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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청 정구팀의 저력,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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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청 정구팀의 저력,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힘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5.2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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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식 돔 정구장, 아낌없는 지원, 인천 AG 금메달 노리는 출중한 실력의 선수까지 삼박자

[300자 Tip!] 어느 종목, 어느 팀이건 훌륭한 환경과 지원이 이뤄질 경우 좋은 성적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신식의 경기장을 갖추고 있다면 ‘훈련 할 맛이 난다’고 할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갖출 수 있다. 경기도 안성시의 국제정구장. 국제적 규모의 돔구장으로 문경에 위치한 문경 국제정구장과 함께 국내 '유이'의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정구장이다. 이곳에서 훈련하는 안성시청 여자정구팀 역시 국내 톱클래스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신설비를 갖춘 국제정구장과 함께 한국 여자정구 국가대표를 꾸준히 배출하며 안성을 '한국 정구의 메카'로 올려놓은 안성시청 정구팀을 찾았다.

[안성=스포츠Q 글 강두원 · 사진 노민규 기자] 축구 골대, 농구대, 철봉과 함께 운동장 한켠에 테니스장 하나쯤 있는 학교들이 많다. 동네 공원에도 빼놓지 않고 테니스장이 있다. 그러다 보니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가 많다. 어느 운동이건 즐기려는 사람이 장비는 직접 살 수 있지만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구. 한 번쯤은 들어봤을 스포츠다. 정구를 두고 그저 ‘테니스와 비슷한 것 아니냐’, ‘테니스가 우리말로 정구 아닌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성에 간다면 정구를 우습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양복리에는 상당한 규모의 돔구장이 있다. 안성 국제정구장이다. 12면으로 이루어진 클레이코트에 1816석의 관중석을 갖춘 구장이다. 2007년 6월 준공돼 그해 제13회 안성 세계국제정구선수권대회를 치른 안성의 자랑이다.

▲ 안성시청 정구팀 선수단이 귀여운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수들과는 대조적으로 다소 경직돼 보이는 박경태 코치(아랫줄 왼쪽)의 표정이 눈에 띈다.

문경 국제정구장과 더불어 돔 정구장을 보유한 안성시는 최신식의 경기장만큼이나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정구팀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김경련(28)을 비롯해 현 국내 여자정구 최강자인 김보미(24)가 소속된 안성시청 정구팀이다.

◆ 국내 정구의 메카, 안성

안성에는 초등학교때부터 정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지난달 25일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 정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김보미는 안성 토박이로 안성 백성초-안성여중-안성여고를 졸업하고 안성시청에 입단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보미와 함께 복식 파트너로 국가대표 선발전 멤버 8명에 포함된 윤수정(25)은 초등학교를 고향인 양평에서 나왔을 뿐 안성여중-안성여고 출신으로 안성에서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김보미는 안성이 정구로 유명한 까닭을 이처럼 어린 나이부터 정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덕분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학교에 정구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정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워낙 안성이 정구로 유명하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된 곳이라 외부 환경이나 지원도 굉장히 좋아요. 저희도 걱정 없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인터뷰 당일 안성시청 정구팀 훈련을 지도하던 박경태 코치는 지난 1월 1일 안성시청 정구팀에 부임했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청 정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안성시청에 코치로 부임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부임한지 얼마 안됐지만 안성시청의 훈련환경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국제정구장도 그렇고 시설도 확실히 다른 곳에 비해 월등하고 지원도 충분해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습니다. 안성시청팀이 성적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안성시정구협회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이계왕 회장을 비롯한 안성시정구협회 직원들 역시 정구로 유명한 안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성시가 2년 연속 대통령기 전국정구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과 지난 3월 한국실업정구연맹전 여자단체전을 비롯해 국내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계왕 회장을 비롯한 안성시정구협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여자 정구 국가대표의 산실, 안성시청

▲ 안성시청 정구팀이 국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훈련 덕분이다. 여자선수로서 힘든 부분이 분명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꿋꿋이 이겨내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정구 국가대표팀은 남녀 각각 5명이다. 대한정구협회는 지난달 끝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녀 각각 8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가진 후 자체 평가전을 통해 5명의 최종 대표선수를 선발할 예정이다.

