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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눈물왕자 이형종 '전향 마수걸이포', 이제 더는 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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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눈물왕자 이형종 '전향 마수걸이포', 이제 더는 울지 않으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5.11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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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서 스리런 홈런 폭발, 굴곡진 야구인생 상승곡선 그린다

[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해 이승엽, 나성범까지…. 과거 투수로 뛰었다가 타자로 전향한 뒤에도 맹위를 떨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모두가 포지션을 전향한 뒤 성공한 건 아니다. 포지션을 바꾼 뒤 성공한 선수들에게는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랐다.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27). 야구팬들에게는 비운의 스타로 기억되는 선수다. 프로에서 환호보다는 좌절할 때가 많았던 그가 모처럼 타석에서 맹위를 떨치며 활짝 웃었다.

이형종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을 폭발했다. 타자 전향 후 첫 홈런포를 터뜨린 이형종은 팀의 16-2 승리에 기여했다. LG는 4연패 사슬을 끊고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 절실함 통했다, 홈런포로 팀 대승에 기여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뽑아낸 팀이 12-0으로 크게 앞선 상황이었지만 아직 주전 자리를 굳히지 못한 이형종에게는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했다.

이날 상대 좌완 선발투수 장원삼을 맞아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이형종은 첫 네 타석까지는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맞이한 6회말 5번째 타석. 1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이형종은 상대 두 번째 투수 조현근의 시속 134㎞짜리 투심을 통타,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자 전향 후 쏘아 올린 첫 홈런포였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기에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형종 개인에게는 매우 뜻깊은 한 방이다. 투수로서 실패를 맛본 뒤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때린 홈런이기 때문이다.

◆ LG팬 열광시킨 마수걸이 홈런, '눈물왕자' 이미지 벗는다

서울고 3학년이었던 2007년 광주일고와 대통령배 결승전은 이형종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다.

당시 마운드에 선 이형종은 9회 연이어 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하자 분한 마음에 마운드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로 인해 그에게 붙은 별명이 ‘눈물 왕자’였다.

비록 팀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이형종은 큰 주목을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계약금 4억3000만원을 받으며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것. 하지만 프로에서 여정도 쉽지 않았다. 2010년 5월 잠실 롯데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이후 부상에 시달린 것. 두 차례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부상을 이기지 못한 이형종은 임의탈퇴 신분으로 팀을 떠나 방황하다가 골프선수로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군에서 제대한 2012년 10월 다시 LG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다. 투수로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형종은 2014시즌을 마친 뒤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2군에서만 뛰며 타자로서 감을 익혔던 그는 39경기서 타율 0.305(105타수 32안타)를 기록,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마침내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감격을 누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310에 3타점을 기록 중이던 이형종은 타자로서 맞는 첫 시즌 19경기 만에 첫 홈런포를 신고했다. 다른 선수가 아닌 이형종이 홈런을 치자 잠실구장을 찾은 1만4214명의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오랜 시간 동안 시련의 시간을 보낸 이형종. 타자로서 눈을 뜬 그에게 이제는 웃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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