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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테리블은 안녕' 대전 감독 고종수, 섬세함으로 그려나갈 미래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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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테리블은 안녕' 대전 감독 고종수, 섬세함으로 그려나갈 미래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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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앙팡 테리블.’ 선수 시절 화려한 플레이와 톡톡 튀는 개성 등으로 프랑스어로 ‘무서운 아이’, ‘생각보다 태도나 행동이 영악하고 별난 짓을 잘하는 조숙한 아이들’이라는 뜻의 별칭을 얻었던 고종수(40)는 대전 시티즌의 감독을 맡은 지금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이 흔히 “나는 되는데 너는 왜 안 되냐”는 우를 범하지도 않는다. 섬세하게 선수들을 챙겨 제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대전의 시즌은 아직 본격 출범 전이지만 그가 이끄는 대전의 새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스포츠Q 주현희 기자]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이 27일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고종수 대전 감독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18 K리그2 개막 미디어데이에 소속팀 주장 오장은과 함께 자리했다.

팀을 맡은 지 갓 3개월. 감독 스타트가 쉽지만은 않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고 감독이지만 대전은 2015년 K리그1에서 강등된 데 이어 이듬해 7위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더니 지난 시즌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 그는 행사에 들어서서도 예상 순위로 5위를 꼽으며 “작년에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올해는 그걸 다시 바꾸려고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선수들이나 저나 하고자 하는 의욕이 크다. 5위라고 말하면 겸손하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운동장에선 절대 겸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팀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고종수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리머니를 미리 준비하라고 한 게 한 가지 예다.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고 감독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기점으로 안정환, 이동국과 함께 K리그의 트로이카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전성기 시절에는 왼발 하나로 명성을 날렸다. 정확한 프리킥으로 ‘고종수 존’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고 2001년 한일 올스타와 세계 올스타의 경기에선 상대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의 넋을 잃게 만든 예리한 프리킥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뛰어난 실력 만큼 거침 없는 태도를 보였던 그지만 감독으로선 정반대다. 그는 “감독을 하게 되면 선수들에게 ‘왜 못하냐’는 등 질책하는 소리와 자존심 싸움을 안 하려고 했다”며 “선수 시절 나를 잡으려고 한 감독들이 있었는데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프리킥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종수를 떠올릴 정도로 일가견이 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선수들에게 과하게 지시하지 않는다. 그는 “염기훈에게도 나처럼 차라고 하면 안 된다”며 “지금까지 몸에 익은 폼, 습관 등은 단기간에 바꾸는 게 어렵다. 자신이 가진 것에서 한 두 가지만 보완해 바꿔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주장 오장은은 “감독님과 7년 째 같이 하고 있다”며 “코치였을 땐 친형처럼 편안하고 선수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관계였는데, 감독님 돼서도 변함없다. 섬세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하며 고 감독을 향해 손 키스로 애정을 표현했다.

이어 “선수들이 감독님이 스타 출신이다보니 배울 게 많고 그만큼 더 감독님처럼 되려고 동기부여도 확실하다”며 “프리킥도 다양한 기술을 많이 보여줘 선수들이 다양한 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직도 보면 깜짝 놀란다. 프리키커들이 훈련 끝나면 30분 정도 감독님과 킥 연습을 하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욕심을 내기보다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고종수 감독이다. 선수들이 부임 초기와 달리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고 밝힌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발전까진 아니지만 실수가 줄고 두려움이 적어졌다”며 “거짓말 같이 들릴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 중 1~2년 후면 크게 될 선수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유의 위트도 여전하다. 일부러 대전의 상징인 자주색 넥타이를 하고 왔냐는 질문에 그는 “자주자주한 색으로 도배를 해 자주자주 이겨야 한다”고 대전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올 시즌 K리그2는 고종수 감독을 비롯해 박동혁(39) 아산 감독, 박진섭(41) 광주FC 감독 등이 부임하며 젊은 축구를 예고하고 있다. 고종수 감독이 그려낼 대전의 새로운 팀 컬러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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