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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와신'과 황선홍 '상담', 뉴 스토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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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와신'과 황선홍 '상담', 뉴 스토리를 만들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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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수원이 설욕, 올시즌 개막전 포항이 맞받아쳐…1년만에 상황 뒤바뀌어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패배의 치욕을 잊지 않고 설욕을 다짐한다는 고사성어인 '와신상담(臥薪嘗膽)'은 한 사람의 얘기가 아닌, 서로 설욕을 다짐한 춘추시대 두 나라 왕의 일화다.

오나라 왕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섶나무(땔감나무)를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자며 월나라 왕에 설욕을 다짐했고 결국 승리했다. 이것이 바로 와신. 결국 오나라에 패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월나라 왕은 쓸개를 핥았고 끝내 오나라를 물리쳤으니 이것이 상담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이러한 와신과 상담의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후반 27분에 나온 손준호의 중거리슛 결승골로 수원을 1-0으로 이기고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황선홍 포항 감독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직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포항은 지난 시즌 수원에 철저하게 당했다. 지난해 3월 22일 벌어졌던 수원과 정규리그 홈 3라운드에서 2-1에서 이긴 것을 제외하고 이후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해 8월 3일 수원과 원정경기에서는 1-4로 대패했고 마지막 38라운드 맞대결에서는 1-2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잡을 수 있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까지 FC 서울에 내줬다. 포항 스틸야드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더욱 뼈아팠다.

그 이전에 수원의 '와신'이 있었다. 수원은 8월 3일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기 전까지 포항을 상대로 8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다. 2012년 7월 1일 이후 1무 8패를 당했다. 특히 포항을 상대로 홈에서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서정원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 격문을 붙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가 바로 4-1 대승. 수원은 이후에도 2경기 연속 2-1 승리를 거두면서 포항전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하지만 수원이 포항을 상대로 설욕할 수 있었던 것은 AFC 챔피언스리그의 영향도 컸다.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보내느라 힘겨웠고 수원은 정규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체력 안배가 쉬웠다. 포항이 여름 들어 급격하게 순위가 하락한 것 역시 얇은 선수층으로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홈 개막전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상황은 1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수원은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고 포항은 공교롭게도 수원전 패배로 4위로 밀리는 바람에 그렇지 못했다. 포항은 오히려 모리츠 등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포항은 수원에 설욕을 별렀다. 황선홍 감독은 "100% 우리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서너 경기는 더 치러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포항 선수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반드시 수원을 꺾어보이겠다며 이를 갈았다.

반면 수원은 걱정이 많았다. 베이징 궈안(중국)과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치르고 온 뒤 사흘만에 정규리그 홈 개막전을 가져야 했다. 황선홍 감독은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오직 수원만 연구했지만 서정원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르느라 포항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그 결과는 '상담'을 했던 포항의 승리였다.

와신상담의 고사에서는 오나라 왕이 자결하면서 끝나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포항이 설욕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수원이 다시 포항을 상대로 설욕을 벼를 것이고 포항은 다시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설욕을 벼르는 것이 바로 스포츠 현장이다.

수원과 포항은 와신상담 스토리로 K리그 클래식의 새로운 흥밋거리를 만들어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포항 손준호(28번)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 코칭 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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