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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손흥민 다툼 끝, 사과문 달라진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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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손흥민 다툼 끝, 사과문 달라진 점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4.02.2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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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손흥민 형에서 흥민이 형으로.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진심으로 사과했고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받았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슈퍼스타간 다툼이 우여곡절 끝에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21일 오전 이강인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올렸고 곧바로 손흥민 역시 곧바로 반응했다. 손흥민 계정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어깨동무하며 미소 짓는 투샷 사진이 첨부되면서 최근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 파문이 일단락됐다. 

포스팅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손흥민 인스타 게시물 좋아요가 33만개, 이강인 인스타 게시물 좋아요가 13만개를 각각 돌파했다. 손흥민을 향해서는 "대인배다", "역시 캡틴이다" 등 호평이 줄을 잇는다. 이강인에게는 "반성했다니 잘했다", "잘못을 올바르게 잡는 것도 용기"라며 격려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이 영국 런던에서 만나 화해했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화답했다.

이강인의 2차 사과문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에 적어 올린 1차 사과문보다 훨씬 진전돼 의미가 있다. 당시 메시지에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대표팀 선배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서 사과를 드렸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고 명시했다.

앞서 법률대리인 김가람 변호사(법률사무소 서온)를 통해 밝힌 입장문과도 톤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강인이 손흥민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이강인이 조만간 SNS 등으로 직접 나서 사건 경위 등 입장을 표명할 할 수도 있다”라서 귀추가 주목됐는데 손흥민을 찾아간 데서 일주일간 심경의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강인 측은 아라치치킨, KT 등 자신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조치를 취한데서 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 소속팀 PSG와 파리를 활용한 공동마케팅 중인 SPC그룹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강인이 9세 많은 선배에게 대들었다는 소식에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직접 진화에 나선 이강인이다.

1차 사과문 당시 '손흥민 형'이라던 표현도 '흥민이 형'으로 순화된 것 역시 차이점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던 손흥민은 “오늘은 조금 무겁고 어려운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면서 ‘국민 재판’에 빠진 이강인에게 선처를 부탁했다.

이로써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을 앞두고 불거진 탁구 사건-물리적 충돌이 마침내 봉합됐다. 다만 비난 일색이던 이강인을 향한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대한축구협회(KFA)가 이강인에게 징계를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음달 21‧26일 있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이강인이 소집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은 경기 전날 갈등을 빚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이강인 인스타그램 사과문 전문.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으로 그리고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흥민이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습니다.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서 사과를 드렸습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습니다.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고 포용해주신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의 행동 때문에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향한 비판 또한 제가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지키고 빛내셨던 선배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저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만큼 실망이 크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다음은 손흥민 인스타그램 글 전문

"안녕하세요 손흥민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겁고 어려운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습니다.

저도 제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팀을 위해서 그런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서 행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 대표팀내 편가르기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려 노력해 왔습니다.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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