소년, 이동수 감독과 지희수 윤현식 코치,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원준(56) 한국리틀야구연맹 기획홍보이사는 “주목받는건 당연히 선수들의 몫”이라며 “뒤에서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아버지다.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팀은 한화 이글스다. 어딜 가나 구름관중, 매 경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KIA, SK와 힘겨운 순위 다툼을 하는 도중 ‘지저스’라 불리는 사나이, 에스밀 로저스가 나타났다. 그 로저스의 곁에는 언제나 박재현(27) 통역사가 있다. 그는 박 이사의 첫째 아들이다.

취업준비생의 마음은 복잡 미묘하다. 오는 24일 2016 KBO리그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열린다. 직업란에 당당히 ‘프로야구 선수’라고 적을 수 있는 100여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중앙대 4학년 우완 투수 박지훈(22)이 드래프트에 나선다. 그는 박 이사의 둘째 아들이자 박재현 통역사의 동생이다.

◆ 야구계에서 만날 줄이야! 삼부자의 야구 입문 스토리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박지훈)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박재현)

3인 모두 야구계에 종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준 이사는 예비역 소령이다. 1983년 임관, 2004년 전역했다. 배재고, 중앙대 출신으로 대학 2학년 때까지 야구를 했다. 현장과는 떨어져 있던 박 이사는 야구를 시작한 아들 때문에 경기장을 자주 찾다가 안양시야구협회 전무이사, 경기도야구협회 기획이사를 맡게 됐고 2011년 리틀야구연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 박원준 이사(왼쪽)가 지난 9일 13세 이하(INTERMEDIATE) 리틀야구 대회에서 우승한 후 대회 관계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제공]

차남이 야구선수를 꿈꿨다. 박지훈은 군인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강원도 춘천의 소양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선 부모와 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야구부에 가입했다. 아버지의 반대도 소용없었다. 야구가 적성에 맞았다. 이제 12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평가받을 시간이 왔다.

장남 박재현 통역사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야구와 맺은 첫 인연은 2012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시리즈였다. 영어에 능통한 그는 호주 퍼스 히트의 수행 통역으로 일했고 이후 KBO의 스포츠마케팅 대행사 인턴을 거쳐 올해 초부터 한화의 통역사가 됐다.

◆ '야구장이' 셋과 함께 사는 특급 아내, 특급 엄마

“두어 달 됐으려나? 하하” (박원준)
“언제 이렇게 만난 건지 기억도 잘 안나요.” (박재현)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박원준 이사의 경우 6월 중순부터 리틀야구대표팀의 아시아 예선, 월드시리즈 참가, 국내대회 개최 등으로 중국 지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국 속초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소화중이다. 박재현 통역사 역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한화의 연고지가 대전이라 쉬는 날도 가족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진 촬영을 위해 모인 지난 12일 수원, 삼부자는 서로를 얼마 만에 만났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 '야구장이' 셋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이미라(가운데) 씨는 여자야구단 안양 레이디 산타즈의 정식 선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장이’ 셋과 함께 살아야 하는 어머니, 아내를 향한 마음이 애틋하다. 박지훈은 “가족들이 다 집을 떠나 있으니 모두 모일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 이사는 “주중엔 늘 늦고 주말은 없고 늘 미안하다”며 “남자 셋을 이해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원준 이사의 부인이자 재현, 지훈의 어머니 이미라(54) 씨는 남편과 아들의 야구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자신도 ‘준야구인’이 되기로 했다. 현재 여자야구단 안양 레이디 산타즈의 정식선수다. 주말을 활용해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둘째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어 마운드에도 오른다.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삼부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 로저스 때문에 TV에 자주 나오는 통역사 장남

“저보다 형이 TV에 더 먼저 나올 줄이야. 뿌듯하죠.” (박지훈)

박재현 통역사는 전파를 탈 일이 부쩍 늘었다. 로저스나 탈보트 등판 경기 때마다 투수코치와 마운드에 동행하는 그를 볼 수 있다. 두 외국인 선수가 쾌투라도 한 날에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다. 지난 16일 진행된 제이크 폭스의 미니 인터뷰도 박 통역사가 진행했다.

프로 구단 통역은 단순히 외국인들의 생각을 구단에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것은 기본. 선수들과 그의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신경 써야 한다. 일과가 끝났다고 마냥 여가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늘 외국인 곁에서 머무르며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대기한다.

