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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박혜진 “고향 부산서 안정적으로 농구할래요”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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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박혜진 “고향 부산서 안정적으로 농구할래요”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4.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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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결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우리은행에서도 끝까지 저를 잡으려고 했고, 제게 정성을 표시해 주셨어요. 죄송한 마음이 커요. 이제는 이적하고 결정이 나니 홀가분합니다.”

18일 오후 박혜진(34)의 부산 BNK 썸으로 이적 발표는 ‘깜짝’ 소식이었다. 16년간 우리은행에서만 뛴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의 첫 이적이었기 때문이다. BNK는 “박혜진과 연봉 2억7000만원·수당 5000만원 조건에 3년 계약을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늘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이제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선다.

삼천포여고를 졸업하고 2008~2009시즌 데뷔한 그는 우리은행에서 신인선수상을 받고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무려 5번이나 오른 한국 여자농구의 최고 스타다.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8번이나 낀 우리은행의 간판.

BNK로 이적한 박혜진. [사진=BNK 제공]
BNK로 이적한 박혜진. [사진=BNK 제공]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발바닥 부상으로 치료와 재활 등을 거치면서 지쳤다. ‘번아웃’까지 오면서 지난해 비시즌 기간인 지난해 4월부터 약 7개월 간 잠시 코트를 벗어나 있기도 했다.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BNK는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BNK의 홈은 부산이다. 박혜진의 고향도 부산. 대신초와 동주여중을 졸업했다. 가족도 부산에 산다.

박혜진은 19일 스포츠Q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우승을 많이 해서 ‘아, 이젠 다 이뤘다’는 생각으로 이적한 건 아니다”라며 “2년 전부터 부상이 잦고 심적으로 힘들어 (지난해) 운동을 쉬는 기간이 있었다. 지친 부분을 벗어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적으로) 안정을 느끼며 농구를 할 수 있는 곳이 부산이라고 생각했다. 고교 졸업 후 계속 서울에서 혼자 생활했다. 지쳤을 때 혼자 감당해야 해야 생각에 힘들 때가 너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심신이 지쳐 올 시즌 개막 직전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역시 사람은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면서도 “그 동안엔 뭘 할 때마다 우리은행 박혜진이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 결정을 했는데 이번만큼은 그냥 박혜진의 인생만 생각하고 결정했다”라고 했다.

박혜진. [사진=WKBL 제공]
박혜진. [사진=WKBL 제공]

박정은(47) BNK 감독은 시부상 속에서도 박혜진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늦은 밤에 내려와서 둘이 24시간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다. 같은 부산 출신이자 한 팀(삼성생명)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정은 감독과 얘기가 잘 통했다. 그렇게 3번 만난 후 박혜진은 마음을 굳혔다.

BNK는 지난 시즌 6승 24패(승률 0.200)로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외부 FA였던 박혜진과 김소니아(31)를 영입하고 내부 FA였던 안혜지(27)까지 붙잡으면서 단숨에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혜진은 “현실적으로 팀이 작년에 꼴찌를 했고 플레이오프도 못 올라간 팀이다. 당장 큰 목표를 가지기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며 “농구를 이름값으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오프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BNK에서 곧바로 주장을 맡는다. 박정은 감독이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바로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은행에서도 긴 기간 주장을 맡은 바 있다.

일단 박혜진의 차기 시즌 개인 목표는 전 경기(36) 출전이다. 그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데뷔 후 가장 적은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성기 시절보다 기량이나 몸 상태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제가 더 노력해서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만 해도 제2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정말 최선을 다해볼 생각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사진=WKBL 제공]
박혜진. [사진=WKBL 제공]

위성우 감독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나 꺼냈다. 박혜진의 16년 프로 인생 중 12년을 함께한 사령탑이다. 팀을 떠나는 게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성우 감독에게 계약 후 미안한 마음에 아직 전화를 못했다고 한다.

“제가 23살 때 감독님을 만났어요. 프로 1순위로 입단하고 신인선수상을 받았지만 팀이 꼴찌를 하고 저는 만년 유망주 소리만 듣는 선수였죠. 감독님을 만나면서 말도 안되는 노력을 했고 감독님도 저를 키워내기 위해 모든 애정을 쏟아주셨어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혜진은 차기 시즌 상대 코트에서 우리은행을 바라보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6번(정규시즌 맞대결)만 버티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만나면 힘들고 흔들릴 것 같다”면서도 “감사함을 가지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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