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A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던 11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파울루 벤투(50) 대표팀 감독과 훈련 중인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3) 대표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주제가 오가야 하는 자리지만 온통 관심은 만 18세에 태극마크를 단 이강인(발렌시아)에게로만 쏠렸다.
벤투 감독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충분하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며 “대표팀에서 전술적으로 어느 포지션에서 어떻게 기용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불렀다”고 소집 이유를 밝혔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다렸던 소식이다. 발렌시아에서 차츰 기회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A대표팀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어떤 호흡을 이룰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울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이강인을 관찰했다는 벤투는 이강인의 활용성과 적응 등 다양한 부분에서 테스트를 해볼 계획을 전했다.
중요한 건 연령별 대표팀, 발렌시아와 소통이다. 특히 오는 5월 폴란드에서 2019 U-20 월드컵이 열리는데 정정용(50) 감독 또한 이 대회에 이강인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 감독은 “강인이 등 풀스쿼드와 톡 등으로 안부 삼아 연락을 하고 있다. 스스로 ‘U-20 월드컵 기회가 된다면 뛸 준비가 돼 있다’고 하더라”며 “구단 등과 소통을 해봐야 한다. 삼고초려해야 한다. 만약에 구단에서 해준다고만 한다면 큰 절 세 번 못하겠나”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5월 U-20월드컵 등 중요한 대회가 있을 땐 협조해가며 이강인 같은 경우 5월 월드컵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대승적 차원에서 이 팀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엔 내부논의를 거쳐 우리팀에 오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정정용 U-20 대표팀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U-20 월드컵이 의무 차출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발렌시아의 동의가 없다면 이강인을 불러들일 수 없다. 이강인이 최근 출전 기회를 쉽게 잡고 있지는 못하지만 팀 최고 기대주가 대표팀 차출로 인해 지속적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걸 달가워 할 리는 없다.
정정용 감독은 “U-20 대표팀 감독으로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조직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최대한 많이 갖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렌시아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정 감독은 “아직 시간이 있다. 발렌시아와 이야기 해볼 것”이라며 “그 연령에 메이저 대회 참여 기회는 선수로서 단 한 번뿐이다. 최대한 구단과 조율하려고 한다. 다음주에 스페인 무르시아로 떠나는데 가능하다면 그런 부분 체크해보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 열린 툴롱컵을 이끌며 많게는 네 살 위의 선수들과도 부딪치며 경쟁력을 보였던 이강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이다.
그는 “사실 강인이는 툴롱컵 이후로 못 봤고 영상으로만 챙겨봤다”며 “강인이와 (정)우영이가 같이 어울려서 훈련하는 환경은 템포 등 모든 게 다르다. 함께 훈련하며 몸소 체험하면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도 커지고 더 성숙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 기다려지기도 한다. 해외파가 같이 어울려 훈련하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강인이 간절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지금은 다소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지만 내년 도쿄 올림픽에 나설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도 이강인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강인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정우영과 백승호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엔 다 들어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소집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것 때문에 시간 싸움하느니 있는 선수들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U-23 대표팀은 이달 말 호주, 캄보디아, 대만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른다. 김 감독은 “예선만 통과하면 많은 시간이 있으니 이강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올라오는 선수 누구라도 뽑을 수 있다. 놓치지 않고 체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뛰어난 발재간과 강력한 슛, 센스 넘치는 패스 플레이, 왼발잡이. 그렇다고 하석주, 고종수와는 또 다른 스타일. 이강인의 A대표팀 발탁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성인 대표팀에서 제대로 활약하며 얼만큼의 경쟁력을 보일지, 한국 축구에 어떤 존재가 될지를 가늠하기 위한 시선이 쏠린다. 벤투 감독은 물론이고 추후 활용 가능성이 높은 김학범 U-23, 정정용 U-20 대표팀 사령탑들도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