▲ 지난 6일 KBO리그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로저스(오른쪽)와 통역을 하고 있는 박재현 통역사. [사진=MBC 스포츠 플러스 방송화면 캡처]

“한화팬이 됐어요. 특히 로저스나 탈보트 나오는 날은요.” (박원준)

“아들이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뿌듯하다”는 박원준 이사는 “예를 들어 선수들의 방출 통보도 결국 통역사의 입으로 전해야 했다”며 “야구팬들께서 통역사의 임무와 고충 등에 대해 더 많이 알아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저 모건에 이어 유먼이 퇴출됐다. 제이크 폭스가 지난 주말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했고 18일 대전 NC전을 통해 2군으로 내려갔던 탈보트도 돌아왔다. 박재현 통역사는 “시즌 내내 한두 명만 신경쓰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 부쩍 바빠질 것 같다”고 웃었다.

◆ 취업을 기다리는 4학년 투수 차남

“냉정히 말해 눈에 띄는 선수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박원준)

아버지 박 이사가 생각하는 야구선수 박지훈에 대한 냉철한 평가다. 야구인으로서, 하루에도 서너 경기씩 어린 선수들이 치고 달리는 것을 직접 지켜보는 리틀야구연맹 이사로서 그는 “그러나 아들은 프로 시스템에서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라고 말했다.

183㎝, 82㎏의 오른손 투수 박지훈은 최고 구속은 140㎞에 불과하지만 생각하는 피칭을 할 줄 아는 투수다. 박지훈 스스로도 “다음 타자와 전 타석,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영리한 피칭을 하려고 한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지 않는다”며 “구속은 약점이지만 늘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 중앙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박지훈은 다음주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무대에 도전한다. [사진=박원준 이사 제공]

형의 도움을 통해 배영수, 윤규진 등 수준급 우완 투수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박지훈은 “한화 경기가 있을 때 야구장을 찾아 대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점이 많았다”며 “외국인 투수들이 잡는 구종 그립에 관한 조언도 얻는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어느 구단이든 지명받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재현 통역사는 “어려운 운동을 하면서 여태껏 이렇게 버텨온 것이 대견하다”며 동생을 향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원준 이사는 “10개 구단 체제인데다 어느 팀이든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며 “어느 팀이든 불러만 주신다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 존경스런 아버지, 자랑스런 형, 대견한 동생

“기획이사로 재임하시고요. 연맹 전반에 관한 일을 도맡아하시죠. 존경합니다.” (박재현, 박지훈)

두 아들은 아버지가 연맹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세 대표팀이 29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것, 기세를 이어 올해 13세 대표팀이 정상에 오른 것이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고 한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한국 야구의 씨앗을 뿌린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재현 통역사는 “많은 분들이 아버지에 대해 군인 출신이라 딱딱하고 경직됐을 것이라 여기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자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좋은 분”이라고 귀띔했다. 박 이사는 통역사의 책무에 대해 강조하고 아들이 나오는 장면은 빼놓지 않고 캡처하는 꼼꼼한 아버지다.

5세 터울의 형제는 단 한 번도 싸운 적 없이 서로를 아껴 아버지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박지훈은 “부모님이 운동을 한 내게 더 치중하셨음에도 형은 아무런 불평 없이 나를 보살펴줬다”며 “나를 아들처럼 생각해준다. 잘 챙겨주는 형에게는 매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이 고맙다. 박원준 이사는 “재현이는 한창 자랄 시기인 5년을 떨어져 보냈다. 지금도 그 시기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이젠 동생에게 용돈도 챙겨주는 의젓한 형이 됐다. 둘째에겐 부모나 다름없다”고 장남을 치켜세웠다.

중앙대 동문으로 야구인의 삶을 따르고 있는 차남 박지훈에 대해서는 “부모 입장서 어렸을 적 잘하기만을 바랐던 게 후회스럽다”며 “행여 프로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버지로서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야구 인생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고 당당히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취재 후기] 박원준 이사는 자신의 휴대폰에 장남을 ‘글로벌 리더’로, 차남을 ‘메이저리거’로 저장해 뒀다. 두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한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삼부자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세대차이, 소통 부재 등과는 거리가 먼 모범 가족이었다. 야구 도입 110년, 프로야구 출범 34년째다. 야구 행정, 프로구단 통역, 야구선수로 구성된 가족이 생겨날 정도로 한국 야구는 훌쩍 자랐다.

▲ 부인과 어머니로 야구장이 삼부자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미라 씨(왼쪽). 안양 산타즈의 좌완투수다. [사진=박원준 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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