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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천상의 약속' 배신의 아이콘 이종원, 스스로 백도그룹 회장 사임…이번에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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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천상의 약속' 배신의 아이콘 이종원, 스스로 백도그룹 회장 사임…이번에는 달랐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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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천상의 약속'에서 이유리가 자신의 친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종원이 며칠 동안이나 술에 취해 망가지며 괴로워하다 결국 백도그룹의 회장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단죄했다. '배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배우 이종원에게 있어 그동안 그가 연기한 '배신남'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27일 방송된 KBS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극본 김연신 허인무·연출 전우성) 83회에서 백도그룹 장경완 회장(이종원 분)은 박유경(김혜리 분)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상을 떠난 이나연(이유리 분)이 자신의 젊은 시절 연인인 이윤애(이연수 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결국 백도그룹 회장직을 사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혜리는 이종원이 '이나연'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종원이 치매에 걸린 윤영숙(김도연 분)의 말을 듣고 '이나연'이 자신의 딸이라고 의심한다고 생각해 유전자 검사를 조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유리는 그런 김혜리의 음모를 알아채고 다시 한 번 유전자 검사를 받아서 이종원에게 자신이 친딸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 KBS '천상의 약속' [사진=KBS 2TV '천상의 약속' 방송 캡처]

그렇게 이종원은 '이나연'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딸인 '이나연'을 죽였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이종원은 장세진(박하나 분)과 강태준(서준영 분)의 결혼과정에서 자신이 '이나연'에게 했던 짓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친딸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친딸 뿐 아니라 손녀인 새별이(김보민 분)까지 죽였다고 생각한다.

괴로워하던 이종원은 그렇게 날마다 술에 취해 밤거리를 헤매고, 그러다가 지나가던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처맞기까지 한다. 그렇게 방황하던 이종원은 결국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백도그룹 회장을 처남인 박휘경(송종호 분)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린다.

젊은 시절 자신의 아이까지 임신한 연인을 저버리고 대기업 회장의 외동딸에게 장가를 가서 출세를 꿈꾸는 남자. '천상의 약속'에서 이종원이 연기하고 있는 '장경완'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배신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배신남' 연기를 많이 한 이종원이라는 배우에게는 매우 익숙한 캐릭터일 것이다.

배우 이종원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청춘스타였다. 이종원은 1989년 한 의류브랜드 광고에서 춤을 추다가 의자에 뛰어올라 균형을 잡으며 의자를 쓰러트리는 모습으로 단숨에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고경표가 따라하다가 다리를 다치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바로 그 광고다.

1990년대 최고의 청춘 스포츠 드라마로 불리는 MBC '마지막 승부'를 비롯해 SBS '사랑은 블루', MBC '짝' 등을 통해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굳혀가던 이종원이 처음으로 한 불륜이나 배신 연기의 시작은 KBS '젊은이의 양지'였다.

이종원 외에도 하희라, 허준호, 박상아, 배용준, 전도연, 박상민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출연한 이 작품에서 이종원은 출세를 위해 고향 사북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서 화장품 회사 사장 아들인 배용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결국 배용준의 여동생인 박상아와 결혼하고, 사북에서부터 사귀던 하희라를 배신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종원을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작품은 역시 1999년 방송된 SBS '청춘의 덫'이었다. '청춘의 덫'은 1978년 당시 유신정권 치하의 검열로 인해 높은 인기에도 조기종영됐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SBS에서 21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이종원은 출세를 위해 연인 심은하를 배신하고 유호정과 결혼하고 나중에 연인인 심은하가 유호정의 오빠인 전광렬과 결혼하며 이종원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1978년 드라마에서도 배신남을 연기한 이정길이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의 몰매를 맞을 정도로 비난을 받았고 전광렬과 같은 배역을 연기한 박근형이 여자들의 이상형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1999년 '청춘의 덫'도 전광렬을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이종원을 배신과 불륜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이후 이종원은 '애정의 조건', '글로리아', '위대한 조강지처' 등 여러 드라마에서 출세를 위해 연인도 버리는 잔인한 비정남, 불륜남으로 이미지를 굳혀왔다.

▲ KBS '천상의 약속' [사진=KBS 2TV '천상의 약속' 방송 캡처]

하지만 '천상의 약속'에서의 이종원은 그동안의 역할들과는 다르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종원은 출세를 위해 연인을 버렸다기보다 이종원을 가지기 위해 '임신'이라는 무기를 내세운 김혜리의 음모에 걸려 결국 연인이었던 이연수를 배신하게 됐다. 그리고 이종원은 이연수와 자신의 사이에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도 30년 넘게 모르다가 이제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종원이 보여준 모습이 출세를 위해 잔인하고도 비정한 길을 스스로 선택해 왔다면 '천상의 약속'에서의 이종원은 결과는 같을지라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자의가 아닌 김혜리가 만들어낸 '타의'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게다가 이종원은 자신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자신의 손으로 연인을 배신하고 자신의 딸과 손녀까지 죽이게 됐다는 참혹한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회장직에서 사임하며 스스로 속죄를 하려고 한다. '불륜의 아이콘', '배신남' 이종원으로서는 그간의 캐릭터와 비슷해보이지만 분명히 달라진 지점이다.

하지만 '천상의 약속'에서 이종원이 받아야 할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유리는 자신에게 '이나연'의 이야기를 꺼내며 괴로워하는 이종원을 보며 여전히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감히 함부로 아파하지도 마요. 모두 당신이 뿌린 씨앗일 뿐이까"라고 생각하며 속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수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이종원에게는 아직도 죽었다고 생각한 '이나연'이 지금은 '백도희'라는 이름으로 처남인 송종호와 결혼해 살아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과 30년 넘게 자신의 친딸이라고 믿어왔던 박하나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진실이 남아 있다. 이종원은 '천상의 약속'에서 자의로 배신을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그 어느 작품보다도 처절하게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잔혹한 단죄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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