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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유있는 100회, 슈퍼주니어의 '슈퍼쇼6' 팬덤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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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유있는 100회, 슈퍼주니어의 '슈퍼쇼6' 팬덤을 넘어서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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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가수, 특히 아이돌의 공연은 팬들만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일반 관객들이 찾을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콘서트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는 팬이 아닌 경우 재미가 없고 멘트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에 대한 애정과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슈퍼주니어의 ‘슈퍼쇼’는 팬덤만이 참석하는 콘서트를 넘어 공연 자체에 힘을 실은 경우다. 신동의 말을 빌리면 “팬이 아닌 분들이나 가족 단위로 와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이는 곧 100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다.

21일 오후 4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쇼6 인 서울’은 슈퍼주니어가 ‘슈퍼쇼’ 100회를 맞은 날이었다. 한국 그룹 중 단일 브랜드로 월드 투어를 하며 공연 100회를 맞은 것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다.

▲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는 김희철의 드럼 연주를 넣어 새로운 느낌으로 완성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토리텔링 확실, 정성 가득한 무대 구성

‘슈퍼쇼6’는 영상과 무대가 조합된 공연이다. 슈퍼쇼는 스토리텔링적 성격을 띠고 있다. 적과 대결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안에서, 남자의 강인함, 부드러움, 사랑에 대한 후회, 신나게 노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이 3시간 30분 안에 모두 담겼다.

보물 ‘SS6’가 10조각으로 나뉜 채 사라졌다는 포인트로 영상이 상영된 후 이를 찾기 위한 멤버들이 무대로 나오며 공연이 시작됐다. 여기에 맞춰 공연의 초반은 웅장하고 강렬하게 구성됐다. 첫 무대는 데뷔곡 ‘트윈스(Twins)’였다. 풋풋했던 데뷔 때와 달리 다시 돌아온 트윈스는 훨씬 강인해진 모습이었다.

보통 콘서트에 삽입되는 영상이 쉬어가는 코너쯤으로 기능하는 것과 달리 슈퍼쇼의 영상엔 남다른 정성이 엿보였다. 영상 속 분위기와 의상을 무대로 이어오기도 하고, 다음 곡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의 영상을 무대에 앞서 내보내기도 했다. 규현의 자작곡 무대 직전에는 노랫말을 붙이는 과정을, ‘말’이란 별명이 있는 최시원의 솔로무대 ‘야생마’를 앞두고는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내 보내는 식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에는 신동과 은혁이 무대 감독으로 많은 참여를 했다. 김희철은 "둘이 이번 공연의 99%를 준비했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영상은 물론 무대 또한 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내에 어느 한 무대도 '그냥' 넣지 않았다. 곡 안에서 변주를 주고 음악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닌 새로운 느낌을 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쏘리 쏘리'에선 희철의 드럼 연주를, ‘미스터 심플’에선 댄스브레이크를 넣는 등 기존 곡을 바꿔 공연했다.

이밖에 성민의 난타 퍼포먼스, 강인의 R.ef 곡 ‘상심’ 커버 등 각 멤버들의 솔로 무대, ‘돈 리브 미(Don’t Leave Me)’, ‘1+1=Love’ 등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곡 무대, 슈퍼주니어-M 유닛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 공연을 선보이는 슈퍼주니어.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데뷔 10년차에도 내려놓는 이미지, ‘분장쇼’로 보는 이들의 친근함

슈퍼주니어는 '웃기는 법을 아는' 그룹이다. 딱딱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마저 유쾌하게 풀어낸다.

공연 중 인사도 평범하지 않았다. 이날 이들의 인사 주제는 ‘하트’. “팬들에게 줄 선물이 있지 않냐”는 멤버들의 말에 졸지에 팬들에게 선물을 줄 상황에 처한 신동은 입었던 재킷을 뒤적이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려 보였다.

