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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송신영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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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송신영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0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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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3연승 평균자책점 0.92 맹활약…영웅군단 5선발 자리매김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이쯤 되면 젊음을 되찾았다는 표현을 써도 될 것 같다. 넥센 베테랑투수 송신영(38)이 전성기 못지않은 투구를 펼치며 포효했다. 팀에서 선발투수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더 값지다.

프로 17년차 이상 된 선수 가운데 KBO리그에서 선발진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선수는 드물다. NC 손민한(40)이 유일한 상황. 대부분 불펜에서 짧게 공을 던지고 있다.

송신영도 그랬다. 그 역시 선발 마운드에서 활약했을 때가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악력이 떨어지면서 공 끝이 무뎌졌고 직구의 위력이 반감됐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 송신영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이날 그는 7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지난해 성적마저 좋지 않아 팀 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기회가 왔다. 당초 5선발로 지목된 김대우가 부진하면서 바통이 넘겨진 것. 송신영은 제 발로 들어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 고질병 앓고 있는 영웅군단의 한줄기 빛

선발진은 염경엽 감독 부임 이전부터 넥센의 오래된 고민이다.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이 더뎌 속을 썩이고 있다.

특히 많은 기회를 줬던 강윤구(상무)가 부진을 거듭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염 감독은 “연습 때는 잘 던지다가도 실전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자꾸 예전의 면모로 돌아가더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윤구의 군입대로 공석이 된 5선발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염 감독은 송신영에게 기회를 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던 오재영은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했고 금민철은 제구가 불안했다.

오랜만에 선발로 복귀하는 터라 팀 내부에서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지만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KIA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그는 엿새 후 케이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했고, 1일 L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또 한 번 승리를 맛봤다.

개막 3연승(퀄리티스타트 3회)에 평균자책점 0.92 피안타율 0.138 WHIP(이닝 당 주자허용률) 0.66. 기록만 봐서는 리그 정상급 투수에 가깝다. LG전에서도 송신영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2㎞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진 것이 주효했다.

1일 LG전이 끝난 뒤 염경엽 감독은 “오늘 송신영이 조금 고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잘 던졌다. 이제는 선발로서 자신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5선발 문제를 놓고 고심하던 염경엽 감독의 고민을 풀어준 송신영이다.

▲ 넥센 선수들이 1일 잠실 LG전에서 호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송신영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돌고 돌아 친정팀에서 맞은 제2의 전성기

중앙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1라운드에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 프로에 데뷔한 송신영은 2010년까지 한 팀에서 뛰었다.

이듬해 한 차례 요동이 일었다. 투수 김성현과 함께 LG로 트레이드(당시 LG 소속 박병호-심수창 넥센행)된 것. 13년 만에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된 터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송신영은 이내 트레이드 충격에서 벗어났다. 그해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3승3패 19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24로 호투했다.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을 앞두고 주가를 높인 송신영은 다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송신영은 한화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24경기에 나와 1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94에 그쳤다. 결국 한화는 신생팀 NC의 특별지명 때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송신영을 뺐고 그는 2012년 11월, 1군 무대 데뷔를 앞둔 NC로 적을 옮겼다.

NC에서 호투를 이어가는 와중에 또다시 트레이드 대상자가 됐다. 내야수가 필요한 NC가 당시 넥센에서 뛰던 박정준, 지석훈, 이창섭을 영입한 것. 그 반대급부가 바로 송신영, 신재영이었다. 2년만의 친정팀 복귀가 확정됐다.

송신영은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성적이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59로 좋지 않았기에 이를 악물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선발 전환.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수업을 받았고 예상보다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서른여덟. 투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송신영은 다시 돌아온 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KBO리그 베테랑 투수들의 희망이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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