안성시청은 8명의 1차 대표선수 중 3명을 배출했다. 여자 단식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김보미와 송지연(20)을 비롯해 김보미와 함께 파트너를 이뤄 여자 복식 2위를 차지한 윤수정이 1차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5명의 대표팀 발탁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경련이 2012년 은퇴한 이후 안성시청은 국가대표를 또 다시 배출해내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보통 세대교체를 시도하면 과도기를 겪기 마련인데 안성시청은 곧바로 정상급의 선수를 길러내며 국내 최강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박경태 코치는 안성시청이 국내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요인으로 훈련량을 꼽았다.

“모든 종목에 어떤 선수든 열심히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성시청 선수들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만큼 훈련 마인드가 투철합니다. 새벽부터 러닝훈련을 시작해 오전·오후 훈련을 모두 소화하고 저녁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할 정도로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윤수정 역시 좋은 성적의 비결로 꾸준한 훈련량을 꼽으며 “연습량이 상당하다. 남자팀들도 우리 팀 훈련에 혀를 내두를 만큼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조금 힘들지만 열심히 훈련한 만큼 성적이 따라오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 정구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테니스와 달리 관중들의 호응도 크고 선수들끼리의 파이팅 스피릿도 활력적이다.

◆ “힘들지만 함께 파이팅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노려요.”

안성시청 정구팀은 새벽부터 훈련을 시작해 오전, 오후에 야간까지 라켓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운동선수로서 훈련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자로서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윤수정은 서로 좋은 플레이에 크게 호응해주는 모습이 힘들어도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테니스 같은 경우는 다소 개인적인 훈련이고 경기도 굉장히 조용한 가운데 치러지는데 정구는 달라요. 경기할 때나 연습할 때나 서로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고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어요.”

사실 한국에서 정구는 테니스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다. 테니스와 달리 고무공으로 한다는 점 외에 일반 사람들은 테니스와의 차이점을 발견해내지 못할 만큼 인기 종목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게 정구의 매력을 묻자 기술적인 면에서 테니스보다 낫다고 답한다.

“정구는 고무공으로 하다보니까 공을 칠 때 라켓에 스핀을 줘 공의 튀는 방향을 바꿀 수가 있어요. 스피드를 더 빠르게 만들 수도 있고 역스핀을 줘서 뒤로 튀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만큼 손에 감각이 중요하죠. 그리고 기술적으로 다양한 경기를 펼칠 수 있어 관중들의 호응도 좋은 것이 정구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구는 본래 일본에서 출발한 종목이다. 아시아에서 실력이 가장 좋은 나라도 일본이 꼽힌다. 한국이 일본과 1,2위를 다투며 대만과 중국이 그 뒤를 쫓고 있다. 하지만 김보미와 윤수정이 바라보는 아시안게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김보미가 그 목표를 얘기했다.

▲ 국내 여자 랭킹 1위에 빛나는 김보미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는 "아직 메달에 대한 생각은 없다. 열심히 하면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메달이 확실하지만 아직 메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물론 욕심은 있죠. 단지 어떤 색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이죠. 대신 처음 나가는 아시안게임이니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거두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 김보미, 윤수정 미니 인터뷰

-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다고 들었다. 힘들지는 않은지.

▲ 김보미 : “물론 힘들어요. 다른 남자팀들도 저희 훈련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 나는 너희 팀에 가면 못 견딜 것 같다’고 하는데 저희는 꿋꿋이 하고 있어요.”

- 정구와 테니스의 차이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 윤수정 : “테니스는 약간 개인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도 조용한 가운데 치러지고 훈련도 개인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구는 팀워크를 정말 중요시해요. 단체 운동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개인의 명예보다는 팀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경기도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을 더 우선에 놓고 훈련을 진행해요.”

