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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 '어록제조기' 두산 김태형 감독, 초보같지 않은 미디어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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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 '어록제조기' 두산 김태형 감독, 초보같지 않은 미디어 활용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2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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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지고 야구는 이기겠다", "유희관 못 던져도 우리는 이겼다"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골프는 지고 야구는 이기겠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현역이나 코치 시절 한솥밥을 먹은 적이 한 차례도 없다. 25일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둘의 인연, 에피소드 등을 듣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류중일 감독은 “김 감독이 골프를 잘 친다고 들었다”며 “시즌 후 언론사 주최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붙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김태형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골프는 지고 야구는 이기겠다”고 답변했다.

‘어록 제조기’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선발을 발표해달라는 질문에는 “굳이 대답을 해야 하느냐”고 웃으며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이 던졌기 때문에 유희관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덧붙인 말은 더 압권이다. 가을야구 내내 시원찮은 유희관이 “더 내려갈 곳도 없다. 못 던지면 비난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고 하자 “유희관이 못 던져도 팀은 이겼다. 그게 더 좋은 것 아닌가”라고 유머감각을 뽐냈다.

준플레이오프로 돌아가보자. 김태형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키 플레이어인 조상우를 공격했다. “조상우가 굉장히 좋긴 한데 어린 선수가 너무 많이 던져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며 “어린 선수의 미래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감독이 던지라니까 죽어라 던질 거 아니야. 나중에 후회한다. 무리하지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명 문제, 오재원과 서건창의 설전 등으로 준플레이오프가 시끄러워지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두산이 우리를 도발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음날, 김태형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머금은 채 능청스럽게 “우리가 북한도 아니고 무슨 도발이냐”고 받아쳤다. 기싸움에서 이겨서였을까. 야구팬들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점차 열세를 뒤집는 ‘미라클 두산’의 위력을 봤다.

김태형 감독은 팬들의 절대 지지를 부탁하는 쇼맨십도 갖췄다. 그는 “5차전 잠실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 과정을 떠나 두산 베어스 팬 앞에서 헹가래치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며 “항상 열정적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독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 팬들과 함께 한국시리즈를 즐기며 결실을 맺겠다. 좋은 분위기 그대로 경기에 임하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성원, 호응을 유도했다.

지난해 두산 팬들은 전임 감독의 야구를 보며 “두산 특유의 팀 컬러가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구단은 팬심을 반영해 OB 안방마님 출신 김태형 감독을 SK 와이번스로부터 영입했다.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명장의 조건 중 하나는 언론을 이용할 줄 아는 것. 김태형 감독은 미디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령탑이다. ‘초보같지 않은 초보’ 김태형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도 능수능란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까.

7판 4승제의 한국시리즈는 26일 오후 6시 30분 대구구장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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