여기에 멤버들 간 ‘누가 더 재밌게 하트를 꺼내는지’ 깨알같은 경쟁이 붙었다. 고민하던 김희철은 신발을 벗고 겹쳐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멤버들이 야유하며 그 안의 깔창을 꺼내 하트 모양을 만들자 객석은 웃음으로 가득찼다.

이들은 데뷔 10년차이지만 망가지는 것에나 팬서비스에 빼지 않는다. 특히 최시원은 개인 무대에서 노라조의 ‘야생마’를 선곡하고 말 의상을 입고 나와 열창했다.

▲ 최시원은 솔로 무대로 노라조의 '야생마'를 선곡했다. 말 의상을 입고 나오는 파격을 선보였다.[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깔창을 꺼내보이고 콘서트 영상 중 "술먹고 운전하지 말라"고 멤버들에게 조언하는 강인의 모습 등 ‘셀프 디스’도 서슴지 않았다. 좋지 않았던 과거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내공이다. 멘트를 하면서는 팬들을 더 웃겨주려는 욕심을 내고 무대 중엔 애교 가득한 윙크와 제스처들을 해 보였다.

이들의 이런 친근한 모습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인은 “외국 관계자들에게 '이 나라에서의 슈퍼주니어가 왜 인기있느냐'고 물어보면 ‘친근해서’라고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분장쇼였다. 슈퍼주니어는 영화 ‘어벤저스’ 캐릭터, ‘레옹’의 마틸다 등으로 분장하고 공항에 나타나는 등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슈퍼쇼6’의 분장 콘셉트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었다.

이들은 최고의 공주를 뽑는 ‘엘사 선발 콘테스트’를 제목으로 엘사 분장을 선보였다. 이특은 입술을 파랗게 바르고 짧은 치마로 다리를 드러내 충격을 안겼고 려욱은 공주 옷에 골룸 분장으로 괴기스런 모습으로 등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엘사보다 ‘안나’역을 하고 싶다”고 밝혔던 김희철은 홀로 안나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이들은 엘사 분장을 한 채로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를 불렀다.

◆ 뜻깊은 100번째 공연, 팬과 하나된 시간

슈퍼주니어와 팬들에겐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슈퍼주니어가 데뷔 때부터 해 온 “우리는 슈퍼주니~어예요!”라는 인사를 하면 팬클럽인 ‘엘프’는 “우리는 엘프예요!”를 외친다.

이날도 멤버들에게 자신들의 인사로 화답한 객석은 신동의 솔로 공연이 끝나자 ‘동희야 사랑해’라고 적힌 슬로건을 꺼내 들어 보였다. 이는 입대를 앞둔 그를 위한 이벤트였다. 신동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다 눈물을 보였다.

▲ 이들의 팬들 '엘프'는 100회째 공연을 맞이해 야광봉 이벤트를 선물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이날은 공연 100회째인 만큼 앙코르 공연 중 축하 시간이 있었다. 축하 메시지를 적은 대형 케이크가 무대에 등장하자 팬들은 멤버들에게 야광봉 이벤트를 선물했다. 온통 까맣게 보이는 객석에서 서로 다른 색의 야광봉을 들어 하트와 메시지를 표현한 것. 그와 함께 ‘100번째 데이트’라고 적힌 슬로건을 꺼내 들었다. 또한 ‘슈퍼쇼’를 함께 준비한 스태프들이 슈퍼주니어에게 응원을 전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이는 깜짝 이벤트로 멤버 중 이특과 은혁만이 알고 있었다. 몰랐던 멤버들은 눈시울을 살짝 붉힌 반면 알고 있었던 두 사람과 신동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철저한 연습과 짜인 각본을 통해 ‘슈퍼쇼’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그러나 이날 이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멤버들의 솔직한 감상이 돋보였다. 이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 멤버들의 진솔한 속내, 이특 “그만 살아야 하나 생각했던 적도…팬들 덕에 이겨내”

신동=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연출팀과 부딪치기도 했는데 영상에 나왔던 스태프 분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 분들이 나와 이런 인터뷰를 한 걸 보니 너무 죄송합니다. 지금도 공연을 지켜보시고 있을텐데 정식으로 사과 못 드려서 죄송하고 좋은 공연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려욱= 슈퍼주니어가 '내 것'이란 생각을 못 해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이름을 저 또한 지키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갑자기 확 든 생각은 아니고 조금씩 스며들듯 그런 생각이 생겨났어요. 엘프 분들도 저희를 확 좋아했다가 식는 게 아니라 스며들 듯이, 그렇게 우리 계속 사랑해요.