- 정구의 매력은.

▲ 김보미 : “테니스보다 조금 더 감각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공을 어떻게 치고 스핀을 주느냐에 따라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더 크죠. 기술적인 부분으로 따지면 테니스보다는 더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 안성시청 정구팀 주장 윤수정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크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만큼 멘탈을 잡아주는 점에서 제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데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 윤수정 : “책임감이야 많죠. 저희 팀에 어린 선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실업팀으로 오기 때문에 가끔 심경의 변화가 올 때가 있어요. ‘나도 대학생들처럼 놀고 싶다. 스무살인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것을 잡아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희 팀은 이전부터 선배들로부터예절과 예의를 배워왔기 때문에 저희도 후배들에 고스란히 물려주려 해요.”

- 정구라는 종목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 김보미 :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게 조금 아쉽죠. 다른 종목에 비해 매스컴을 많이 타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에서 정구는 메달이 5개나 걸려 있어요. 메달도 많고 더욱이 한국이 금·은메달이 확실한데도 매스컴을 많이 안 타니까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아쉬워요. 사실 테니스에 조금 묻히는 듯 싶고요.”

- 두 선수는 언제까지 정구선수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 김보미 윤수정 : “선배들은 보통 실업팀에서 5~7년 정도 생활을 한 후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선수생활이 조금 짧은 편인 것 같은데) 예. 그렇긴 한데 남자 같은 경우는 결혼하고 33~34세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조금 어려워요. 저희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요.(웃음)”

■ 정구, 테니스와 이렇게 다르다

△ 기본적으로 공과 라켓이 틀리다. 정구 공은 공기가 들어있는 고무공으로 지름이 6.6cm, 무게는 30~31g 정도 된다. 고무공으로 만들어져 코트에 맞닿았을 때 회전이 다양하다.

라켓은 전체 길이가 69cm정도 되며 프레임은 보통 타원형으로서 길이 32cm, 너비 22cm이며 자루의 길이는 37cm 정도 된다. 70cm가 넘는 테니스 라켓에 비해 크기가 작다.

▲ 정구는 고무로 이뤄진 공으로 경기를 치르며 라켓 역시 테니스 라켓보다 조금 작다. 특이한 점은 라켓의 한 면만을 사용해서 스트로크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 정구 경기의 복식에는 전위와 후위라는 포지션이 있다. 전위는 앞에서 발리 위주로 상대 공격을 끊어줌으로써 득점을 올리고 후위는 스트로크 위주로 플레이한다. 포지션 구분의 특징은 전위 포지션 선수는 단식에 출전할 수 없다.

복식 경기 중의 포지션 교체는 가능하다. 남자팀 같은 경우는 최근 두 선수가 모두 전위로 나서는 ‘쌍전위’를 사용하기도 하나 아직 여자팀은 후위 포지션이 전위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 정구는 세트제로 경기가 이어지는 테니스와 달리 게임제를 취한다. 테니스는 카운트의 콜을 제로, 피프틴(15), 서티(30), 포티(40)로 하지만 정구는 제로, 원(1), 투(2), 스리(3)라고 부른다. 1게임의 승패는 4포인트를 먼저 선취함으로써 판가름나며 3-3으로 듀스가 됐을 때는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2포인트를 먼저 따내면 승리하게 된다.

△ 정구는 라켓의 두 면 중 한 면만을 사용한다. 테니스의 같은 경우는 손목을 비틀지 않고 결대로 밀어치며 백핸드 스토르크를 연결하지만 정구의 경우는 손목을 비틀어 포핸드 스트로크를 쳤던 면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친다. 김보미는 “이렇게 치는 것이 좀 더 공의 스피드를 붙일 수 있고 스핀을 주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취재후기] 고무공이 코트를 때리는 소리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수들의 파이팅이 귓가를 맴도는 정구는 테니스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훌륭한 경기장과 아낌없는 지원 속에서 꾸준한 발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 파이팅을 외치는 그들의 환희를 기대한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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