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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신예 트리오가 말하는 신생팀 돌풍의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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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신예 트리오가 말하는 신생팀 돌풍의 힘은?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2.1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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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명근·이민규·송희채...3인 3색이지만 뭉치면 무서운 신예들

 [300자 Tip!] 올 시즌도 역시 프로배구 V리그는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간의 전통의 라이벌전은 물론, 레오와 아가메즈의 최고용병 대결 및 최하위 한국전력을 홀로 이끌고 있는 토종 거포 전광인의 활약 등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송명근·이민규·송희채, 이 세 선수를 제외하고 올 시즌 프로배구를 논한다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신생팀 러시앤캐시를 이끌어가는 3인방? 3총사? 아니 3형제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이들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은 코트에서 손발을 맞추면서 기막힌 호흡을 보여주며 9일 거함 삼성화재까지 잡아내는 등 신생팀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프로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소속팀마저 새로 창단된 팀으로 들어갔음에도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이 트리오의 목소리를 통해 찾아봤다.

[용인=스포츠Q 글 강두원 기자 · 사진 이상민 기자] “저희 세 명이 각자 다른 팀에서 뛰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핫이슈를 꼽는다면 신생팀 러시앤캐시의 깜짝 돌풍이 그중 하나다.

▲ 왼쪽부터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가 용인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돌풍을 일으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 드래프트 2,3,4 순위로 나란히 입단한 ‘신인 3인방’ 송명근(21)·이민규(22)·송희채(22), 이 트리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제 갓 창단된 신생팀에 이제 갓 프로에 들어온 신인들이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자웅을 겨루는 비결을 무엇일까? 피나는 훈련? 상대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감독의 절묘한 전략전술?

과연 어떤 이유로 이들이 이렇게 처음부터 잘 하는 것인지, 그 비결을 들기 위해 러시앤캐시 배구단의 용인체육관을 찾았다.

◆ 장난기 많고 순수하게 보이는 ‘거포’ 송명근

‘말벌처럼 쏴라(Shooting like Vespid)’. 러시앤캐시 체육관 한 쪽 벽면에 자리 잡은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송명근의 한 박자 빠른 공격이 뇌리를 스쳐갔다. 마치 말벌의 날개짓처럼 빠른 스피드로 뛰어올라 독침을 쏘듯 상대 코트에 내리꽂는 강력한 스파이크는 상대에게 말벌의 독침보다 쓰라린 공격이지 않을까.

이렇듯 송명근은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앞세워서 한국전력 전광인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장난기 많은 송명근도 전광인과의 비교는 부담스러웠는지 “테크닉이나 기량 면에서 제가 아직 부족하다고 봐요. 스타일이나 폼도 워낙 다르다 보니까 비교하는 것도 약간 어색하네요”라며 솔직한 심정은 드러냈다.

하지만 “그래도 얼굴은 제가 더 잘 생긴 거 같으니까 얼굴로는 제가 신인왕이지 않을까요?”라며 농담 섞인 진담(?)을 던졌다.

▲ 말벌처럼 빠르고 강력한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를 공략하는 송명근, 코트 밖에서는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소년 같았다. 

인터뷰 내내 송희채와 이민규에게 장난을 치며 개구장이같은 모습을 보여 주던 송명근에게 나머지 두 선수와 언제부터 손발이 잘 맞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희채와 민규랑 경기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렇게 셋이서 계속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손발을 맞추다 보니까 어느새 호흡이 척척 맞고 기량도 점차 성장했어요. 그 때부터 서로에게 신뢰감이 생기고 부족한 부분 체크해주고 보완해주면서 성적도 올라갔어요”라며 진지한 모습도 보여 주었다.

프로에 와서 초반 연패에 빠지며 힘들었던 시기에도 이들의 활약 덕분에 연패를 끊고 감격적인 창단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어떤 팀과 상대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에 와서는 그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죠. 선배들의 기량과 노련미는 제가 쫓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그 때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희채와 민규가 있어서 다시 제 자리를 찾고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둘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 마법의 토스워크를 지닌 ‘스마트 세터’ 이민규

이민규는 강력한 공격을 앞세운 송명근과 안정적인 서브리시브를 갖춘 송희채보다 앞선 2순위로 러시앤캐시의 유니폼을 입었다.

배구는 ‘세터싸움’이라고 한다. 이민규는 2순위에 뽑힐만큼 우수한 기량도 갖추고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최태웅-한선수를 잇는 대형세터로 주목받았다. 191cm의 키를 활용한 빠른 토스워크는 상대 블로커의 혼을 빼놓는 수준이다.

러시앤캐시에서도 이민규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송명근과 바로티의 좌·우 쌍포를 비롯해 김규민과 김홍정의 속공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팀을 조율하고 컨트롤하는 역할의 적임자 역시 이민규다. 특히 차분하고 조용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에서 장차 리더가 될 수 있는 요건도 갖춘 것으로 보였다.

