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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폭력에 상처받은 여성들의 연대기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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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폭력에 상처받은 여성들의 연대기 '도희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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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소개: 단편영화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11’ ‘영향 아래 있는 남자’로 국제여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정주리 감독은 잔잔한 목소리로 힘 있는 울림을 전달하는 독창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았으며,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다.

 

▲줄거리: 외딴 바닷가 마을의 14세 소녀 도희(김새론)는 친엄마가 가출한 뒤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그악스런 할머니로부터 학대당한다. 사생활 문제로 좌천돼 마을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영남(배두나)은 용하와 마을 아이들의 폭력으로부터 도희를 지켜주려 하고, 도희는 영남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영남의 비밀을 알아챈 용하로 인해 영남은 위기에 처한다. 이런 영남을 구하기 위해 도희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뷰 포인트: ‘도희야’는 지독히 외로운 두 여성이 나누는 구원의 이야기이자 온갖 형태의 폭력을 가하는 비정한 사회에 대한 비망록이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 영남의 유배지인 비밀스럽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은 결손가정 소녀와 해외 이주 노동자와 같은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공간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을 지배하는 무관심과 탐욕, 편견의 시선은 위태로운 바람을 살랑인다. 정주리 감독은 땅끝마을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의 상처투성이 내면을 극단에 위치한 두 여자를 통해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그리고 소통과 공감이라는 인장을 찍는다. 함축적인 대사의 시나리오임에도 정교함과 힘을 놓치지 않은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2년 만에 한국영화로 돌아온 배두나와 소녀에서 숙녀로 훌쩍 성장한 김새론은 감정을 내재화하며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버디(Buddy) 파워를 발휘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조심스레 생채기를 만지는 손길, 뒤따라 걷는 걸음과 욕조 안에 웅크린 채 등을 보는 모습만으로도 농밀한 감정과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권력자의 민낯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송새벽의 악역 연기는 이와 대비되며 균형을 맞춘다.

햇볕 쨍쨩한 날 홀로 마을로 흘러들어오는 영남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도희와 함께 마을을 떠나는 영남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외로움과 폭력의 무저갱에 갇힌 약한 여성들이 이루는 든든한 연대는 깊고도 선명한 파장을 그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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