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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 강의석, 종교자유부터 변희재 다큐까지 '문제적' 청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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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 강의석, 종교자유부터 변희재 다큐까지 '문제적' 청년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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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독립영화 ‘미션스쿨’(지난 15일 개봉)의 제작자 겸 감독 강의석. 스물아홉 청년은 분깃점마다 돌출해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에 포크를 푹푹 꽂았다.

고교시절 학내 종교자유 투쟁을 벌였으며,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엔 전쟁반대 누드 퍼포먼스, 병역 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독립영화 영화인으로 변신해 명함을 내밀었다.

2004년 명문 종교 사학고교에서 벌어진 인권 문제를 담은 실화 드라마 ‘미션스쿨’은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목숨을 건 46일간의 사투를 감행했던 고등학생 강의석의 실화를 순 제작비 4000만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영화는 암묵적으로 자행돼 온 미션스쿨의 종교 강요와 학생들의 인권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제6회 부산평화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원래 러닝타임은 70분 정도 됐는데 많이 덜어내고 62분으로 맞췄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누구 이야기인줄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주인공 바울(이바울)과 엄마(임정은)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좀 짧은 영화가 돼버려 아쉽다.”

2013년 인권연대에서 자신의 투쟁을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으나 제작미 마련의 여의치 않아 주춤거렸다. 결국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 7월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자신의 이야기였으나 완성도를 위해 전문 시나리오 작가에게 집필을 의뢰했다가 극의 취지와 맞질 않아 직접 시나리오를 맡았다.

“연출도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의뢰하려 했는데 제작비 문제 때문에 내가 맡게 됐다. 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다. 훌륭한 스태프들 만나서 즐거운 나날이었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6000만원이 들었는데 인권단체 지원금 1000만원, 교도소 출소 뒤 1년8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3000만원, 창의 인재 다큐멘터리 감독 양성 프로그램 후원금 등을 보탰다. 다행히 영화진흥위원회 후반작업 지원을 받게 돼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영화로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목표를 가지진 않았다. 목표 관객 수는 2000명으로 소박하게 정했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 모두와 소통하려고 하면 10년이 지나도 만들 수 없다고 여겼다. 이제 시작인데 ‘미션스쿨’로 칸영화제에 가겠단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했다. 영화 제작을 결심한 이유는 학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충암고 급식사건 등 10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학생이던 시절과 별반 변한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난관은 곳곳에 도사렸다. 독립영화 워크숍에서 시나리오 작법을 배우긴 했으나 ‘실전’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영화를 접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편집 단계에선 스트레스 탓에 술을 많이 먹어 체중이 20kg가량 늘었다. 감독이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차량 운전기사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배우와 스태프는 진짜 열심히 했는데 내가 못살려냈다. 힘들었던 건 학생 인권을 다룬 영화라 학교 촬영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촬영 2주 전에 열린 사고의 교장 선생님들로부터 허락을 받아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분들이 ‘학교 안의 1년은 세상의 10년과 맞먹는다. 그만큼 제일 늦게 바뀌는 게 학교다’란 말씀을 해주셨다. 듣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미션스쿨’이 종교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소모적 논란이 아닌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래서였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도 ‘강의석’으로 하지 않고 독립영화 배우 이름인 ‘이바울’로 정했다.

“동갑내기인 바울이랑은 첫 날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 많이 나눴다. 극중 단식투쟁 장면으로 인해 체중감량을 많이 해야 했는데도 편하게 이해해줬다. 디렉션할 게 딱히 없는 경험 많은 배우라 현장만 준비되면 그의 독무대였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황홀감을 느꼈다. ‘이 못난 시나리오도 배우가 살릴 수 있구나’란 생각이 파고들었다.”

 

강의석이 그려온 굴곡 많은 궤적에 대한 선입견일까. 과격하고 투쟁적인 열혈 청년 이미지다. 그래서 극중 이바울의 조용한 저항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작 강의석은 자신에 대해 온유한 성격에 말이 없고, 나서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나도 당시에 담담하게 문제 제기를 했지 강하게 행동한 적이 없었다. 성격 자체가 ‘좋게 좋게 하자’ 주의였다. 단식도 투쟁의 도구라기보다 내 마음이 미움으로 인해 탁해지는 거 같으니까 깨끗해지고 싶어서 시도했던 거다. 다만 인간관계에서 소심한 거랑 어떤 상황에서 나서는 거랑은 다른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과 의례겠거니 하고 지나갔던 교내 체벌과 비상식적인 교칙 등을 바라보며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거에 분노했다. 감수성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교장 선생은 “한총련” “운동권의 덫에 걸린 하이에나”란 별명을 붙여줬다. 교내 징계위원회에 불려 나가기도 했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엔 퇴학당해 2개월간 학교에 나가지 못했던 강의석이 법원으로부터 퇴학무효 가처분 신청을 받은 뒤 임시학생 신분을 얻어 휠체어를 탄 채 등교하는 모습이 담겼다. 어머니와 바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내려 앉아 있다.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변했다고 과연 변화할까.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바울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바울이 평온한 일상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싸움은 계속됨을 보여주고팠다.”

 

강의석은 두 번째 영화로 다큐멘터리 ‘애국청년 변희재’를 2개월째 촬영하고 있다. 진보의 목소리를 높여온 강의석과 보수 논객 변희재가 주인공이다. ‘종북 빨갱이’를 성토하는 변희재의 목소리가 진심인지 미치도록 궁금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주변에선 “변절했느냐”란 질타가 쏟아졌다. 공통 키워드는 안티를 양산해온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논란과 악플이 예상되는 위험한 작업이다.

“분단 70주년의 극단적 사회에 필요한 다큐라고 여겼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에 대한 혐오가 일상화 돼버리지 않았나. ‘좌익 스파이다’ ‘뒤통수를 칠거다’ ‘군대도 거부한 빨갱이랑 왜 손을 잡느냐’란 소문에 희재 형이 처음엔 거절했다. 이후 애국산악회를 따라다니며 신뢰를 줘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정이 들려면 정나미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카메라를 집어 던지고 싶은 순간도 생기고 그랬다. 보통 다큐하면 사상적으로 비슷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찍거나 소외된 사람을 찍는 데 극단의 인물을 찍고 있으니 내게도 도전이다.”

개인적 궁금증이 떠올랐다. 시간여행을 떠나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돌아온 그의 대답. “전혀 가고 싶지 않다. 그러면 또 병역거부를 해서 감옥에 가야 하니까. 나의 양심이자 소신이다”.

“엄마, 아빠가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가슴 아픈 멜로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우리 사회의 성적인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성을 더러운 게 아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유쾌한 ‘19금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남성 입장이 아니라 사람의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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