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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유스 GK 김로만, '혼혈 스타' 도약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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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유스 GK 김로만, '혼혈 스타' 도약을 꿈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0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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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아스가 롤모델...포항 유스서 괄목상대 활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K리그 클래식의 포항 스틸러스 유스는 유망주들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외국인 선수 하나 없는 황선홍 감독의 '쇄국축구'가 두 시즌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포항 유스에서 길러낸 유망주들이 괄목성장해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의 수문장인 신화용(31)을 비롯해 최전방 공격수로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도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김승대(23) 등이 포항 유스팀인 포철중과 포철고 출신이다.

비록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지만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K리그 연속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명주(24) 역시 포항 유소속의 포철중, 포철고를 나왔다.

2012년 이명주와 함께 2011년 고무열(24), 2013년 문창진(21)까지 3년 연속 신인상(영플레이어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포항 유스의 힘이었다.

그리고 지금 포철고에서 또 한명의 유망주가 쑥쑥 자라고 있다. 포항 U-18(18세 이하)팀의 골키퍼 김로만(18)이 그 주인공이다.

▲ 포항 스틸러스 U-18 유스팀인 포철고에서 뛰고 있는 김로만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 축구 무대를 평정했던 김로만은 191cm의 장신에 유연성과 순발력까지 겸비, 포항의 차세대 주전 수문장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 큰 키에 순발력·유연성까지 겸비 '대형 골키퍼' 기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혼혈'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많이 그 시각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계에서 혼혈선수가 성공 신화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김동관 전 서울 삼성 감독 역시 현역시절 이름을 날렸고 현재 KBL 무대에서 뛰고 있는 문태종이나 문태영, 전태풍, 이동준, 이승준 역시 혼혈 귀화선수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축구계에서도 여러 혼혈스타가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장신 수비수로 활약했던 장대일도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2008년 프로축구 2군 리그 최우수선수 출신으로 현재 포항에서 뛰고 있는 강수일도 마찬가지다.

지금 포항 유스에서 뛰고 있는 김로만 역시 혼혈선수다. 김로만의 아버지는 1990년대말까지 러시아에서 무역업을 한 김영식(43)씨. 어머니는 김영식씨가 운영하던 회사 직원이었던 러시아인 김악사나(45)씨다.

이국적인 외모는 그에게 언제나 스트레스였다. 친구들에게 받은 설움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축구 분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의정부 신곡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5학년 때 미국 이민을 준비하느라 잠시 축구를 중단했었는데 이민 계획이 취소되면서 다시 축구를 시작했어요. 당시 감독 선생님께서 필드 플레이어 말고 골키퍼를 해보라고 권유하셨죠."

초등학교 6학년인 2009년부터 골키퍼 장갑을 본격적으로 끼기 시작한 그는 신곡초등학교가 그 해 세차례나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데 앞장서며 '리틀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일찌감치 포철중에 스카웃됐다.

그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단 체격부터가 남다르다. 이미 중학교 1학년때 185cm를 넘었던 그의 키는 191cm까지 자라났다.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면 195cm까지도 자랄 수 있다.

키가 크면서도 순발력이 뛰어나다. 유연성까지 갖췄다.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아버지와 피겨 강국 러시아 출신 답게 어렸을 때 피겨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어머니의 '스포츠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 차세대 포항의 주전 골키퍼를 꿈꾸는 김로만이 슈팅을 막아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김로만은 이미 안정적인 방어 능력으로 홍명보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골키퍼 유망주로 공인받았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 홍명보 장학재단 장학생 선정된 유망주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수많은 지도자들로부터 '괴물 골키퍼'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는 포철중에 입학한 뒤에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 명문 포철중의 주전으로 뛰면서 추계연맹전 저학년부에서 우승할 당시 14경기에서 단 4실점만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2010년 홍명보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히면서 유망주임을 공인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1년에는 대교 눈높이 전국중등 경북리그에서 14경기 3실점이라는 기록적인 수비로 포철중의 우승을 이끌었고 풍생중과 왕중왕전 결승에서는 승부차기에서 단 한 골만 허용하며 3-1 승리를 이끈 주역이 됐다.

2012년 2월에 열렸던 맨유 프리미어컵 춘계중등연맹전에서도 포철중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골키퍼상까지 받았던 그는 그해 경남에서 열렸던 소년체전에서도 눈부신 선방으로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학교를 정상에 올려놨다.

김로만의 성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김천에서 열렸던 문화체육장관배에서 포철고가 우승할 당시 김로만은 최우수 골키퍼에 선정됐다.

아직 그에게 부족한 것은 힘이다. 고교와 성인 무대에서는 상대 공격수를 압도할 수 있는 파워가 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선방을 펼칠 수 없다. 김로만은 "꾸준히 줄넘기와 근력운동을 하는 등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로만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골키퍼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이케르 카시야스다. 카시야스처럼 안정적인 볼 처리와 방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의 큰 키를 보면 193cm의 장신을 자랑하는 다비드 데 헤아를 연상하게 한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 포항 주전 골키퍼 넘어 대표팀 주전까지 '원대한 꿈'

"이케르 카시야스를 좋아해요."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라 데시마'를 이끈 카시야스가 김로만의 '롤 모델'이다. 안정적인 볼 처리와 방어 능력을 보여주는 카시야스를 좋아하는 것만 보더라도 김로만이 어떤 골키퍼가 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큰 키를 보면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비드 데 헤아 또는 에드윈 반더사르를 연상시킨다.

김로만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2년 뒤면 유스까지 졸업하고 대학을 가거나 프로에 곧바로 데뷔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진로에 대한 결정은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로만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의 속내를 들어보면 내심 곧바로 K리그로 가고 싶어하는 듯 하다. "지금은 꿈일 뿐이지만 포항의 유니폼을 입고 싶고 신화용 선배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까지 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다.

포항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성장했던 선수가 K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김로만의 꿈은 원대하긴 하지만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대형 골키퍼의 출현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 축구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안정적인 수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정성룡(29·수원 삼성)과 이범영(25·부산), 김승규(24·울산 현대) 등이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큰 키와 안정적인 수비를 동시에 잡은 선수는 없다. 언제나 우리나라 골키퍼들의 면면을 보면 장신이면 땅볼로 날아오는 슛에 다소 취약하거나 순발력이 떨어지곤 한다.

그러나 순발력과 유연성까지 갖춘 장신 골키퍼라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선수들이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모두 유럽무대로 진출했으면서도 정작 골키퍼는 아직까지 유럽 진출 사례가 없다. 김로만이 한국의 야신'으로 자라나 그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다면 사상 첫 유럽 진출 1호 골키퍼가 될 수도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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