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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제도 사각지대 놓인 신고선수, 그 해결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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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제도 사각지대 놓인 신고선수, 그 해결 방법은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1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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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노동착취' 시달려, 독립리그 창설 등 다양한 방안 논의

[글·사진 스포츠Q 이재훈 기자] "프로야구 신고선수 제도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앞으로 프로야구에 위기가 올 것이다.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선수들이 프로야구에서 '신고선수'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다. 몇몇 선수들은 신고선수를 통해 1군까지 발돋움하며 '신고선수 신화'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신화를 쓴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그냥 잊혀졌다.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정보통신공학관에서 지난 10일 열린 2014년 한국야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신고선수 37.5% 시대 달라져야 하나'라는 주제로 6명의 패널들과 청중들이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 한양대에서 10일 열린 2014 한국야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패널들이 '신고선수 37.5%시대,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 신고선수,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

이날 첫 의견을 밝힌 장달영 에이펙스 변호사는 "골프 캐디의 경우 최근 대법원에서 근로자로 분류된 것처럼 프로야구 선수도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신고선수는 정식선수와 다르게 선수계약을 체결하는 여부와 다르게 토의된 양식과 계약서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되지 않는다. 최저연봉 또한 신고선수는 보장이 안된다"며 불공정함을 성토했다.

특히 장 변호사는 프로배구와 비교해 "프로배구의 수련선수 제도는 이사회에서 매년 최저보수를 결정하는 반면 프로야구에서 신고선수는 구단의 자율적인 연봉결정이라 사실상 노동착취"라며 "신고선수도 보류선수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나 보류선수 제도는 사실상 구단의 소속과 관련한 것이기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신고선수의 취지와 지위가 제약이 되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장 변호사는 "웨이버 공시의 경우도 신고선수는 적용대상이 안돼 자유계약선수가 될 여지도 없고 남은 기간 연봉보장도 안돼 사실상 구단이 옭아매고 있다"며 "신고선수도 구단과 계약한 선수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정금조 KBO 운영팀장(오른쪽)이 한국야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신고선수는 일단 65인 등록 외의 선수다.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지명을 받거나 구단이 계약 의사를 밝혀 정식 계약 절차를 밟는 것이 등록선수"라며 "반면 지명받지 못해 대학을 가거나 고졸 신고선수 입단을 선택하는 것은 이외의 인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부장은 "KBO도 장 변호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현장에서도 김현수 같은 선수를 키워보자는 입장이나 실상은 쉬운 것이 아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준비'라는 문제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서 갈등하게 된다. 특히 대한야구협회가 현재 KBO에 한 번이라도 등록된 선수를 체육 특기자로 등록이 안된다고 명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지명선수도 1군에 올라오는데 3~5년이 걸린다. 신고선수도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신고선수로도 입단하지 못하는 이들이 70~80%달하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고졸 신고선수를 무분별하게 받지 않고 대학에서 기량을 갈고 닦도록 정책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은 "신고선수들은 KBO 등록선수이 아니어서 선수협회 회원으로도 등록이 안된다. 처우개선을 위해 신경을 쓰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신고선수도 보류제도가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점에 동감한다. 이를 위해 3군(잔류군) 리그나 프로에서 실패하더라도 길을 터주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신고선수의 증가, 문제는 제대로 된 기회의 부여

이날 학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신고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가 부여되느냐였다. 현장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익성 저니맨 육성 사관학교 대표는 "1994년 삼성에 연습생(신고선수)으로 들어갔다. 선수층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무작위로 테스트를 볼 수 있었다"며 "현재는 인원이 많지만 1군 중심 선수를 밀어내는 선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익성 저니맨 야구사관학교 대표가 신고선수 문제에 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어 최 대표는 "야구는 오랜기간 육성을 받아야 하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프로는 고연봉자에 대우를 해주고 있어 저연봉에 놓인 신고선수들은 2군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특성에 맞게 KBO와 선수협간 논의를 통해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조희준 전 KBO 국제부장은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육성선수 제도의 경우 최저연봉인 440만엔 대신 계약금과 연금 적용 없이 220만 엔을 받는다. 대신 구단은 자유롭게 선수를 선발할 수 있으며 3년간 꾸준히 기회를 주게 되어 있다"며 신고선수에 대한 기회의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균 성남고 감독은 "프로에서 신고선수로 실패하면 끝이지만 적어도 대학은 졸업장을 따며 사회에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보다 안정이 되는 대학을 권유하게 된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신고선수 처우 문제로 시작된 토론은 선수들이 프로행을 위한 재기를 노리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는 독립리그 창단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예전에 실업야구단이 있었듯이 한국에도 독립리그가 자리잡아 졸업 후 어디에도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무턱대고 프로에 다시 신고선수로 입단해 실패를 맛보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이 자신을 갈고 닦아 프로행을 준비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독립리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박성균 성남고 감독이 신고선수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그는 신고선수에 대해 "지도자로서도 권하고 싶지 않은 생활"이라고 말했다.

◆ 신고선수에 대한 다양한 질문, 팬-현장 소통의 장

이날 토론에 참석했던 팬들의 질문도 다양했다. 질문들은 주로 KBO가 해당 문제에 대처할 방향 쪽으로 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잔류군의 경기와 고양 원더스에 대한 KBO의 입장을 듣기 위한 많은 이들의 질문이 정금조 KBO운영부장에게 집중됐다.

우선 잔류군 운영에 대해 정금조 부장은 "현재 규정상 1군과 퓨처스 등록 선수 2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잔류군"이라며 "현재 삼성, 한화, LG, KIA, SK 등 5개 구단이 잔류군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인근 대학팀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 원더스의 경기수에 관한 질문에는 "독립리그가 신고선수 대책의 한 방향이라는 점은 동감한다. 일단 고양 원더스의 내년 퓨처스리그 참가여부는 올시즌 후 10개 구단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리그 창설이 필요하다"며 "현재 고양 원더스와 치르는 교류전 90경기는 충분하다고 본다. 기량차를 우려해 일부러 경기에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넥센의 퓨처스리그 팀 화성 히어로즈에 대해 정 부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마이너리그 구단들처럼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방안 중 하나가 관중 유치를 위한 구장과 퓨처스리그 중계라고 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한국야구학회를 창립한 정재승 KAIST 교수는 "앞으로도 이러한 방안의 토론을 계속 할 수 있는 학회를 연 2회 개최할 것"이라며 "여름에 열릴 학회는 팬들의 프로야구에서 궁금해 할 소재를 가지고 연구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10일 한양대에서 열린 2014한국야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패널들이 '신고선수 37.5%시대,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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