동해= 스태프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방금 ‘마마시타’ 무대를 하면서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무대에 설 수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저희가 뭐라고 이렇게 사랑받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지도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외롭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책상과 의자를 이용해 스윙(SWING) 무대 중인 슈퍼주니어.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규현= 전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 팬들과 쇼 구성으로 가득찬 상황에서 100번째 콘서트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슈퍼주니어’와 ‘슈퍼쇼’를 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SM은 아이돌 회사”란 생각만 했었거든요. 그때 절 잡아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슈퍼주니어라서 행복합니다. 여러분들의 친구로 영원히 남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시원=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좋은 일, 나쁜 일 등 여러 일들을 함께 해왔는데 옆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저희를 지지해주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슈퍼쇼’ 1회부터 지금까지 해오면서 느낀 점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이 예뻐졌구나, 엘프!

강인= 저는 중간에 군 입대로 빠졌다가 ‘슈퍼쇼5’부터 합류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팀을 잘 지켜준 멤버들이 대견하고 같이 활동할 수 있게 받아줘 감사해요. 멤버들 중 처음으로 군대에 가면서 다시 팀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지금 공익으로 근무 중인 예성이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전혀 불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먼저 갔다온 형들이 전보다 더 책임감있게 지킬게요.

희철= 팬들에게 고마운 건 당연하고요. 100회란 의미있는 자리에서 이제 곧 입대하는 신동과 예성이 객석에서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200회 때는 모든 멤버가 다 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민= 빈 틈 없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엘프는 아름답고 천사같아요. ‘마마시타’ 공연을 하면서 예성이형 생각이 많이 났어요. 객석에서 보는 마음이 어떨지, 불안하고 무대에 서고 싶을텐데, 여러분께서 좀더 응원하고 사랑해주면 불안한 마음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랑해줬듯이 앞으로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은혁= 죄송해요. 너무 울었네요. 데뷔 10년이 다 돼 가는데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10년 동안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는 가수가 될지 몰랐어요. 군대에 다녀오는 형들이 생기면서 팀이 흔들리고 팬들이 떠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특 형이 2년간 자리를 비웠을 때 제가 임시 리더를 맡으면서 좀 힘들기도 했어요.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분께 좋지 않은 모습도 보여드린 적도 있고요. 여러분과 멤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저희처럼 계속 행복했으면 싶어요.

▲ 진솔한 속내를 고백한 슈퍼주니어 이특.[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특= 이벤트를 미리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준비하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운 것 같네요. ‘슈퍼쇼’는 저희만이 만드는 공연이 아니예요. 팬분들도 있지만 카메라 등 무대 위아래에서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죠. 감사드립니다.

이건 처음 말씀드리는 것 같아요. 성공하고 싶었고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친 듯이 열심히 했고 어느 순간부턴 제 생각과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군대 가서도 시간이 금방 가겠지 여겼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어요.

나한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하늘에서 이런 벌을 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그만 살아야 하나까지 생각했어요. 가족들과 멤버들, 팬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엔 욕심이 많았어요. 팀이 지면 안 되고 1위를 해야 하고 어딜 가든 기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많이 내려놨어요. 멤버들과 팬들과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란 걸 알았어요.

여러분을 보면서 행복을 찾은 것처럼 여러분도 저희를 보면서 행복을 찾았으면 합니다. 저희와 여러분은 가족이니까요.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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