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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자랑' 율곡고, 고교야구 대반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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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자랑' 율곡고, 고교야구 대반란을 꿈꾼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11 08: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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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순례] 60번째 고교야구팀 파주 율곡고

[300자 Tip!] 지난해 11월 21일, 북한과 인접한 야구 불모지에 고등학교 야구팀이 출범했다. 지도자 생활만 올해로 20년째에 접어든 김종신(44) 감독을 필두로 22명의 선수들이 파주에 새 터를 잡으며 출발을 알렸다. 이제 갓 창간한 스포츠Q는 이제 막 창단해 담금질에 한창인 율곡고를 찾아 그들의 준비과정을 따라잡았다. 율곡고는 신생팀답게 분위기가 최고조였고 활기찼다.

[파주=스포츠Q 글 민기홍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고교야구 60팀 시대가 열렸다. 한동안 53개 팀에 머물러 있었으나 프로야구 인기을 타고 지난해 무려 6개팀(경기 소래고, 전북 인상고, 경기 장안고, 경기 상우고, 서울 디자인고, 파주 율곡고)이 창단했다. 전준우(롯데) 권희동(NC) 등을 배출해낸 경주고 야구부도 부활하며 마침내 꼭 예순개를 채웠다. 막내는 바로 지난해 11월 창단한 파주 율곡고. 전국 각지서 선수들이 모인 신생 고교팀에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학교와 학부모, 선수들까지. 그들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고교야구계를 뒤집을 꿈을 꾸고 있었다.

◆ 아파본 그들, 자신감 되찾다

2013년 11월 21일, 율곡고등학교 야구부가 창단했다. 김종신 감독은 꿈을 이루어보겠다는 신념으로 발로 뛰며 선수를 수소문했다. 단 석달만에 이루어진 창단과정이었다.

▲ 빠르고 견고한 야구를 추구하는 김종신 감독.

그는 "교장 선생님, 행정실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천부터 대구, 청주, 강원도, 멀리는 경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테스트를 보기위해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엄선한 22명은 모두 아파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출전 기회가 없어 자신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선수들은 김 감독을 믿고 파주로 모였다. 그들을 보듬고 밝은 꿈을 그려주는 것이 김 감독의 몫이다.

1학년생 외야수 권민규의 어머니는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배들이 없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출전기회를 잡으니 자신감이 솟는 것같다"며 "기죽어 있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게 보인다. 자신들이 이 팀의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의욕을 보이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들이 감독님을 믿고 따른다. 적극적으로 지도하는 감독님을 보면 아들을 파주로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감독의 지도에 믿음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직 율곡고는 3학년이 없다. 이제 1,2학년이 갖춰졌을 뿐이다. 김종신 감독은 선후배가 많이 없으므로 서로 각별히 아껴가며 생활할 것을 당부한다. 선후배이기보다는 형동생처럼 또 식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픔이 있었던 선수들은 감독의 주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동갑 아니면 한 살차이지만 선수들은 서로를 깎듯이 대하면서도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다.

◆ 율곡고, 파주에 바람을 일으키다

파주는 사실 스포츠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국내에서 A매치를 치르기 전 소집돼 훈련하는 곳이 바로 파주 트레이닝센터가 아닌가. 축구 도시 파주에 율곡고는 작지만 의미있는 야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율곡고 감독이 되면서 우리 야구부가 파주의 자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지난해 창단 때 미디어에 꽤 많이 언급되니 기분이 좋더라. 율곡고가 지난해까지 학생 모집 때 매년 미달이 나는 학교였다고 들었다. 야구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입학생들은 경쟁이 치열해 학급도 네반에서 다섯반으로 늘었다더라. 야구부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겠나. 동네 조기축구회 아저씨들도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주신다.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같아 기분이 좋다."

▲ 율곡고 야구부는 어느덧 법원읍 대표, 파주 대표가 되었다.

김 감독의 말이다. 율곡고는 법원읍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취재 차량으로도 한참을 들어간 '촌동네'였다. 선수들은 운동에 집중하기에, 주민들은 동네 야구팀을 성원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율곡고 야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율곡 야구부는 어느덧 법원읍의 자랑, 파주시 대표로 자리잡았다.

◆ 빠르고 견고한 율곡야구

김 감독은 어떻게 팀을 꾸려나갈까. 그가 입힐 율곡고의 야구 색깔에 대해 물었다.

"갈수록 포수의 힘이 커진다. 나는 배터리(투·포수) 지도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하는 편이다. 똑똑한 포수가 팀을 이끌어간다는 신념이 있다. 즉, 수비에 중점을 두는 야구를 추구한다. 단기전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팀은 수비가 견고한 팀이다. 탄탄한 수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맹추위에도 훈련을 소화중인 율곡고 야구부.

