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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국가대표 유예 철폐 제기측, '박태환 특혜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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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국가대표 유예 철폐 제기측, '박태환 특혜가 아닌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6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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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도 도핑 징계 끝난 뒤 대표 복귀해 AG 출전…전세계적으로 이중처벌 폐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도핑으로 18개월 선수 자격을 잃은 박태환(26)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줘야 할까. 박태환이 내년 3월에 선수 자격을 회복한다고 해도 현재 대한체육회 규정으로는 대표팀에 복귀할 수 없다.

대한체육회가 현행 규정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박태환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원천봉쇄된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3년 동안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박태환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가대표 3년 유예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반대쪽에서는 박태환이기 때문에 특혜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박태환이 국내 수영계에 미친 영향과 업적은 인정하지만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 현행 규정을 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선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7월 15일 제정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통해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징계 기간이 끝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핑에 걸려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에도 3년이 지나야만 국가대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중처벌 논란, 이미 IOC는 각국에 철폐 통보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규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 회장은 25일 "박태환이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고 진솔하게 해명한다면 추후 자연스럽게 관련 규정 폐지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태환이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인다면 여론의 힘을 받아 규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조계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이미 2011년 10월 '오사카 룰' 폐지를 결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책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IOC가 각국 올림픽위원회로 이중처벌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대한체육회가 지난해에 이 정책에 위배되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오사카 룰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 제재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반도핑규정을 통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6개월 이상 제재를 받은 선수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오사카 룰에 대해 이중처벌이라며 무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만약 대한체육회가 관련 규정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박태환으로서는 CAS에 규정 무효화를 요구하는 제소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CAS의 결정은 박태환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박태환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망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폐지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중처벌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쑨양(24)이 정상적으로 출전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약물 도핑에 걸렸던 쑨양은 징계기간이 끝난 뒤 곧바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만약 쑨양이 한국 선수였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대한체육회가 한국 선수를 보호하기는 커녕 무거운 징계를 내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에서 피할 수 없다.

또 이미 박태환에 앞서 도핑에 적발된 김지현(26)에도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다.

김지현은 지난해 금지약물이 포함된 감기약을 복용한 것이 문제가 돼 한국반도핑위원회(KADA)로부터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 베이징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던 김지현도 현행 규정대로라면 2년의 자격정지 기간이 지난 뒤에도 3년 동안 국가대표로 복귀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정이 철폐되면 박태환처럼 혜택을 입을 수 있다.

▲ 쑨양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도핑에 걸려 선수 자격이 정지됐지만 징계기간이 풀린 뒤 곧바로 대표에 복귀,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사진=스포츠Q DB]

◆ 규정의 모호성,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

전문분야가 스포츠 분쟁인 장달영 변호사는 관련 규정에 대한 모호성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현행 규정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로 되어 있는데 경기단체라는 것은 국내 경기단체를 말한다"며 "결국 KADA로부터 적발된 김지현은 3년 유예가 적용되는 반면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박태환은 애시당초 국가대표 선발 규정의 유예 조항에 적용받지 않아 내년 3월이면 정상적으로 국가대표에 복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 규정에 대해 입장을 달리 했다.

대한체육회 소형석 훈련기획부 과장은 "여기서 말한 경기단체가 국내 경기단체이긴 하지만 국내 단체는 결국 국제 단체의 하위 기관 아니냐"며 "국제 단체에서 받은 징계도 고스란히 국내 단체에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박태환도 3년 유예를 받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그것은 일종의 확대해석이다. 오사카 룰을 적용했던 영국올림픽위원회도 규정에는 국내외 경기단체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규정을 제정하고자 하면 문장이 모호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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