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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원 성폭력 이윤택 구속, 성폭행 혐의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못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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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원 성폭력 이윤택 구속, 성폭행 혐의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못했던 이유는?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3.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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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범죄가 중대하므로 도망할 염려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23일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밝힌 사유다.

연극인들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결국 구속된 몸이 됐다. 첫 폭로 후 38일만이었다.

이 전 감독은 국내에 ‘미투’ 운동이 펼쳐진 후 드러난 가해자 가운데 경찰에 구속된 두 번째 사례가 됐다. 첫 번째 유명인은 조증연(50) 극단 번작이 대표였다.

 

 

경찰은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추가 피해자 여부, 관련 증거·진술 추가 수집 등 보강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이윤택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 피해자의 뜻대로 체포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마음으로 죄송하게 생각하며 손해배상을 포함해 죄를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단원 폭행·협박에 대해)사실도 있고 왜곡도 있고... 그런 부분들은 (수사 통해서) 진실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원금 재산 유용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제 소관이 아니다. 회계 담당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운영하면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극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성이 있어 중죄에 해당되고 외국 여행이 잦아 도주 우려나 피해자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17명이 처벌을 요구한 범죄사실은 모두 62건이다. 당초 16명의 연극인이 이 전 감독을 고소했다. 최근 연극인 1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일단 현행법상 직접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행위는 고소인 8명에 대한 24건으로 봤다. 기간은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다.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범죄는 피해 이후 일정기간 내 신고가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성폭행 혐의는 구속영장에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은 상습죄 조항 신설 이전에 발생한 것까지만 확인돼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구속영장 신청서에 17명의 피해사실을 모두 적시했다. 이 전 감독의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관련 범죄 공소시효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7년, 강제추행 10년, 성폭행 10년 등 대부분 10년 이하라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 많아 경찰은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전의 고소사건에 대해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으로 처벌을 검토했다.

경찰은 지난 17~18일 이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상습 성폭력 경위와 위력행사 여부 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나지만 발성연습 등 연기지도상 한 행위였다"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희 대표가 지난달 14일 이윤택 전 감독으로부터 10년 전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비슷한 방법으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만 17명에 달한다.

이윤택 전 감독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달 19일 오전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따져야 한다며 부인했다. 그는 성관계를 맺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 상호간의 믿고 존중하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특히 피해자를 몇 명으로 파악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이어진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다. 어떠할 때는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떠할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저의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답해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기자회견하기에 앞서 리허설을 했다는 내부 폭로도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28일 김 대표 등 피해자 16명은 변호사 101명으로 구성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이 전 감독을 강간치상,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후 또 다른 피해자 1명이 추가 고소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22일 성폭력 혐의 이외에도 이 전 대표의 재산은닉 시도 등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 단원들을 이용한 부당 재산 증식, 장부 조작 증거인멸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민형사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계 대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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