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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셀프디스' 김현수-유희관, 미라클 두산 베어스 힘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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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셀프디스' 김현수-유희관, 미라클 두산 베어스 힘의 원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25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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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나는 기본만 하면 돼, 다른 선수들이 해줄 것" 유희관 "잃을 것 없어, 편안히 던질 것"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힙합과 랩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디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야구계에서도 ‘셀프 디스’로 취재진을 웃게 만드는 스타 플레이어 2명이 있다.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와 유희관이다.

김현수와 유희관은 25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두산을 대표해 김태형 감독과 함께 착석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이은 ‘3연속 등장’이다.

김현수가 셀프 디스의 시작을 알렸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다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김현수는 “2년 전에 크게 한 것이 없다. 내가 기본만 하면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해줘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잘해줬으면 하는 선수는 나다. 나한테 잘하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끝이 아니었다. 한 취재진이 2년 전의 두산과 달라진 점을 비교해달라고 요청하자 김현수는 “저희는 용병 선발이 한명 없다는 것(앤서니 스와잭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타격면에서는 내가 병살을 안 치는 것이 달라진 것 같다”고 또 스스로를 낮췄다. 2008년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 끝내기 병살타는 김현수에게 너무 아픈 기억이다.

유희관의 셀프 디스 강도도 김현수 못지않았다. 정규리그 18승 투수인 유희관은 후반기 극도로 부진한데 이어 가을야구에서도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 나온 것이 민망할 정도다. 잘 하려하다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며 “잃을 것이 없다. 편안하게 던지겠다. 못 던지면 비난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선발은 유희관이다. 그동안 유희관이 못 던져도 우리가 이겼다. 못 던져도 이기는 게 제일 좋다”며 “유희관이 해줘야 한국시리즈가 재밌어진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편하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 유희관을 멋쩍게 만들었다. 유희관의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깊은 배려가 담긴 뼈 있는 농담이었다.

유희관의 룸메이트는 함덕주. 두산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선발과 불펜에서 각각 큰 역할을 했던 두 좌완은 가을 들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유희관은 “덕주한테 기대가 크다. 삼성에는 좌타자가 많으니 선발에서 (이)현승이 형으로 잇기 위해선 덕주가 잘해야 한다”며 “축 처진 방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두산이요 두산 하면 김현수다. 그가 두산의 상징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야구팬은 없다. 유희관은 후배 투수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베어스의 ‘왼손 잔혹사’를 말끔히 청산한 주인공이다. 스스로를 쉴새 없이 다그친 둘은 “우승하기 위해 고생했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전의를 다졌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수는 우승하게 될 경우 “유희관의 옷을 벗기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희관이형의 옷을 벗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자 유희관은 “우승만 한다면 무언들 못하겠다. 다 잘할 수 있다”며 “현수가 두산에 남아 삼성처럼 4연패를 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미라클 두산'이다. 2001년 이후 SK, 삼성 왕조에 번번이 막혀 ‘준우승 전문팀’의 이미지를 굳혔지만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 9회초 뒤집기승에서 보듯 숱한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김현수와 유희관, 두 간판스타의  바람처럼 베어스가 1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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