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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바 우승, 그리고 놀라운 테니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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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바 우승, 그리고 놀라운 테니스 열풍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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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뜨거워진 테니스 열기 속 열린 국내 최대 테니스 축제의 최종우승자는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8·러시아)였다. 

세계랭킹 24위 알렉산드로바는 25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1750달러) 단식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25·라트비아·19위)를 2-0(7-6<7-4> 6-0)으로 꺾었다.

2017년부터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알렉산드로바는 2019년 4강에 오르더니 네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3만3200달러(4700만원)도 손에 넣었다.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가 25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를 꺾은 뒤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017년 프랑스오픈과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인 오스타펜코는 톱 시드로 이번 대회에 진출했다. 5년 만에 대회에 나섰지만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4강에선 지난해 메이저 대회 US오픈 단식 챔피언에 오른 에마 라두카누(20·영국)가 기권해 체력도 아낄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바는 1세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3-5까지 끌려가던 상황에서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등 승부를 이어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 결국 승리하며 기세를 타 2세트에서는 압도적으로 이겨 정상에 섰다.

앞서 휴가 때 한국을 찾기도 한다며 남다른 ‘친한파’적 면모를 보였던 알렉산드로바는 우승 후에도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회와 서울을 사랑한다”며 “김치찌개와 불고기도 좋아한다”고 말해 팬들을 환호케했다. 특히 김치찌개는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구사해 더욱 국내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알렉산드로바는 단식 세계 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릴 전망. 앞서 코리아오픈에서 정상에 선 선수들의 면면은 쟁쟁했다.

우승 후 도자기 모형의 우승트로피를 안고 기뻐하는 알렉산드로바. [사진=연합뉴스]

 

초대 우승자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를 시작으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2007년), 마리야 키릴렌코(러시아·2008년), 다테 기미코(일본·2009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2012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2013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2014년) 등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알렉산드로바도 이전 우승자들의 기운을 받아 20위권 내 진입과 더불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기회를 맞았다.

알렉산드로바의 우승 만큼이나 놀라운 건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었다. 전날 오스타펜코와 라두카누의 경기에 7000여 관중이 입장했고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니스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얼마만인가”라고 감격에 겨운 반응을 올렸는데 이날은 그보다 더 많은 관중이 입장한 것이다.

센터코트 관중 수용 규모는 1만 석인데 이날은 관중석은 물론이고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2004년 창설된 WTA 투어 코리아오픈 결승에 관중석이 가득 찬 것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가 나왔던 1회 대회와 오스타펜코가 우승한 2017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최근 불고 있는 테니스 열풍 영향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엔 보다 프라이빗한 취미 생활로 골프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엔 그 열기가 테니스로 옮겨온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관중석에선 이전에 비해 젊은 팬들을 훨씬 찾기 수월했다.

이날은 1만여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 대회에서 관중석이 가득 찬 건 역대 3번째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오스타펜코와 라두카누가 결승에서 만났더라면 더 큰 흥행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제 관심은 이날부터 시작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으로 이어진다. 1996년 KAL컵 이후 ATP 투어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무려 26년만. 그만큼 더 선수들 초청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US오픈 준우승자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2위)를 비롯해 캐머런 노리(영국·8위), 테일러 프리츠(미국·12위),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24위) 등이 국내 테니스 팬들을 찾는다.

국내 선수로는 권순우(25·당진시청·74위)와 정현(26)이 나선다. 권순우는 명실상부 현재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서 단식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했고 2018년 호주오픈 4강까지 진출했던 정현은 긴 부상 터널에서 벗어나 2년 만에 복귀전에 나선다. 권순우와 호흡을 맞춰 복식조로 팬들 앞에 선다.

코리아오픈이 끝나도 테니스 열기는 이어진다. 10월 첫 주부터 3주간 광주, 서울, 부산을 돌며 ATP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낮은 ATP 챌린저 대회가 이어져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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