▲ 사진기자의 과감한 포즈 요구에 가위바위보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임한 이민규는 차기 리더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러한 활약으로 김세진 감독 외에 많은 배구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신인왕 1순위로 이민규를 꼽았다는 평가에 대해 한사코 나는 신인왕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저보다는 명근이나 희채가 받는 게 저한테나 또 팀한테 플러스 요인일 거예요. 그리고 저희 셋 중에 누가 받든 서로 도와가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기에 받은 상일테니 다 같이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상은 저희 팀에서 나왔으면 좋겠죠.”

또한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 나가는데 이민규의 역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상승세의 가장 큰 요인이 저 뿐만이 아니예요. 여기 있는 명근이와 희채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 했기 때문이죠. 또 한가지 요인은 승리하거나 패배했을 때 좋은 점은 흡수하고 나쁜 점은 걸러내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하다보니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차기 리더답게 모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 유쾌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언성(Unsung) 히어로’ 송희채

송희채에 대한 김세진 감독의 신임은 매우 두텁다. 김 감독은 송희채가 상대의 서브를 안정적으로 받아올리는 것이 공격의 시작이기에 그의 공헌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송희채는 그런 후한 평가에 대해 “(놀란 눈으로) 감독님이 언제 그러셨나. 감독님께서는 저희가 추구하는 빠른 공격의 시작으로 서브리시브를 중요시 하세요. 그래서 제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시기 위해 저에게 그런 평가를 내려 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또한 송희채의 포지션은 수비형 레프트로 소속팀 코치인 석진욱 코치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계보를 밟아나가고 있다. 롤모델 또한 석진욱 코치였다.

“석진욱 코치님이 커리어도 좋으시고 선수생활도 오래 하셨고 우승 경험도 많으시니까 코치님 같은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같은 팀에 있다 보니까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특히 선수라면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팀이 이기기 위해서 뒤에서 희생하거나 좋은 리시브를 올려줘서 공격이 매끄럽게 이어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그런 플레이가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석 코치님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을 닮아가고 싶어요.”

▲ 송희채는 코트에선 궂은 일은 도맡고, 코트 밖에서는 동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송희채 역시 시즌 초반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대학시절과 비교도 안 되는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대학 때는 내 플레이, 내 컨디션만 좋으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는데 프로에 와서는 그것만 가지고 이길 수 가 없었어요. 상대 팀에 공격방향 혹은 상대 세터의 토스워크 등을 분석하거나 면밀히 관찰해야 경기에 들어가서 상대 팀과 맞설 수 있었어요. 그래서 경기가 없는 날에도 열심히 상대 팀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3인 3색이지만 '우리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이처럼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또 팀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서 러시앤캐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6~7년을 함께 손발을 맞춰 오면서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인터뷰 내내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서 이들은 각기 다른 3가지 색깔을 지녔지만 한 몸과 다름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자기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 중에 한 명만 같이 뛰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누구와 같은 팀에 있고 싶은가?”라는 다소 난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세 명의 대답은 한결같이 “누굴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희 세 명이 각자 다른 팀에서 뛰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민규는 “희채만큼 리시브를 잘 올려주는 선수가 없으면 제가 가진 토스워크를 발휘하기 힘들 거 같고 제가 아무리 좋은 토스를 올려준다 한들 명근이만큼 확실하게 포인트로 이어줄 공격수가 어디 있을까 해요”라며 반문했다.

송희채는 “둘 다 제가 필요할 거 같은데요?”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일단 둘이 없으면 심심할 거 같구요. 배구적인 면에서 보면 제가 받은 리시브를 민규나 명근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을 본 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런걸 상상해보면 좀 어색할 거 같고 같이 뛰지 못한다면 아쉬운 마음이 클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송명근 역시 “서로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면 굉장히 아쉬울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신생팀 러시앤캐시를 이끄는 ‘신인 3인방’ 송명근·이민규·송희채, 이들이 소속팀을 지금의 성적으로 이끌고 자신들도 개인 기록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동료들에 대한 신뢰, 팀을 위하는 마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구열 등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세 선수의 막역한 우정과 배구에 대한 열정으로 서로에게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비결이다.

앞으로도 러시앤캐시는 물론, 한국배구를 이끌어 갈 재목인 이들이 한국을 넘어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송희채의 리시브와 이민규의 토스에 이은 송명근의 강스파이크로 승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국내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취재후기] 인터뷰 초반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면서 어색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던 세 선수는 사진기자의 과감한(?) 포즈 요구에 서로 안 한다고 버티다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모습에서 마치 오래된 소꿉친구들과 같은 면을 볼 수 있었다. 세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 역시 지금의 우정이 변치 않고 오래 지속돼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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