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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도 지지 않으리' PO만큼 불꽃 튀는 프로농구 라이벌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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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도 지지 않으리' PO만큼 불꽃 튀는 프로농구 라이벌 썰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2.2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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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이상민 감독, 이승현-허웅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현역 시절에는 내가 밀렸지만 사령탑 대결에서는 모든 것을 다 이기도록 노력하겠다.”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허)웅이가 흥분하면 경기가 잘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와 할 때 자주 흥분했으면 좋겠다.” (고양 오리온 이승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 묻어나왔다. 아직 점프볼이 선언되지 않았지만 사령탑들과 선수들의 입씨름에서 봄 농구의 서막이 열렸음을 알 수 있었다.

▲ [논현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상민 감독, 김승기 감독, 김영만 감독, 추일승 감독(왼쪽부터)이 23일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3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양 오리온, 안양 KGC인삼공사, 서울 삼성, 원주 동부 등 4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 가운데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 이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목을 끌었다.

◆ "선수 은퇴 빨리 했지만, 코치 경력은 내가 더 길다"

“선수 생활은 내가 조금, 아니 많이 밀리지만 지금은 감독 대 감독으로 하는 싸움이다. 감독으로는 내가 다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이상민(44) 삼성 감독과 4강으로 가는 문턱에서 일전을 벌일 김승기(44) KGC 감독의 목소리에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 김승기 감독은 사령탑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의 인연은 꽤 길다. 두 사령탑은 청소년 대표부터 성인 대표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로만 보면 이 감독이 더 오래 뛰면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승기 감독이 2006년 은퇴한 반면, 이상민 감독은 2010년에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마이크를 든 김승기 감독은 “선수 시절에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한 게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며 “선수 때 내가 밀렸다고 보면 지금 감독을 같이함에 있어 그때 못다 이룬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감에 찬 한마디를 던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코치 생활만 9년을 했고 감독으로서 6강 플레이오프까지 왔다. 단기전에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많이 보고 배웠다. 단기전에서 특히 필요한 게 있다. 이 부분에서는 내가 이상민 감독에 비해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민 감독은 자신만의 농구 스타일을 지우지 않으면서 KGC를 꺾겠다고 맞불을 놨다. “현역 시절에는 김 감독으로부터 많이 배웠다”며 운을 뗀 이 감독은 “김 감독은 프로에서 특히 수비력이 뛰어났다. 그것이 지금의 수비력이 좋은 KGC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선수 시절 갖고 있던 컬러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난 공격적인 부분을 선호한다. 삼성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격적인 농구로 가겠다”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 [논현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승현(왼쪽)과 허웅이 23일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지난 시즌 못다한 꿈, 꼭 이루고파"

선수들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포지션은 다르지만 나란히 프로 2년차 시즌을 보낸 오리온 이승현(24)과 동부 허웅(23)은 신세대답게 톡톡 튀는 발언으로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허웅이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문했기에 나이는 이승현이 한 살 위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승현은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아쉬웠다”며 “올 시즌엔 멤버도 향상됐고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 챔프전까지 잘해서 우승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싶다. 3연승으로 마무리 지으며 원주에서 웃고 싶다”고 말했다.

허웅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김)주성이 형이 부상에서 돌아왔기에 전력이 나아졌다. 지난 시즌에 못했던 우승을 하고 싶다”며 “나 역시 원주에서 3연승으로 끝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의 입씨름은 또 있었다. 허웅이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인지 흥분하면 턴오버가 나오더라”며 자책하자 이승현은 “(허)웅이는 충분히 잘하는 선수이고 흥분했을 때 가라앉히는 건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이번 플레이오프 때는 흥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미디어데이를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라이벌의 성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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