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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 '들꽃' 이바울, 독립영화 별이 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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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 '들꽃' 이바울, 독립영화 별이 되다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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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바.울. 초대 그리스도교 사도이자 전도자 이름을 가진 스물아홉 배우가 독립영화 신(Scene)을 맹렬히 누비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미션스쿨’(감독 강의석)의 학내 종교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고교생 바울에 이어 11월5일 개봉하는 ‘들꽃’(감독 박석영)에선 청각장애우 바울로 연이어 스크린을 채운다.

◆ 학생인권 다룬 실화영화 '미션스쿨' 주연...11kg 감량으로 후유증

‘미션스쿨’은 암묵적으로 자행되어 온 종교 사학의 종교 강요와 학생 인권문제를 다룬 실화다. 2004년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강의석 감독이 연출·제작을 맡았으며, 이바울은 종교수업과 예배를 거부해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는 바울 역을 열연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는 화가 났어요. 아버지가 목사님인데 기독교를 비하하는 소재로 받아들였거든요. 감정을 움직이는 부분은 분명히 있으나 종교적인 면 때문에 민감했죠. 하지만 감독님으로부터 ‘중요한 건 학생 인권이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에 생각을 바꿨어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교내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현상들의 보완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극중 바울이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장면을 위해 30일 만에 11kg을 감량했다. 이어 일상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9일 만에 다시 9kg을 찌우는 무식한(?) 시도를 감행했다.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트레이너나 음식 관리해주는 사람 없이 오롯이 저 혼자 살을 뺐어요. 하루에 과일 한주먹만 먹고, 운동하면서 감량했죠. 평소 장난을 많이 치는데 배고파서 말할 힘조차 없어지니까 싸늘하고 어두운 캐릭터가 절로 되더라고요. 9kg을 다시 늘이면서 간수치가 400까지 올라 병원 응급실까지 갔었죠. 지금도 살과 살 사이에 물이 차고, 복부에도 후유증이 남았어요.”

◆ 독립영화 '즐탁동시' 탈북소년으로 데뷔...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마스크 매력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독립영화 ‘즐탁동시’의 탈북소년 준으로 혜성처럼 스크린에 상륙한 이바울은 ‘서울137’ ‘봄’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못’ 등 화제작에 연달아 출연했다. 그는 젊은 감독들이 앞다퉈 시그널을 보내는 스타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마스크, 유연함과 폭발력을 두루 지닌 연기력 때문이다.

 

“데뷔하고 나서 두 달은 자만심이 작렬했어요. 영화에 데뷔했으니까 ‘잘 풀릴 거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거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내가 열심히 뛰지 않으면 돌아오는 게 없구나. 시건방졌구나’를 절실히 깨달았죠. 현재 독립영화 4년차예요. 아직 신인인데 사람들은 중견처럼 보더라고요. 지금은 독립영화에 빠져 지내는 시기예요. 맞춤형 영화가 아닌, 감독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 매력이에요. 안 좋은 건 딱 하나, 금전적인 면이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시네마펀드(ACF)에 선정된 ‘들꽃’은 서울독립영화제, 스위스 제네바블랙무비국제영화제, 프랑스 모베 장르국제영화제, 베이징 국제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은 수작이다. 거리를 떠돌던 세 소녀가 삼촌이 운영하는 모텔에 감금되고, 삼촌의 똘마니 태성과 바울을 만나면서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담았다.

◆ '미션스쿨' 확고한 신념의 저항소년 vs '들꽃' 순수한 청각장애우 연기

“‘미션스쿨’의 바울이 확고한 신념으로 저항하는 캐릭터라면 ‘들꽃’의 바울은 천사 같은 인물이에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배고프면 먹고...바보 같을 만큼 순수한 캐릭터죠. 그래도 돈도 잘 벌고, 문도 잘 고치는 등 할 건 다 해요. ‘들꽃’이 거칠고 어두운데 제가 나올 때가 유일하게 쉬어가는 타임이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다른 배우들은 영화인들과 어울려 밤새워 술 마시기 바빴음에도 이바울은 무려 20편에 이르는 영화를 관람했다. 단지 영화 보는 게 즐거워서다. ‘미션스쿨’ ‘들꽃’ 속 두 바울의 모습이 이바울에게서 어른거린다.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많이 보여요. 그래서 방심하면 안 되겠구나 다잡게 되고요.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고 벅찬데 저를 긴장하게 만들어요. 전 제 연기를 연습하면서 가족에게 제일 먼저 보여줘요. 첫 번째 관객인 가족들은 솔직하게 평을 해주고요. 그러면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다시 보여주고요.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제 안에 인격체가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을 얻게 돼요. 그리고 난 뒤 감독님께 (연기를)보여드리면 대부분 좋아하시더라고요.”

◆ 지난달 아버지 여읜 슬픔 일로 극복..."상업영화 하더라도 독립영화 잊지 않을 것"

지난달 아버지가 타계했다. 이바울은 아버지가 완성된 ‘미션스쿨’을 보지 못하신 게 가장 큰 한이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망신고와 출생신고를 하는 곳이 같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했어요. ‘기쁨과 슬픔은 공존하는 거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정신없이 바빠야 슬픔을 극복할 듯싶어요. 앞으로 상업영화계에 진출을 하겠지만 그쪽에 가서도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외면하진 않을 거예요. 배우로서 얻는 신선한 자극이 너무나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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