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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석 퇴장 나비효과, 포항-수원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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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석 퇴장 나비효과, 포항-수원 희비 교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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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4분 프리킥 상황서 연속 경고, 수원 공수 균형 붕괴…포항 손준호 결승골로 1-0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수원 삼성과 포항의 경기 결과를 가른 것은 양팀의 공격진도, 수비진의 터무니없는 실수도 아니었다. 단 한 명의 퇴장이 불러온 엄청난 '나비효과'였다.

경기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포항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7분 손준호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 수원에 1-0으로 이겼다.

포항으로서는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에 진 것을 톡톡히 되갚았다. 37라운드까지 3위를 달리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 획득에 희망을 걸고 있던 포항은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에 1-2로 지면서 제주를 2-1로 제압한 서울에 3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포항은 후반 3분 김광석의 골로 수원에 앞서가고도 후반 34분과 후반 39분에 산토스와 정대세에 연속골을 내주면서 역전패, 제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서울에 밀리고 말았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포항 손준호(가운데)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중거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그런만큼 포항 선수들은 수원을 꺾겠다는 각오로 가득차있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수원이 포항을 넘어서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며 라커룸에 격문까지 써붙였을 정도였지만 상황이 뒤바뀌었다. 특히 포항은 절치부심하며 데려온 외국인 선수 모리츠와 라자르에 큰 기대를 걸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수원은 권창훈과 김은선으로 시작하는 미드필드 플레이와 함께 염기훈-산토스-레오로 이어지는 공격 미드필더가 위협적이었고 포항도 손준호, 황지수의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이광혁, 모리츠, 심동운이 위력을 더했다. 양팀 모두 4-2-3-1 포메이션으로 똑같이 맞섰다.

전반 16분 라자르의 헤딩슛이 유효슛으로 기록되면서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고 수원 역시 레오가 전반 31분 날카로운 슛으로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전반 41분에는 염기훈의 코너킥에 이은 정대세의 헤딩슛이 골문 위로 벗어났다.

승패가 가려진 것은 전반 추가시간이었다. 조성진의 파울로 포항이 프리킥을 얻어낸 상황에서 오범석이 배슬기를 밀치면서 첫번째 경고를 받았다. 이후 감정이 격해지면서 오범석이 상대 유니폼을 잡아끌며 경기가 다시 중단됐고 김성호 주심이 두번째 노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퇴장이었다.

오른쪽 풀백이 비어버린 수원은 후반에 산토스를 빼고 신세계를 투입해 공백을 메웠지만 결과적으로 수원의 공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정대세의 뒤를 받쳐야할 산토스가 없어지면서 미드필드는 포항이 압도해갔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오범석(가운데)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홈경기에서 김성호 주심(오른쪽)으로부터 두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되고 있다.

포항의 선제 결승골은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왔다. 후반 27분 염기훈이 미드필드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포항 선수과 볼 경합을 벌이가가 공이 흘러나왔고 이를 손준호가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 외곽에서 강한 오른발 슛을 날렸다. 공은 그대로 골망 오른쪽 상단을 흔들었다. 골키퍼 노동건으로서도 막기 힘들었다.

후반 19분 정대세를 빼고 카이오를 넣으며 공격을 강화하려던 수원은 손준호의 중거리 골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후반 25분 한차례 경고를 받았던 포항 김원일이 후반 36분 레오를 잡아채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는 사라졌지만 수원은 한번 무너진 공수 균형을 다시 살릴 수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 카이오가 홍철에게 패스를 건넨 뒤 골문 앞으로 달려들면서 홍철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하고자 했지만 발이 미치지 못했고 이것이 수원의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이날 수원과 포항은 무려 9장의 경고 카드가 나왔고 이 가운데 오범석과 김원일이 2장씩 받아 퇴장당했다. 오범석은 올시즌 1호 퇴장 선수로 기록됐다.

서정원 감독은 오범석의 퇴장에 대해 "베이징 궈안(중국)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퇴장을 당했고 2경기 연속 10명이 싸우는 수적 열세 속에 체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퇴장이 안됐더라면 후반에 그렇게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후반 11명이었다면 최소한 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만큼 오범석 퇴장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포항 고무열(왼쪽)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수원 삼성 골키퍼 노동건을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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