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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뇌가 섹시한 남자 '군도'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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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뇌가 섹시한 남자 '군도' 하정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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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말년병장, 호스트, 사이코패스 살인마, 스키점프 리더, 살인청부에 나서는 엔벤 남자, 찌질한 작가, 야심찬 방송사 앵커, 냉철한 검사, 조폭 두목, 북한 공작원…. 광폭행보의 캐릭터 열전이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화가로 경계를 허물며 정력적으로 활동한다. 세련된 수트부터 꾀죄죄한 남방까지 맞춤옷처럼 소화하는 배우 하정우(36). 요즘말로 뇌가 섹시한 남자다. 가리는 법 없이 입안에 쑤셔넣는 ‘먹방’ 그대로 세상에 촉수를 내밀고 거침없이 흡수한다.

 

하정우가 액션활극 ‘군도: 민란의 시대’(23일 개봉)에서 양면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무식하면서도 순수한 18세 쇠백정 돌무치, 웃기면서도 무서운 군도의 20세 에이스 도치를 양손에 집어 들었다. 흉측한 화상자국이 선연한 민머리에 넓적한 쌍칼을 든채 무서운 기세로 남도를 가르는 도치는 어느 순간 하정우 자체였다.

- ‘군도’를 둘러싸고 평가가 양갈래로 갈린다.

▲ 재밌다. 지루하다. 감독이 하정우를 싫어하는 거 아니냐. 강동원이 너무 아름답게 나왔다. 여러 가지 얘기를 들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건 개취(개인의 취향) 아닐까. 우리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오락영화를 만들자’였다. 그런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준 리뷰 기사를 보면 한몫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게 아니면 ‘뭘 기대했을까’란 의구심이 든다. 무겁고 진중할 법한 내용을 가볍고 재미난 표현방식, 음악사용, 편집으로 표현했다.

▲ '군도'의 도치 역 하정우[사진=쇼박스 제공]

- 부제 ‘민란의 시대’와 헤드카피 ‘민초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에 걸맞은 서사의 부족, 이에 대한 실망감은 전혀 근거 없진 않을 거 같다.

▲ 그런 부분에 대한 실망감은 안타깝다. 액션활극이란 말이 어느 정도 변명해주지 않을까 싶다. 오락영화 성격을 강조하다보면 다른 부분이 약해지지 않나. 서사 부분은 감독과 편집실의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 먼저 얘기를 꺼낸 것처럼 감독이 탐관오리의 서자이자 악랄한 조윤 역 강동원에 무척 공을 들인 느낌이다. 또 30대 배우인 당신이 10대 인물 설정이라 특이했다.

▲ ‘군도’는 도치와 조윤의 대결구도로 간다. 두 인물의 상처, 트라우마의 싸움이기도 하다. 각자의 역할이 있었던 것 같고, 감독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기엔 내 나이가 많이 찼다.(웃음) 18세 도치의 지능이 12세 수준으로 설정됐는데 당시 평균 수명이 짧았기에 그 정도의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영화는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어느 장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 3장 ‘신세계’다. 돌무치가 도치로 변해서 지리산 추설로 가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담긴 장이다. 변화의 쾌감이 강렬했다. 어리고 감정에 충실하기만 하던 도치가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섞지말라‘는 군도 리더(이성민)의 가르침대로 칼을 뽑았다가 다시 집어넣는 장면이라든가, 마지막 결투장면에서 조윤의 상투를 자르지 않고 ”성불하라“는 말을 하는 장면은 그의 성장을 보여준다.

 

- 윤종빈 감독은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이자 ‘용서받지 못할 자’부터 지금까지 무려 4편을 연이어 작업하고 있다. 서로의 페르소나라고 칭해진다.

▲ 가까운 후배이자 친구다. 20대 중반에 처음 만나서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쌓여져온 뭔가가 있다. 마틴 스콜시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우디 앨런 감독을 좋아하는 등 영화 취향이나 연기관이 비슷하다. 이번에 작업하며 크게 성장했구나, 새삼 느꼈다. 수많은 배우와 대작을 아우를 만큼. 준비를 치밀하게 하는 감독인데 작업을 풀어가는 방식, 스태프와 배우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좋은 감독이라 여겼다. 10년 동안 4편을 했으니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 지난해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한 뒤 참여한 영화라 단순히 배우 입장은 아니었을 것 같다.

▲ 예전엔 현장에서 감독을 향해 ‘왜 저런 디렉션을 하지? “뭐 저리 우왕좌왕하나’란 의문, 불신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감독을 해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 자연히 그런 상황이 이해되어졌다. 감독의 시선이 생긴 게 좋았다. 편했고. 현재 ‘허삼관 매혈기’를 감독하고 있는데 그 작품도 멀티 캐스팅이다. 배우들의 스케줄 맞추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힘들다.

- 감독과 주연을 맡은 ‘허삼관 매혈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6월에 크랭크 인했는데 매 순간 뇌가 정지되는 듯한 경험을 한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판단이 잘 안되더라. 전남 순천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촬영 중인데 8월쯤엔 현장 공개를 하려고 한다. 벌교가 가까워서 먹을 것도 풍부하다. 여주인공 하지원이 내게 ‘먹방’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어떻게 전수할까 고민이 많다. 하하. 조진웅, 이경영 선배 등이 출연하는데 내가 쥐꼬리만한 신인감독 개런티를 받았기에 배우들 출연료도 칼같이 정했다.(웃음)

 

- 화상 자국 뚜렷한 민머리의 도치 이미지가 무척 강렬하다.

▲ 11년 전 연극 ‘오델로’에 출연했을 때 스킨헤드로 나왔다. 그때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투애니원의 산다라 박 스타일 같기도 해 촬영장에서 ‘산다라 하’로 불렸다.(웃음) 민머리 관리가 무척 까다롭다. 두피가 딱딱해지니까 스팀타월로 부드럽게 한 뒤 수동 면도기로 민다. 이때 옆과 뒷머리는 밑에서 위로 밀어야 한다. 그 다음 애프터 쉐이브로 소독을 하고 두피에 상처가 있으면 알로에 젤로 진정시켜야 한다. 본드를 이용해 화상 패치를 붙이고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특수분장을 한다. 본드로 다시 수염을 붙여야 끝이 난다. 총 3시간이 걸리니 분장 한번 하고나면 진이 다 빠진다. 짚신을 신는 순간 하제가 흐물흐물해지더라.

-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도치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 도치는 영웅이 아니다. 감독과 난 캐릭터의 양면성, 입체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어리숙함,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촬영 한 달 전부터 하루 8시간씩 걸으며 연구했다. 말을 잘 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 승마훈련을 많이 했다. 과거 드라마 촬영 시 낙마사고 탓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촬영에 들어가선 도치로 변했을 때 장난스럽고 유아적인, 물개같은 표정을 지으려 했다. 실제 내가 개구쟁이 시절 지었던 귀여운 표정이다. 관객들이 도치의 천진난만함을 봐주셨으면 한다.

 

- 올해 싱가포르 전시, 국내 개인전을 개최했다. 화가로서 다음 전시 계획을 들려달라.

▲ 내년 2월에 미국 LA에서 개인전을 연다. 원래 올해 8월 말에서 10월 초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영화 때문에 연기됐다. 그동안 영화작업 틈틈이 그려와서 모두 신작으로 꾸밀 계획이다. 예상 외로 쉴 틈이 많았다.

- 엄청난 활동량이다. 건강유지 비결은 무언가?

▲ 족욕을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16만원짜리 각탕기를 구입해 애용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분섭취, 저염식 식사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는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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