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8:38 (목)
[인터뷰] 현빈 "'역린'은 내인생의 종합선물세트"
상태바
[인터뷰] 현빈 "'역린'은 내인생의 종합선물세트"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5.15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 대한민국에는 겉은 차갑고, 까칠하면서도 속은 따뜻한 2중성을 가진 '차도남' 연기라면 정평이 나있던 배우가 있다. 그 이름은 현빈이다. 한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방의 의무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여 뒤 그가 왕으로 다시 태어나 팬들 앞에 다가섰다. 바로 영화 '역린'을 통해서다. '역린'은 현빈에게 매우 특별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성숙한 생각을 하게 된 그가 과감하게 도전한 작품이자 기존의 성공공식이던 '차도남' 캐릭터를 버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현빈은 흥행이라는 열쇠로 우려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데 성공했다.

▲ 현빈

[스포츠Q 박영웅기자] "섭섭했었다. 지금 너무 바쁘다. 하지만 행복하다." 현빈이 현재 상황을 설명해준 말이다. 이는 큰 고민 끝에 선택한 '역린'이 주변의 초반 혹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 현빈을 대변해주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캐스팅 시나리오와 감독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현빈에게 운명 같은 영화 '역린'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것은 제대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2월께다. 현빈은 전역 후 중화권 팬 미팅을 잡고 바쁜 시간을 보내며 작품을 고르기 위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중국을 다녀오던 현빈의 손에 시나리오 하나가 들어왔다. '역린'이었다.

"'역린' 시나리오를 중화권 팬 미팅을 다녀오던 도중에 읽었죠. 너무 재미있었어요. 특히 그동안 정조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는데 너무 특이하더라고요. 전 그 길로 감독님을 찾아갔습니다"

현빈은 시나리오를 접하고 처음에는 주인공 정조뿐만 아니라 조정석이 연기한 을수와 정재영이 연기한 상책 갑수 캐릭터 모두가 탐이 났다. 그만큼 시나리오에 푹 빠져버린 것. '역린' 출연에 마음이 흔들렸던 현빈은 감독을 만나고 완전히 마음을 출연 쪽으로 굳히게 됐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재규 감독님을 뵈었어요. 저는 느꼈죠. 감독님께서 이 작품에 미쳐있구나. 저는 확신이 들었고 바로 영화 출연을 결정 했어요."

▲ '역린'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초반의 혹평과 세월호 참사에 의한 홍보부족 '힘든 시간'

그러나 현빈이 느꼈던 영화에 대한 믿음과는 다르게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혹평이 잇따랐다.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냉혹한 평가를 했고 영화의 흥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영화 개봉 전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제대로 된 홍보도 부족했다. 진퇴양난이었다.

"('역린'은) 사실 모두가 열정을 쏟아부으며 찍은 영화죠. 그런데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초반 안 좋은 평가가 들리자 절대 기분 좋을 수 없더라고요. 사실 섭섭했어요. 솔직히 초반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 VIP 시사회 일정도 취소되고 배우들은 이사실을 기사로 알 정도였어요. 제대로 된 개봉 전 인터뷰 일정이나 하는 것이 없었죠.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됐다면 초반 평가는 바뀔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빈 말대로 힘겨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역린'은 이런 불리한 상황을 뚫고 흥행질주를 달리고 있다. 현빈의 생각도 처음 섭섭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났다.

"지금 와서야 (흥행 측면에서)좋아지니까 저의 의도대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관객분들이 평가를 해주시는 대로 받는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 '역린'포스터

◆첫 사극 연기에 억압받는 새로운 왕 "노력이 필요했죠"

'역린'을 찍으면서 현빈을 더 노력하게 했던 점은 배우생활에서 사극이 처음이라는 점, 또 '역린'의 왕은 기존 왕과는 다른 억압받는 왕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역린' 속 정조는 억압 속에서 울분을 삭이는 내면 연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차도남' 연기를 해오면서 분출하는 연기를 주로 해온 현빈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했다. 새로운 '역린'만의 왕을 탄생시켰다.

"캐릭터 자체가 왕이지만 '역린'의 정조는 달랐죠. 그동안 사람들이 봐오던 인식 속의 왕이 아니었어요. 감독님과 초반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독님이 그러시더군요. '역린'의 정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심지어 사극 톤을 원하시지도 않았습니다.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요. 위협받는 왕. 근엄함이 없는 왕. 대사 톤부터 고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 '역린' 포스터

 

◆새로운 시도 '역린' 고증논란, 미스 캐스팅 논란 이어져

현빈의 말대로 새로운 왕을 만든다는 시도가 많았던 정조다. 이는 그만큼 '역린'이 역사적 고증에서 빗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역린'은 현재까지도 가상인물들이 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과 사료에 입각하지 않은 사건을 그대로 사실처럼 집어넣었다는 부분 등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 현빈은 생각이 달랐다. "실제 있었던 일에 가상의 인물들, 허구를 가미해서 이런 논란이 나올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조의 역사서를 보면 모든 사람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 정조가 암살 시도를 당했는지 자작극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요."

'역린'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정석이 맡은 을수가 현빈이 맡은 정조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미스 캐스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현빈은 이 논란에 대해서도 속뜻을 밝혔다.

"저 또한 일부 팬들 사이에서 정조를 봤을 때 '왕' 같지 않다는 말이 있어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는 인식과 관점에 따라 차이죠, 이미 찍어놓은 분량에서 연령, 심의 등으로 편집된 분량에 따른 여파도 크고요. 그래서 (을수의) 비중이 축소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 현빈

◆그래도 흥행하는 '역린', 지금이 즐겁고 좋아

초반에는 박한 평가, 현재는 논란. 어찌 보면 이것도 대중성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흥행하는 '역린'의 힘이라는 소리다. 현빈은 이런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역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역린'은 저에게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예요. 영화를 찍으면서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이죠. 개인적 행복도 얻었고요. 전 이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정말 메시지가 잘 전달된 영화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갑니다"

마지막으로 현빈은 '역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 달라는 부탁에 정재영과의 마지막씬을 꼽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로맨스도 없었다고 생각하시는데 정재영 선배와의 로맨스가 있었죠(웃음). 이런 이유로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고 최선을 다한 장면이라면 마지막 상책을 떠나 보낼 때 였던 것 같아요. 저에게 '역린'중 가장 기억에 남고 잘하고 싶었던 부분이죠"

[취재후기] 취재내내 조용하면서도 겸손했던 배우 현빈. 어려운 군 생활을 해서인지 그는 외유내강의 전형을 갖춘 배우 같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오는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배우 현빈이 왜 인기가 있고 대한민국 최고 배우가 될 날이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