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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순 여배우의 액션본능 "일진 이세영으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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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순 여배우의 액션본능 "일진 이세영으로 불러주세요"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2.1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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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엄마의 손을 잡고 ‘뽀뽀뽀’에 출연했을 때가 네 살이었으니 무려 20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여배우 이세영(23)이 여성적인 이미지를 깨트리고 일진 여고생  캐릭터에 도전했다. 박보영과 화장실 격투장면까지 화끈하게 소화했다. 앞으로 액션영화 '킬빌'의 주역을 맡고 싶다는 그는 스스로 갇혀지내기 보다 많이 경험하고, 연애하며 일상을 즐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Q 글 이희승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기 생활에 길들여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아역 배우라는 꼬리표에 감사하고, 앞으로 맡을 수많은 캐릭터에 대한 계획과 준비도 철저했다. 국민 드라마 ‘대장금’ 출연 때는 자신의 분량이 없어도 나중에 사극에 도전할 지도 모르니 중전부터 대비 역할까지 눈여겨 봤다.
 
 
 
그러고 보면 이세영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언제나 ‘천상 여자’였다. 청순가련형부터 된장녀까지 대부분 여성성이 강조된 역할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우마 서먼의 ‘킬빌’같은 액션영화 출연을 꿈꾸고 있다”면서 욕심을 드러냈다. 영화 ‘피끓는 청춘’의 화장실 격투신은 그 야망의 초석이나 다름 없었다.
 
◆ 촬영현장 별명 '쉼터'…해결사 역할 자처
 
어렸을 때 예쁜 얼굴이 성장 후 변하기도 하건만 이세영의 또렷하고 도시적인 외모는 세월이 갈수록 여성미가 더해진다. 그래서일까. ‘피끓는 청춘’에서는 농촌 최고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의 첫사랑이자 모든 싸움의 근원이 되는 ‘퀸카’ 소희로 나와 ‘얼굴값’을 톡톡히 한다.
 
“제가 등장하기 전 대사가 ‘서울에서 유지인, 장미희 뺨치는 전학생이 왔대’였으니 그 부담감이 얼마나 컸겠어요. 두 선배님은 자연 미인에다 지금 봐도 너무 완벽한 외모라 비교만으로도 감사하죠. 그게 첫 촬영이었는데 의외로 NG가 많이 났어요. 설정은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온 거지만 사실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 도도함이 하늘을 찔러야 하는데 현장에서 너무 웃어대 상대 배우들이 난감해 했죠. 후후."
 
 
 
이세영은 현장의 해결사이기도 했다. 서먹해 하는 배우들의 다리 역할을 한 것도 그였다. 중길의 아버지로 나오는 권해효와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췄고, 동네 친구인 황규 역의 박정민은 드라마 ‘사춘기 메들리’에서 친분을 쌓은 터였다.
 
“대부분 시골에서 촬영하면 빨리 친해지는데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별명이 ‘쉼터’였어요. 저만 오면 배우들이 와서 수다 떨고 쉬었다 간다고.(웃음) 특히 이종석씨와는 제 속옷 잡는 신을 촬영하고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졌죠.”
 
소희는 중길의 애를 태우는 내숭 캐릭터다. 한마디로 '밀당'의 고수다. 하지만 중국집에서 데이트를 하다 엉겁결에 중길의 손이 자신의 브래지어 끈을 잡자마자 불꽃 따귀를 날리는 격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연애는 소희처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다 끝났다고 하는 순간 다시 손을 내밀어 남자를 혼미하게 만들잖아요. 저요? 여중, 여고, 여대를 다녀서인지 낯간지러운 스킬은 절대 못해요. 제 DNA에는 그런 것 자체가 없어요.”
 
◆ 반전 있는 캐릭터라 더 끌려....실제 허당기 많은  평범 여대생
 
1992년생 배우가 82년이 배경인 영화에 출연했으니 생소했다. 매니저 역할을 해왔던 엄마조차 "저런 교복도 있었네"라며 신기해했을 정도다. 영화에서 중길에게 선물로 준 맥가이버 칼이 유행했던 것도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5대 5가르마에 단발머리, 두꺼운 뿔테안경을 착용했던 ‘굴욕의 시간’도 있었지만 ‘피끓는 청춘’은 이세영에게 또 다른 패션 테러를 경험하게 했다. 부잣집 전학생답게 아놀드 파마 로고가 새겨진 새하얀 양말을 접어 신고,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따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몸무게 차이가 1kg 정도인데, 스크린에는 돼지와 홀쭉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재촬영을 하고 싶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조신한 외모와 달리 담배를 파우치에 넣고 다니고, 폭력으로 인해 서울에서 전학 온 문제아라는 비밀이 영숙(박보영)을 통해 밝혀지면서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채 맞붙는 신을 촬영할 때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원래 ‘연장 쓰지 말자’며 마대 자루를 발로 부러트리는 신이 있었는데 바로 오케이 됐어요. 다들 ‘싸움 좀 해봤냐?’고 놀렸을 정도예요. 보영 언니와는 머리채 잡는 거니 한 번에 가자고 구두 합의했는데, 어찌나 인정사정없이 때리던지......나중엔 저도 감정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연기활동을 해온 이세영에게는 확고한 철칙이 있다. '연애는 무조건 많이, 결혼은 최대한 늦게'다. 왜냐고 묻자 “좀 더 오래, 일상의 순간을 즐기고 싶어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어쩌면 무거웠을 아역 배우의 삶을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제시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액션배우 출신인 아버지와 저보다 예쁜 엄마 덕에 ‘잘난 척’하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일찍 일을 시작한 친구들 중에는 스스로 갇혀서 밖으로 못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되도록 많이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단단해지고 싶어요. 비록 잘 넘어지고,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는 허당이지만요. 그런데 20대 초반 여자들은 다 저 같지 않나요?”
 
[취재후기] 여우같거나 새침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잘 웃고 무엇보다 솔직했다. 인형같은 외모의 초등학교 시절을 “얼굴은 예뻤지만 어디서나 나대는 재수 없는 스타일이었다”고 스스로를 디스하는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피끓는 청춘’의 화장실 격투신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던 날카로운 눈빛을 눈여겨 본 관객이라면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 탄생을 기대해도 좋다.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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