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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기찬 변신' 공격중추로 진화하는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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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기찬 변신' 공격중추로 진화하는 기성용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2.2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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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 '더블' 킬러로 주목, 과감한 공격으로 팀 내 최다 5골 '탑건'…2세 소식 겹경사

[스포츠Q 임영빈 기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또 다시 골사냥에 성공하며 무서운 공격 진화를 과시했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전반 30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2-1승리를 이끌었다. 스완지는 올 시즌 맨유와 2차례 맞대결에서 기성용이 매번 골을 터트리며 모두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거뒀다.

리그 5호골을 터뜨린 기성용은 시즌 종료 12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박지성(2006~2007, 2010~2011), 이청용(2009~2010)과 더불어 EPL 한국선수 한 시즌 최다 5골과 동률을 이뤘다.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팀의 수비를 1차 조율하고 정확한 패스로 동료들에게 공격기회를 제공하는데 전념했다. 리그 전경기를 거의 풀타임 소화하면서 스완지 중원의 핵심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팀내 최다골까지 기록하며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팀의 주포였던 윌프레드 보니가 겨울 이적 시장때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스완지 공격력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기성용의 활약이 이런 걱정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 기성용(가운데)이 올 시즌 맨유와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맨유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사진=스완지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안정감 위에 과감함 더한 기성용, 한 단계 더 진화하다

‘거함’ 맨유의 '더블' 침몰에 기성용이 있었다. 지난해 8월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개막전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다시 한 번 맨유전을 승리로 이끌며 ‘맨유 킬러’로 떠올랐다. 이날 전반 30분 문전 쇄도하며 존조 셸비가 올린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만 바꾸면서 동점골을 명중시켰다.

기성용은 후반 27분 셸비에게 패스를 연결했으나 셸비의 중거리슛이 바베팀미 고미스의 몸을 맞고 굴절돼며 결승골로 연결됐다. 기성용은 어시스트를 추가할 수 있었으나 고미스의 골로 인정되면서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경기 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에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라며 “경기 시작 전 감독님이 처음으로 맨유에 더블(홈 & 어웨이 승리)을 달성하는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오늘 결과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성용의 맹활약에 영국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그에게 팀 동료 존조 셸비와 더불어 최고 점수인 평점 8점을 부여하며 그를 경기 최우수 선수(MOM)으로 선정했다. 영국언론 데일리메일도 기성용을 MOM으로 뽑았다.

루이스 판 할 맨유 감독도 그를 인정했다. 경기 후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끔찍했다”며 “좋은 골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성용의 공격본능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리그 14라운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전에서 골마우스 왼쪽 사긱에서 리그 2호 골을 넣었다.

같은 달 21일 17라운드 헐 시티와 원정경기에서는 행운이 뒤따랐다. 셸비의 슛이 기성용의 몸을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들어갔다. 2대1 패스를 주고 받고 득점지역으로 침투하다가 얻어낸 행운의 골.

지난 8일 24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골사냥에 성공했다. 문전으로 쇄도해 다이빙 헤딩슛으로 4호골을 폭발했다. 이 다이빙슛 장면은 여전히 스완지시티 페이스북 메인 타이틀 사진으로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 기성용(왼쪽)이 22일(한국시간) 리그 2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뒤 동료 존조 셸비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스완지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날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중허리를 책임지면서도 측면 공격에 활발히 가담했다. 역습 때는 골마우스까지 침투해 두 차례나 기습슛을 날렸고 그 중 하나를 동점골로 성공시켰다.

리그 3~5호골은 뛰어난 멀티능력을 활용해 최전방까지 침투해 골을 따내고야마는 집념의 공격 본능을 보여준 사례다. 이같은 골퍼레이드 속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는 중원의 지배자 기성용이 공격력을 더해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는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 스완지 에이스는 보니 아닌 기성용

게리 몽크 감독의 기성용을 향한 신뢰가 확고하다. 그는 지난 11일 웨일스 지역 일간지 사우스웨일스이브닝포스트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팀 공격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대로 기성용은 현재 스완지 선수 중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통산 5골을 기록 중이며 길피 시구드르손(4골), 웨인 라우틀리지, 네이선 다이어, 존조 셸비(이상 3골)가 뒤를 잇고 있다.

올 시즌 리그에서 9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득점자였던 보니의 공백을 전문 공격수가 아닌 기성용이 메우고 있다. 몽크 감독으로서는 중원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며 팀이 필요로 할 때는 해결사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멀티요원 기성용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

체력 혹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소화한 뒤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했다. 리그 25라운드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WBA)전에서도 풀타임 출장을 소화했다.

맨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열흘  휴식을 취한 것은 보약이 됐다. 기성용은 자신의 기량을 완벽히 펼쳤다. 본업인 중앙 미드필더 역할 뿐만 아니라 공격 최전방까지 나서 동점골까지 기록함으로써 팀 내 에이스 입지를 굳혔다.

▲ 기성용이 22일(한국시간) 리그 26라운드 맨유와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스완지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예비아빠' 기성용이 아내에게 보낸 특별한 세리머니

맨유전 동점골을 터뜨린 뒤 '젖병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리그 개막전과 지난해 12월 QPR전에서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성용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아내 한혜진을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날 맨유전에서 보인 세리머니는 이전과 달랐다. 젖병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2세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사실로 확인됐다. 기성용은 2013년 7월 배우 한혜진과 결혼식을 올렸다. 한혜진의 소속사 나무 엑터스측은 22일 “한혜진이 현재 임신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결혼 2년만에 2세를 얻게 된 그는 팀 승리와 더불어 기쁨이 배가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성용은 “나에게는 참으로 놀라운 시즌”이라며 “팀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 남은 12경기에서 47점 이상의 승점을 쌓아 팀의 새 역사를 쓰면 좋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몽크 감독도 사우스웨일스이브닝포스트과 인터뷰에서 “ 맨유를 상대로 더블을 기록한 것은 팀 역사상 처음”이라며 "집중을 잃지 않은 선수들 덕분"이라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스완지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2~2013 시즌에 기록한 9위(승점 46점)이다. 당시 기성용은 팀의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그컵 우승 달성과 동시에 팀이 리그 최고 성적을 거두는데 기여했다. 기성용이 다시 한 번 팀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지, 그의 진화하는 공격본능에 더욱 뜨거운 시선이 쏠리게 됐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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