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의 멘탈을 어루만지면서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개인 종목 선수들이 대진표에 따라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보통 상대가 자신보다 랭킹이 높을 경우 경기 전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경향이다. 이를 스포츠심리학에서는 경쟁 상태 불안(competitive state anxiety)이라 한다.
특별한 상황에 의해 유발되는 선수의 불안정한 감정을 뜻하는 경쟁 상태 불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인지적 상태 불안과 신체적 상태 불안이다. 인지적 상태 불안은 시작 전부터 과도하게 긴장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자신감이 하락하는 등의 심리적 불안감이다. 신체적 상태 불안은 실제 근육이 수축하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테니스 국가대표 남지성에게 어린 시절 어떻게 이런 경쟁 상태 불안을 제어했는지 물었다.
"저도 아직 상대의 랭킹에 따라 긴장감이 다르긴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랭킹과 실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때문에 상대의 랭킹이나 전적만을 보고 쉽게 긴장하진 않습니다. 대신 침착하게 영상을 찾아보며 분석을 하려 합니다."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제가 플랜A·B·C까지 갖고 들어갈 수 있다면 긴장감은 덜 하고 자신감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물론 플랜A로 경기가 잘 풀린다면 플랜B를 쓸 필요는 없지만요. 상대 선수도 순순히 져주지는 않을 것이기에 반드시 고비는 온다고 생각하고 플랜B·C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감히 플랜을 바꿀 수 있는 결단력과 자신감도 필요하지요."
"저만의 팁은 이미지 트레이닝 활용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수비적인 스타일이니까 연습한대로 톱스핀으로 치는 공을 한 박자 빠르게 쳐야겠다'라든지, ‘상대 서브가 좋으니까 리턴하기 힘들 때 두 발 뒤에서 해봐야겠다’ 같이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린 후 들어가면 실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스럽지 않습니다. 이미 머릿 속으로 생각한 것이거든요. 이미지 트레이닝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지성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매우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선수다.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 많은 운동선수들이 단지 자신의 성공적인 수행모습을 자기 전에 상상하는 것 정도로 쉽게 여기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매우 복잡하며,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습득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심리기술 훈련이다.
남지성 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경기력 향상이란 효과를 얻으려면 먼저 심상의 선명도를 높여야 한다.
경기장의 시설물, 바닥의 종류, 관중과의 거리, 소음,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날씨, 상대의 표정, 나의 신체 느낌, 감정에 이르기까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운동감각 등 감각을 총동원해 실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것처럼 명징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이미지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조절능력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집중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의 뇌파를 살펴보면 실제 경기 중과 동일한 양상으로 움직인다. 이는 익히 알려진 연구결과다. 구체적인 상상만으로 실제 경기에 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상대에 따라 멘탈이 심히 흔들렸던 이들이여, 토너먼트 대진표에 따라 자신감이 들쭉날쭉한 선수들이여. 남지성의 조언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디테일하게 실천해보자.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뇌에 상세하게 입력한 이미지가 당신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소해준 멘탈코치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2019 K리그 전남드래곤즈 멘탈코치
- 2020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전임감독 필수교육 멘탈코칭 강사
- 2021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능력개발 교육 멘탈코칭 강사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