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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UN이 주목하는 '좋은 세상 만들기' 스포츠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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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UN이 주목하는 '좋은 세상 만들기' 스포츠의 역할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26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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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C '스포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컨퍼런스..."난민 문제 해결 스포츠로 가능, 태권도박애재단 설립 예정"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달 초 지구촌에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다.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밀려온 시리아 국적의 3세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길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와 세계태권도연맹(WTF)이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스포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컨퍼런스에서는 체육 활동과 스포츠를 통한 개발이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던졌다.

▲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스포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란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스포츠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활발한 신체 활동을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단체 스포츠를 통해선 갈등과 분쟁 따위의 부정적인 개념들을 협력과 통합으로 바꿀 수 있다. 컨퍼런스 참여 연사들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 '민주적인 스포츠' 태권도, 난민에게 희망을

‘한국의 국기’ 태권도가 선봉에 선다. 조정원 WTF 총재는 기조연설을 통해 태권도박애재단(THF, Takwondo Humanitarian Foundation)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닻을 올릴 예정. 첫 번째 타깃은 지진과 내전으로 신음하는 네팔과 시리아다. THF는 태권도 사범과 의료봉사단원을 파견할 구상을 하고 있다.

WTF는 지난 9월 21일 미국 뉴욕 국제연합(UN) 본부에서 열린 2015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축사에서 이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나흘 뒤 뉴욕에서 개최된 제70차 UN 총회에서 스포츠가 지속가능개발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포함되며 WTF의 플랜이 날개를 달게 됐다.

▲ 조정원 WTF 총재는 태권도박애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며 "태권도야말로 가장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스포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정원 총재는 “태권도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스포츠”라며 “축구, 농구 럭비에 비해 관람종목으로서의 인기는 떨어질지 몰라도 참여종목으로서는 어느 종목에 뒤지지 않는 인기스포츠다. (개발이라는 측면에 있어) 참여인구수는 관람인구수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권도 인구는 206개국 7000만 명에 달한다.

이어 “고가의 장비도, 경기장도 필요 없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몸을 쓰는 동시에 지적인 면을 요하니 정신 수련을 통해 마음까지 단련한다”며 “태권도는 인종, 종교, 문화, 성별, 언어 등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 국제개발의 중요한 인도주의적 자원으로 입증된 태권도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UN난민기구의 스포츠 인도주의 활동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미 시작됐다. IOC는 지난 9월초 200만 달러(24억원) 규모의 난민 지원기금을 긴급 조성했고 UN의 산하기관 UN난민기구(UNHCR, 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와 협력해 의미 있는 지원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 공헌을 통해 올림픽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적 의도도 숨어있다.

126개국 9000여 명이 활동하는 UNHCR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들을 난민에게 제공하는 기구로 300개국 4000만 명을 돕고 있다. 1950년 설립돼 2003년부터는 UN의 상임기구로 격상됐다. 100%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는 이 기구는 노벨상을 두 차례 수상했을 정도로 국제사회서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 UNHCR을 대표해 연사로 나선 헤베커 위원은 "스포츠가 난민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HCR를 대표해 연사로 나선 UNHCR 한국대표부 더크 헤베커 대표는 “스포츠와 레저 활동은 적지 않은 비용을 요하기 때문에 그간 재정 지원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스포츠는 큰 기쁨을 줘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수단이 된다. 난민과 실향민에게 생존에 대한 동기부여도 가능하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IOC와 세계적인 축구 클럽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후원이 부족해도 곳곳의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난민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다”면서도 “4000만 명에 대한 재정지원이 쉽지는 않다. 아직 자금이 부족하고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난민지원 활동에 더 많은 스포츠조직과 사업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 올림파프리카, 스포츠 불모지 아프리카를 깨우다

아프리카는 인권보호,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낙후된 대륙이다.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이 줄을 잇는다. 스포츠 불모지 아프리카에 희망을 안긴 단체는 바로 ‘올림파프리카(Olympafrica)’. 1992년 세네갈에 설립된 이 단체는 40개국이 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며 어린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IOC의 분과위원회 ‘스포츠를 통한 공공 및 사회개발 위원회’의 일원이자 올림파프리카의 총괄 국장(Executive Director)으로 근무하는 티에르노 디아크 씨는 '차이를 메우자, 스포츠를 외치자, 세계평화를 이루자(bridging the gap, speaking sports, building peace)'는 슬로건을 소개하며 올림파프리카가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유소년과 여성들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컨퍼런스에는 300여 명의 청중이 가득 들어차 열기를 더했다.

올림파프리카의 대표적인 성과는 ‘폿볼넷’이다. 2005년부터 브랜딩에 착수해 연착륙한 이 프로그램은 심판 없이 남녀가 함께 뛰는 것이 특징. 규칙도 스스로 정하고 승자와 패자도 본인들이 직접 판단하는 ‘자기주도형’ 프로그램이다. 디아크 국장은 또한 “세계육상연맹(IAAF)과 협업해 인재 발굴도 한다”며 “올림파프리카가 발굴한 이들이 세계적인 프로 선수로 거듭나기도 한다”는 사례도 들려줬다.

아프리카같은 개발도상국이야말로 고기를 잡아줄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곳. 디아크 국장은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하면 유지, 보수가 안된다. 지역 주민들이 센터를 직접 건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올림파프리카는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가 지역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스포츠는 사회 발전 첨병, 지속가능성

“스포츠는 모든 장벽과 장애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언어이자 공통분모입니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적인 산업이며 무엇보다도 강력한 개발 도구입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말이다. 지난해 4월 UN과 IOC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을 약속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8월 유스 올림픽이 진행중인 중국 난징에서, 올해 2월에는 뉴욕 UN 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2020 올림픽 어젠다와 SDG에 대해 논의했다.

지속가능성은 이 시대의 화두다. 더 이상 단기간, 일회성 성과는 먹히지 않는다. UN은 지난달 가난 탈출, 건강한 삶 보장, 양질의 교육 보장, 양성평등, 위생적인 생활보장 등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가 포함된 SDG를 발표하며 스포츠를 포함시켰다.

▲ 이은철 ISC 이사장(왼쪽)과 조정원 WTF 총재가 공동 주최를 기념하는 트로피를 들고 있다.

토론 세션에서 이 SDG가 화두로 떠올랐다. 스포츠가 건강, 교육, 사회 통합 등 UN이 기대하는 부분들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이 오갔다.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한 ISC 나승연 이사가 사회를 맡았다.

학계를 대표해 연사로 나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교 김태균 교수와 경상대학교 하재필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새천년 개발목표(MDG)가 마감되고 SDG의 시대가 왔다. 스포츠는 SDG와 연결고리가 많다. 세부 목표 성취도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거버넌스(통치 구조)가 없는 점은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UN이 대표해 조율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취재 후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이은철 ISC 이사장은 “국제 무대서 눈부신 성적을 낸 한국 스포츠가 이제는 사회적 책임과 참여, 그리고 공유가치 창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 스포츠가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 또 공감이다. 한국의 체육인들에게 전한다. 스포츠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함께 뛰자고.

▲ 컨퍼런스를 마치고 나승연 이사(왼쪽 첫 번째)를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IS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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