김종신 감독은 잠수함 투수 출신이다. 천안 북일고 시절 두각을 드러내며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억대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종범, 구대성, 지연규, 김홍집 등이 동기다. 인하대 재학 시절 때는 전국대회서 3관왕도 했던 투수다. 투수 출신답게 송구 기본기를 비롯한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탄탄한 수비와 함께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 공격적인 주루 색깔을 입힐 것이다. 빠른 야구가 율곡고의 팀컬러다."

신생팀 감독다운 패기가 묻어났다. 그는 체격은 크지 않지만 다부져보였다. 잠수함 투수들이 춤추는 공으로 강타자들을 돌려세우듯 변화무쌍한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흔드는 팀컬러를 입히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 3년내 우승을 꿈꾼다

율곡고는 이달말에 충청리그 대회에 출전한다. 19개팀이 나오는 이 대회는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충청지역 일대(청주 야구장, 청주고, 세광고, 공주고, 천안 북일고)에서 열린다. 율곡고는 이 대회에 나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 한다. 다음달에 출전할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대회가 정식 경기로는 첫 대회다.

김 감독의 목표는 3년내 우승. 올시즌 목표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대회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는 신생팀 치고 개개인의 실력이 크게 빠지지 않는 선수구성이라며 3년이면 우승도 가능한 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주장 박종혁(2학년)의 올해 목표는 '최선을 다해 재미나게 야구하는 것'이다. 그는 "신생팀인데도 우리의 기량은 나쁘지 않다"며 감독과 똑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올해 성적을 내기는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우리가 최고"라면서 "졸업반인 내년에는 일 한 번 내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 주목하라, 이들을

김 감독이 직접 율곡고의 주요 선수를 줄줄이 꼽아주었다. 추신수, 류현진같은 대스타가 될지도 모르는 선수들이니 이번 기회에 스포츠Q를 통해 기억해뒀다가 몇년후 기억을 되살려보면 어떨까.

▲ 김명건(42) 코치가 타격폼을 지도하고 있다.

"권민규는 우투우타 외야수, 장병선은 우투좌타 외야수다. 둘은 빠르고 센스가 있다. 율곡고의 빠른 야구를 실현해줄 선수들이다. "

"김동현은 오른손 거포 외야수인데 파워가 일품이다. 펀치력이 대단해 걸리면 무조건 넘어간다."

"선우진은 좌완투수다. 체격이 좋아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

"성명기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조금만 가르치면 구속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김태권은 사이드암 투수였는데 최근 팔의 각도를 약간 높여 스리쿼터로 던진다. 변화구가 일품이다. 내 아들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에너지가 넘쳤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선수들 포지션이 그려진 칠판을 쉴새없이 가리키고 액션을 직접 취하며 훈련 시범을 보여주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본인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펑고도 직접 쳐주고 배팅볼도 직접 던져준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믿고 멀리 파주까지 와준 선수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내며 "반드시 잘해내고야 말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장 취재를 간 지난 4일은 영하 11도의 강추위로 몸을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던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곡고 선수들은 김명건 코치의 지도하에 한파는 남의 일이라는듯 아랑곳않고 맹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 율곡고 야구부는?

▲ 60번째 고교야구팀, 파주대표 율곡고등학교는 대반란을 꿈꾼다.

2013년 11월 21일에 창단했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에 위치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3년간 총 4억원의 창단지원금을 받는다. 김종신 감독, 김명건 코치가 이끄는 율곡고 야구부는 투수 선우진(이하 배번 21) 성명기(14) 김태권(17) 최효광(11) 김대용(13) 김건우(2) 장민석(29), 포수 최재영(12) 박진우(32), 내야수 박종혁(7) 김채빈(5) 김기현(18) 임찬우(27) 김태모(6) 안희영(8) 김규식(25), 외야수 장병선(3) 권민규(1) 김동현(24) 김도균(15) 정한샘(9) 박재범(10) 등 총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 2014년 고교야구는?
다음달 22일 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막을 올려 5월 4일까지 열린다. 5월 12일부터 21일까지 황금사자기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5월 31일부터 7월 6일까지 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 7월 18일부터 28일까지 청룡기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대통령배, 8월 28일부터 9월 14일까지 봉황대기,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대한야구협회장기 대회, 제95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대회 등 총 8개의 대회가 열린다. 봉황기를 제외한 모든 대회는 지역예선을 거쳐 진행된다.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16팀만 참가할 수 있다.

[취재 후기] 지난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발을 들인 NC 다이노스는 신생팀답지않은 조직력으로 프로야구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율곡고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열정, 선수들의 의욕, 학부모와 학교의 전폭적인 믿음이 맞물려 신나는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포츠팬이라면 이제 파주를 60번째 고교야구팀 율곡고의 도시로 기억해봐도 좋을듯 싶다. 조만간 야구명문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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