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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내 마음의 꽃비'는 모든 사건이 우연? 고전문학 뺨치는 긴장감 없는 전개, 시청자들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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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내 마음의 꽃비'는 모든 사건이 우연? 고전문학 뺨치는 긴장감 없는 전개, 시청자들 '답답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7.28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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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한국 고전문학의 특징은 서사구조가 간단하고 캐릭터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현대와 같이 서사 구조가 복잡하게 발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전개는 우연에 기대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고 권선징악을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선역은 무조건적으로 착하게, 악역은 무조건적으로 악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한국 드라마들은 다채로운 이야기 진행 방식과 적절한 복선과 암시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과거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복잡해진 만큼 시청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드라마를 시청한다.

특히 인터넷과 IPTV의 발달로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서 보는 시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의 드라마들은 한편 한편의 에피소드의 개연성은 물론, 드라마 전체의 개연성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며 일명 '미드'와 '영드'에 길들여진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정꽃님(나해령 분)의 연화당은 언제나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민혜주(정이연 분)의 미성제과에 승리한다. [사진 = KBS 2TV '내 마음의 꽃비' 방송화면 캡처]

그런 점에서 KBS 아침드라마 '내 마음의 꽃비'는 TV 드라마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완성도를 보이는 최근의 드라마 시장에서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구시대적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침드라마는 30분은 짧은 에피소드 분량을 가지고 있고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방영될 뿐만 아니라 100회가 넘는 긴 호흡을 자랑하기 때문에 미니시리즈 같은 섬세함과 완성도를 보여주기 힘들다. 게다가 아침드라마는 방송 시간 특성 상 주로 중년 이상의 주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니시리즈 같은 복잡하고 트렌디한 연출과 전개보다는 다소 구시대적이여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사건들과 캐릭터들로 꾸며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내 마음의 꽃비'의 전개는 선역과 악역 사이의 권선징악의 반복, 우연에 기댄 작위적인 사건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선사하고 있다. '내 마음의 꽃비'가 120부작이고 현재 100회 이상 방송되었기 때문에 참신한 사건이 나오는 대신 비슷비슷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정꽃님(나해령 분)의 연화당과 민혜주(정이연 분)의 미성제과의 대결은 선과 악, 선량한 동네 빵집과 다소 부도덕한 거대 기업의 싸움이지만 매번 별다른 이유 없이 나해령의 연화당이 승리한다.

정이연은 눈에 보이는 계략으로 나해령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나해령은 뻔한 정이연의 음모를 눈치채지 못한 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위기는 보통 나해령의 주변인들, 이강욱(이창욱 분)이나 민덕수(민복기 분)등의 도움으로 이겨내고 정이연은 나해령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같은 단조로운 권선징악의 반복은 최근 연화당과 미성제과의 대결구도가 본격화된 이후로 세 번 등장했다. 미 대사 부인회에 납품하는 빵을 정하는 것과 건설업체 납품 업체 결정, 최근 방송에서는 화신 백화점 베이커리 카페 진출 결정까지 세 번의 대결구도가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나해령과 연화당으로 대표되는 인물은 무조건 선하게, 천일란(임지은 분)과 이수창(정희태 분), 정이연은 무조건 악하게 묘사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나해령은 언제나 악역 세 사람에게 계략에 당하지만 이들에게 복수를 계획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오늘 방송에서는 나해령이 화신백화점 입점 기획 설명을 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늦은 이유로 길을 가던 중 할머니가 다쳐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선행 이야기까지 등장했다.

▲ '내 마음의 꽃비'에서는 천일란(임지은 분)의 위장 신분을 낱낱이 고발할 인물인 민승재(박형준 분)이 다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답답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KBS 2TV '내 마음의 꽃비' 방송화면 캡처]

'내 마음의 꽃비'의 또 다른 단점은 너무 많은 사건의 전개가 우연에 기댄다는 것이다. 28일 '내마음의 꽃비'에서는 죽은 줄로 알았던 나해령의 친 아버지, 민승재(박형준 분)가 정희태와 임지은의 악행을 무너뜨릴 수 있는 주요 인물로 출연했다. 그러나 박형준은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었다. 박형준은 화신백화점의 대표 입장으로 연화당과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박형준은 자신을 아는 인물인 김계옥(이주실 분)과 우연히 마주친 적 있었다. 이주실은 박형준을 보고 자신이 아는 민승재와 너무 닮아 고민하고 이후 직접 박형준을 찾아다니지만 시장에서 간발의 차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이후 박형준은 6.25 사진전에서 자신의 아내인 서연희(임채원 분)을 만나 기억을 되찾을 기회를 또 다시 얻었다. 그러나 임채원과 만나는 결정적인 기회에서 28일 방송됐던 108회 방송분은 끝이 났다. '내 마음의 꽃비' 109회 예고를 참고해 봤을 때 박형준은 또다시 우연의 장난으로 임채원과 엇갈려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 마음의 꽃비'는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지나친 우연의 연속, 권선징악의 반복 등 100회 이상의 아침드라마의 후반부 전개에서 보여주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과연 언제쯤 '내 마음의 꽃비'에서 임지은과 정희태의 정체가 낱낱이 고발될까? '내 마음의 꽃비'에는 시청자들의 꽉 막힌 채증을 풀어줄 시원한 사이다 한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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