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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 신부인듯 신부아닌 신부같은 배우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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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 신부인듯 신부아닌 신부같은 배우 [인터뷰]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9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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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뜨거운 감정을 서늘한 연기로 토해내곤 했던 배우 김윤석(47)이 성스러운 사제복을 입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퇴마 예식인 구마를 소재로 한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11월5일 개봉)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에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윤석은 영신의 장엄구마예식을 집행하는 김신부 역을, 강동원이 그를 돕는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싸늘한 날씨로 돌변한 29일 오후, 삼청동 골목의 한 카페에서 흥미로운 변신을 시도한 김윤석과 마주했다.

 

-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정통 엑소시즘을 겨냥했다. 새로운 시도라 신선하게 다가온다.

▲ 순수하게 우리 힘으로 만든, 변형시키지 않은 정통 이탈리아 피자다. 신선하고 새롭단 평에 감사드린다. 영화의 주제가 두 사람의 신부와 한 소녀 이야기지만 베이스에는 사람 이야기, 인간의 이기심과 숭고한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영신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다리가 무너지고, 너희가 너희를 불신하고...’ 등은 현대사회 전반에 깔린 문제점들을 짚는다. 악마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으며, 이기심 역시 한 형태임을 말한다.

-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 장르의 독특함과 더불어 정공법으로 밀도 있게 우리 이야기를 하는 점에 끌렸다. 그 몰입도가 좋았다. 비주류의 사람들이 모여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해나가지 않나. 화려한 대로 위 건물 사이에 난 좁고 어두운 사각지대로 신부 2명이 걸어 들어가는 콘트라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웅장한 성당도 아니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신과 악마의 투쟁, 구원이 이뤄진다.

- 30분이 채 되지 않는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가 원작이다. 지난해 유수의 영화제 단편영화상을 휩쓸었다.

▲ 시나리오에 앞서 단편영화를 먼저 봤다. 어디서 지원받은 게 아니라 장재현 감독이 자기 돈으로 만든 졸업 작품이었다. 보면서 아휴~ 안쓰러웠다. 예산과 장비가 부족해서 저렇게 밖에 못 찍었구나 싶어서. 그럼에도 빛나는 지점이 보였다. 어느 정도 여건만 된다면 더 펼칠 수 있는 부분 있겠다 싶어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 엑소시즘 소재 영화는 고전 ‘엑소시스트’부터 최근작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까지 여러 편이 있다. 참고한 텍스트가 있는지?

▲ 악마와 싸우는 명작이라 ‘엑소시스트’ 시리즈를 모두 봤다. 하지만 메카니즘을 다룬 영화고 ‘검은 사제들’은 흔들리는 믿음, 트라우마 등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다. 오히려 제라르 드 빠르디유 주연의 프랑스 영화 ‘사탄의 태양 아래서’(1987)가 도움이 됐다. 사탄의 능력으로 기적을 이루는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원작으로 했다. 악마의 유혹을 받는 주인공이 김신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참고가 됐다.

 

- 김신부는 거룩한 사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도 영신에 대한 연민, 인간에 대한 구원의식은 사제답다. 복합적인 감정선이 필요한 캐릭터다.

▲ 외적으로 신부를 보여주는 순간 어설플 거 같았다. 단호한 신념을 가진 신부의 모습이 중요했다. 고집불통에 ‘깡패’란 별명을 지닌 김신부는 구마를 집행하겠다고 한 뒤 교단에서 배척 당한다. 영혼을 구해야 하므로 주변의 오해를 살 정도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구마 예식을 끝낸 뒤 주저앉아 펑펑 울 때 그제야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김신부가 짠했다.

- 김신부는 작품에서 드라마틱하게 돌출하기보다 중심을 잡으며 최부제와 영신의 서사를 두드러지게 해준다.

▲ 김신부의 포지션은 가톨릭의 정서와 예식에 대한 기초를 담당한다. 그렇게 하질 않으면 최부제와 영신이 뛰고 싸울 때 관객으로부터 “못 믿겠는데” “어색하다”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리얼리티를 잡아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해주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고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40분에 걸친 구마 예식이다. 보는 입장에서도 힘들었는데 세 배우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다.

▲ 예식 장면은 경기도 광주의 스튜디오에서 한 달간 촬영했다. 가장 힘들었다. 말에 의지를 담아서 진행하는 장면이라 고됐고, 언제 끝날지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박)소담이가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너무너무 멋있게 자기 역할을 해줘서 영화가 완성도 있게 나왔다. 피를 토하고 나서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사악함이 올라오는 장면에서 우리도 섬뜩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얼굴을 가진 여배우다.

- 유아인(완득이) 여진구(화이) 박유천(해무) 등 ‘젊은 배우 받쳐주기’ 전문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이번엔 박소담인가?

▲ 박소담과 강동원 2명을 받쳐줬다.(웃음) 동원씨는 6년 전 ‘전우치’에서 적으로 만났다가 이번엔 티격태격하면서 함께 일해 나가는 선후배로 만났다. 워낙 친한 사이라 그런 시너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후배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한 적이 없다. 내 배역에 충실하면 후배들도 그런 기운을 받는다. 연기는 교류해야 하는 거라, 서로 집중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내가 만난 젊은 배우들은 진지하고, 굉장히 집중하는 모습이 공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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