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Da:Q] 더블케이, '그린웨이브' 수장 '내려놓는 법'을 배우다(인터뷰 ㊦)

2017-12-18     이희영 기자

<편집자 주>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국내 합합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장기 프로젝트로 ‘힙합Da:Q’ 연재를 시작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가요계 변방에 자리 잡았던 힙합은 최근 다수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가요계의 주류 음악으로 올라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힙합다큐의 두 번째 뮤지션으로는 최근 힙합 레이블 그린웨이브를 설립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래퍼 더블케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스포츠Q(큐) 이희영 기자] “내려놓겠다. 내려놓는 중이다. 내려놓으려 한다.”

더블케이에게 ‘내려놓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려놓다’는 말은 위에 있는 것이나 들고 있는 것을 아래로 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힙합 레이블 그린웨이브를 설립한 더블케이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과 커리어를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카페 ‘zoo coffee’에서 래퍼 더블케이는 스포츠Q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데뷔 16년 차로 힙합신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래퍼 중 하나다. 훈훈한 외모로 고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오로지 ‘실력’만으로 밑에서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 ‘Killer Korean’에서 ‘더블케이’로

“2000년 미국 오하이오 프리스타일 랩 배틀에 유일한 동양 인종 날 깔보던 외국 애들에게 보란 듯이 퍼부었던 그 한국말 랩은 야유를 함성으로 바꿨지 한순간에 (…) 이 모든 게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것들”

지난해 6월 13일 발표된 더블케이의 디지털 싱글 ‘나를 만든 것’의 가사 일부다. ‘나를 만든 것’은 더블케이가 래퍼로서 살아온 삶을 다룬 곡이다. 래퍼가 되기까지 그리 쉽진 않았다. 힘들었던 만큼 더블케이가 걸어온 길은 자부심이 됐다.

 

 

더블케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랩을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마치 에미넴의 삶을 담은 영화 ‘8 마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오하이오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랩 배틀이 있었어요. 참가자 50명 중 저만 유일한 동양인이었죠. 처음 영어로 랩을 했을 땐 반응이 싸했어요.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프리스타일 한국 랩을 선보였죠. 난리가 난 거죠. 그리고 3일 뒤에 한국에 오게 됐어요. 가사는 기억이 안 나네요.”

이후 더블케이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힙합신에서 입지를 다졌다.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뚜렷한 오리지널리티야말로 더블케이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더블케이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진지한 태도로 확고한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오리지널리티가 결국에는 ‘자기 것’이라는 의미예요. 세지 않으면서 힙합이니까 센 척하는 건 오리지널리티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말투가 랩에 녹아들어있다고 느껴요. 제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나 척을 하기 위해 가사에 담지 않아요. 제 가사는 100% 진솔하게 쓰는 편이죠.”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더블케이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6’ 출연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가사 실수로 안타깝게 탈락했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참여했어요. ‘쇼미더머니’의 영향력과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고, 저는 그걸 이용해 콘텐츠를 만든 거죠. ‘쇼미더머니’에 나간다고 해서 진짜 래퍼가 아닌 건 아니에요. 장소에 상관없이 제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느꼈어요. 생각보다 일찍 탈락했다고 해도 옳은 선택이었어요. 저는 잃은 게 하나도 없어요.”

 


“현재로서는 다시 ‘쇼미더머니’에 나갈 마음은 없어요. 혹시 힘들어지면 나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 시간에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 생각해요.”

더블케이는 1세대 래퍼, 더 정확히 말하면 1.5세대 래퍼다. 하지만 더블케이는 '1세대'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실 1세대라는 표현을 듣기 싫어하는 편이에요. 굳이 1세대, 2세대라고 나누는 것이 웃겨요. 게다가 저는 1세대가 아니에요. 저보다 오래 활동하면서 힙합 붐을 일으키신 분들도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저는 1.5세대라고 볼 수 있죠."

“이제 시작”이라는 더블케이의 말처럼 아직 그는 젊다. 그럼에도 지난 15년 동안 음악과 함께한 자신을 떠올리면 어떤 심정일까. 지금까지 활동해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더블케이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10년 전에는 저라는 사람이 많아 바뀌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저는 여전히 순수하고 열정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현실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았는데 요즘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제는 차분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해졌어요.”

◆ 힙합 레이블 ‘그린웨이브’, 새로운 시작

“옛날에는 CD, 앨범 단위였기 때문에 이 앨범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요즘에는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하자는 생각이 크죠. 만약 영감이 없었고 에너지가 다운된 상황이었으면 요즘처럼 앨범을 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직 닥치진 않았지만 고민되는 부분이죠.”

래퍼이자 경영자가 된 더블케이의 솔직한 생각이다. 그린웨이브를 설립하면서 더블케이는 더 활발한 음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파도가 부서지기 전 가장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는 ‘온전한 파도’를 뜻하는 서핑 용어 그린웨이브를 레이블 이름으로 내걸었다. 레이블을 통해 이루고 싶은 더블케이의 마음이 담긴 단어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독립적으로 모든 것을 리드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작은 거라도 원하는 목표를 이룰 때 보람을 느껴요. 이런 부분들이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더블케이는 유독 ‘내려놓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동안 음악만을 통해 대중들과 마주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

“내려놓고 있는 중이에요. 제가 음악만 했던 스타일이라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한 번에 다 내려놓는 것은 지금까지 해놓은 게 있어서 못하겠더라고요.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것을 다루고 싶어요. 결국엔 음악을 하기 위해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조금씩 배워가면서 차차 다른 모습들도 보여드려야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AOMG 박재범을 리스펙하고 있어요.”

현재 그린웨이브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됐다. 아티스트는 더블케이 한 명. 더블케이는 2018년부터 새로운 래퍼를 영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더블케이는 새로운 멤버를 선택하는 기준을 ‘실력’이 아닌 ‘색깔’에 뒀다. ‘잘하는' 래퍼보다 ‘매력있는' 래퍼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아무리 잘 해도 잘 맞는 것이 중요해요. 잘 맞아도 함께 일을 하면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잘한다고 섣불리 데리고 왔다가 탈이 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블랙뮤직은 힙합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했어요. 못해도 되지만 자기 색깔, 자기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력이 뛰어나고 듣기에 완벽해도 자기 것이 아니라면 별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설프더라도 매력있는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더블케이는 2017년 끝자락에서 2018년 목표를 다짐했다. 올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던 더블케이는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좋은 음악을 들려줬던 더블케이였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도 발전하는 것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2018년은 올해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그린웨이브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은 앨범을 발표하든, 새로운 친구를 영입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든 경제적인 요건과 회사의 체계가 잡히길 바라죠. 그러기 위해선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아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에필로그. 힙합다큐 공식 질문]

-1. 후배 가수 중 가장 인상적인 래퍼는?

“정말 많지만 식케이, 저스디스를 꼽고 싶어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해요. 식케이는 트렌디하고 귀를 즐겁게 해주는 래퍼고, 저스디스는 진솔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죠. 그런 느낌들이 좋아요.”

-2. 자신의 곡 중에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게 느끼는 추천곡 하나는?

“앨범 ‘그린웨이브’에 수록된 ‘댓 보이’, ‘기다려줘’.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들이에요. 홍보 탓도 있겠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반응이 크진 않아서 아쉬웠어요.”

[힙합Da:Q] 더블케이, 새로운 시도에서 찾는 '아날로그(Analog)'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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